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변산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다

샌. 2007. 3. 1. 17:20



내 한 해는 변산 아가씨와의 데이트로 시작된다. 변산 아가씨는 통상 변산바람꽃을 부르는 애칭이다. 오늘도 Y 형과 같이그녀와의 수리산 속 밀회 장소로 나갔다. 작년보다는 10여 일 정도 빠른 편이다. 이미이곳도 소문이 난 탓인지 여러 사람들이 그녀와의 눈맞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고운 맵시는 여전했다. 그러나 왜 하필 등산로 바로 옆에 터를 잡았는지 오가는 사람들의 등쌀에 그녀의 모습이 올해는 더욱피곤해 보였다.

 

옆에서 Y 형이 꽃잎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꽃받침이라고 일러주었다. 꽃잎은 보일락 말락하며 따로 달려있다. 꽃을 심미적으로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도 이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담으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대단하다. 예쁜 꽃이 있으면 좀체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어느 사람 뒤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전혀 일어날 기색이 없어 포기했다. 도리어 "저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때까지 비키지 않을 겁니다"라고 오금을 박는다. 그 집착이 존경스럽지만 이웃을 배려할 줄 모르는 마음씨로 좋은 꽃사진을 찍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산 정상부까지 등산을 하고 내려가는 길에 꽃이 있을 성 싶은 계곡에 들어섰다가 한 무더기의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발견했다. Y 형은 내 예지력을 칭찬해 주었다. 변산 아가씨의 향기가 나를 끌었다고 변명했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만남이 특별했다. 이 꽃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이곳은 다른 사람들이 전혀 모를 것이다. 맑고 고운 변산 아가씨의 첫 번째 데이트 상대가 나라는 사실이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년을 기약하며 내려오는 하산길이 더욱 가볍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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