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감자꽃

샌. 2007. 2. 21. 15:39



작은 텃밭에다 감자를 심고 때가 되어 감자꽃이 피었을 때 무척 기뻤다. 내가 직접심은 것이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게 되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 송이 감자꽃은 볼품 없을지 몰라도 감자를 키우는 농부에게는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일 것이다.

 

밭 작물로 이용되는 식물들은 인간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는다. 그 대신에 사랑을 받는 그만큼수난을 받아야 한다. 고향에서는 사과나무를 많이 키우는데 제대로 키가 크지 못하고 온통 농약 범벅이 된 채 난장이 나무를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인간의 손길을 타는 만큼 하늘이 준 순리대로의 성장을 하지는 못한다.

 

감자꽃이 피니까 이웃 아주머니가 감자꽃을 따주어야 감자 열매가 영근다며 꽃을 꺾어주라고 했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오직 땅 속의 열매인 것이다. 그러나 감자의 입장에서는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는 목적이 있다. 인간의 보살핌을 받는 대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무참히 꺾여지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감자꽃을 자를 수는 없었다. 저 들판에서 아무 간섭 없이 자라는 꿈을 감자는 꾸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넓은 감자밭에서 하얗게 피어난 감자꽃은 아름답다. 그리고 감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난한 자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고마운 식량이었다. 농촌 들녘을 지날 때 감자꽃을 만나게 되거든 발길을 멈추고 눈맞춤이라도 하자. 감자꽃은 다른 어느 꽃보다도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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