올 봄은 유난히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집 안팎으로 몇 가지 변화가 겹쳤기 때문이다. 4월 둘째주가 되어서야 겨우 바깥 나들이를 할 짬이 생긴다.
원래는 Y 형과 천마산에 갈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형의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혼자 수리산을 찾았다. 수리산은 이른 봄에 변산바람꽃을 보러 찾아갔던 산이다. 계곡을 중심으로 왠지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산이다.
역시 기대되로 꽃이 많이피어 있다. 주종은 현호색과 개별꽃이다. 그중에서도 현호색은 지천으로자라고 있다. 수리산을 현호색의 산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아침 일찍 도착했으므로 아직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계곡의 꽃들은 이슬을 달고 있다.
제비꽃 두 종류를 보다.
특이하게 바위 틈에서 자라는 미치광이풀도 보다.
큰괭이밥이다.
현호색 밭 가운데서 여리게 피어있는 노루귀를 만나다. 올해 처음 보는 노루귀다. 이미 노루귀 철이 지난탓에 노루귀를 만나리라고는 기대를 안 했는데 아주 반가웠다.
오랜만에 꽃들과 눈맞춤을 하니 막혀있던 체증이 뚫어지는 것 같다. 여리지만 강한 저들의 생명력을 통해 나는 에너지를 얻는다. 자세히 보면 아무리 작은 풀꽃이라도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