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호박꽃

샌. 2007. 1. 18. 16:52



호박꽃을 닮았았다는 말은 못 생겼다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래서 '호박꽃도 꽃이냐'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꽃 입장에서는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꽃이건만 꽃 대접을 받지 못하니 말이다. 물론 호박꽃은 사람들이 무슨말을 하건 무슨 생각을 하건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꽃은 절대로 주눅드는 법이 없다.

 

터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호박을 길렀다. 호박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호박꽃이 못 생겼다는 따위의 말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장미나 백합의 아름다움이 있듯 호박꽃은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거름을 주고, 호박이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볼 때 호박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아침에 꽃잎을 열기 시작할 때이다. 그때 호박꽃은 하늘의 별을 닮았다. 별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 있지만 실제로 가장 별을 닮은 꽃은 이른 아침 무렵의 호박꽃이다. 사진도 그때의 모습을 찍어본 것이다.

 

어릴 때는 호박꽃을 가지고 이런 장난을 하기도 했다. 호박꽃 안으로 벌이 들어가면 살금살금 다가가 꽃잎을 오므려서 벌을 가둔다. 벌이 들어있는 호박꽃을 귀에 갖다대면 윙윙 거리는 소리가 간지럽기도 하고 스릴이있었다. 아마 벌을 잡는 재미에 그랬을 것이다. 당시는 곤충을 비롯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장난감이었다.

 

비록 못 생겼다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호박꽃은 그 넉넉하고 여유있는 모양새가 좋다. 마치 마음씨 넓고 후덕한 시골 아주머니를 닮았다. 그래서 호박꽃은 푸근하고 인정 넘치는 옛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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