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42

수세미오이

현대식 수세미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수세미오이는 보기 어렵게 되었다. 초가 지붕에 박이나 수세미오이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광경은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풍경이었다. 언젠가 어린이대공원에 갔을 때 이 수세미오이를 보았다. 아치형으로 터널을 만들어 놓고 박 종류의 덩굴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그중에는 뱀처럼 길고 구불구불하게 생긴 것도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요사이 박 종류는 주로 열매를 보는 관상용으로 기른다. 꽃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소박하고 털털한 모습은 우리 농촌의 정서와 딱 맞아 보인다. 수세미오이는 박과의 한해살이 풀이다. 노란꽃이 피고 가을에 긴 수세미오이가 열린다. 누렇게 익으면 말려서 질긴 섬유질의 껍질로 수세미를 만들어 썼다. 이제 옛 수세미의 자리는 스펀지나 금속 제품이 대신하고 있다. ..

꽃들의향기 2008.09.30

옥잠화

옥잠화(玉簪花)는 옥비녀 모양의 꽃이라는 뜻이다. 활짝피기 전의 꽃봉오리가옥으로 만든비녀를 닮았다. 사실 꽃이 핀 뒤의 모양보다도 피기 전이 훨씬 더인상적이고 귀엽다.눈부시게 하얀 꽃잎은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순결해 보인다. 또한 광택이 나는 진한 녹색의 넓은 잎도 특징적이다. 잎만 본다면 비비추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옥잠화와 비비추는 사촌 사이쯤 될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비녀를 모를 것이다. 우리가 자랄 때는 여인들이 긴 머리를 뒤에서 말아 비녀로 고정시켰다. 여인네들이 작은 거울을 앞에 두고 머리를 정성스레 빗는 모습이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외할머니는 머리가 부족해지니 가발을 덧대어 비녀를 꽂았다. 그때 내가 본 비녀는 전부 구릿빛이 났다. 들어보면 아주 가벼웠는데 아마 ..

꽃들의향기 2008.09.25

풍접초

고향집 올해의 꽃은 풍접초다. 어머니가 가꾸시는 화단의 꽃은 주종이 매해 변한다. 작년에는 설악초가 하얗게 화단을 뒤덮더니 올해는 풍접초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다. 이번에 고향집 마당에 들어설 때 맨 먼저 반겨준 것이 풍접초였다. 풍접초(風蝶草)는 나비를 닮았다. 꽃잎과 긴 꽃술이 나비를 연상시키고, 꽃 전체로는 마치 여러 마리의 나비가 함께 앉아 있는 것 같다. 너무나 간절히 나비를 기다리다 보니 꽃 모양도 나비를 닮았는가 보다. 풍접초라는 이름 그대로 바람에 흔들리는 꽃은날개짓하는 나비를 보는 것 같다.풍접초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인데 꽃은 화려하면서도 색깔이 은은하다. 열정적이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08.08.06

다알리아

다알리아는 멕시코 원산의 꽃이다. 유럽 사람들이 장미, 튜립과 함게 다알리아를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개화기에 들어왔는데, 지금 화단에서 보는 많은 꽃들이 그 시기에 대부분 전해졌다. 가끔 1800년대 이전의 우리들 화단에는 무슨 꽃들이 있었을까 상상해 보는데 아마 지금의 꽃 종류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꽃들 중에 다알리아는 들어있지않다. 고향에서는 다알리아를 별로 기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일전에 동료가 가르쳐주지 않았으면 다알리아인지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꽃은 화려하고 예쁘면서 품위도 있다. 원래는 꽃잎이 8 장이었다는데 지금은 겹꽃이 많이 개발되어 아주 다양해졌다. 꽃 색깔도 또한 여러 가지로 다양하다. 꽃말이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합니다' '당..

꽃들의향기 2008.07.28

쑥갓꽃

식탁에 오르는 쑥갓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른 채소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우선 먹는 데는 신경을 쓰지만 꽃에는 대개 무관심하다. 그런데 의외로 채소들 꽃도 예쁘다. 이 쑥갓도 서양에서는 관상용 화훼로 주로 기른다고 한다. 그럴 만큼 쑥갓꽃은 충분히 예쁘다. 일부러 쑥갓꽃을 보기 위해 만든 화단인지 여기는 노란색과 흰색, 그리고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쑥갓꽃들이 화원을 이루고 있었다. 이 정도로 자라면 쑥갓도 억세져서 먹기는 힘들 것이다. 쑥갓은 국화과라는데 꽃 모양에서도 국화의 특성이 보인다. 그런데 노란 꽃은 작은 해바라기 같기도 하다. 나중에 쑥갓을 기르게 되면 일부는 꽃을 볼 수 있도록 남겨둬야겠다.그때는 채소밭이 예쁜 화단으로 변할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8.07.15

수레국화

요사이도시 공원의 화단에서 이 수레국화를 자주 만난다. 전부터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눈에는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띈다. 유럽의 지중해 원산인데 원예종으로 우리나라에까지 보급되고 있지 않나 싶다. 국화과지만 꽃의 모양은 국화를 닮았다기보다는 카네이션에 가깝고, 꽃이 피는 시기도 여름이다. 주로 보라색을 많이 보았으나 그 외에도 흰색, 분홍색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 수레국화는 독일의 나라꽃이라고 한다. 밑은 고흐의 '수레국화, 데이지, 양귀비, 카네이션이 담긴 화병'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붉은색의 양귀비와 흰색의 데이지 사이에 있는 수레국화를 그림에서도 볼 수 있다.

꽃들의향기 2008.07.09

안개초

안개초와 안개꽃은 다르다. 꽃다발을 만들거나 꽃꽂이을 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안개꽃은 숙근안개초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안개꽃은 다년생이라는 뜻이다. 이런 안개초의 종류만도 1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안개꽃은 꽃이 작고 겹꽃이지만, 안개초는 꽃이 크고 홑꽃이다. 멀리서 군락으로 자라는 모습은 둘 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지만,가까이 가서 보면 둘은 꽃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안개초는 안개꽃에 비해 꽃이 크면서형태가 뚜렷하다. 넓은 들판에서 하얗게 핀 안개초는 환상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초 종류는 낱개로 보다는 집단을 이루어야 아름답다. 1+1을 하면 둘이 아니라 백의 효과가 나온다. 그런 것이 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가슴 속의 작은 희망들이 모이고 모이면 세상을 움직..

꽃들의향기 2008.06.12

꽃양귀비

양귀비는 식물 속에 들어있는 마약 성분 때문에 재배가 금지되어 있다. 예쁜 꽃을 보고 싶어도 드러내놓고 심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꽃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제거된 원예종이다. 그래서 개양귀비라고도 부른다. 꽃은 비슷하지만 줄기나 꽃봉오리에 털이 있다는 점이 양귀비와 다르다. 양귀비는 키도 더 크고 털도 없다. 양귀비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달리 유럽 동부가 원산지다. 7 세기에 당나라에 들어왔고, 우리나라에는고려 시대 쯤 들어오지 않았나 추정한다. 이 식물에서 나오는 아편 성분을 민간에서는 진통제나 병 치료로 많이 이용했다.그런데 양귀비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명칭이라고 한다. 꽃은 그 이름만큼이나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아마 꽃이름에 사람 이름이 붙은 것은 양귀비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꽃은붉..

꽃들의향기 2008.06.02

심학산의 꽃

경기도 파주에 있는 심학산 자락에 돌곶이마을이 있다.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파주시 교하읍 서패리이다. 이 돌곶이마을이 지금 온통 꽃으로 덮여 있다. 이번주 토요일부터는 꽃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다른 꽃축제장과 다른 점이 산과 마을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이용한 점이다. 심학산을 포함해서 마을 둘레에 있는 논과 밭을 꽃밭으로 활용했다. 어제는 내리던 비가 오후에 그쳐서심학산을 찾았다. 자유로를 이용하니 3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축제 개시3 일 전이라 주변은 오픈 준비에 분주했다. 그러나 아직 찾는 사람이 적어 한가로이 꽃구경 하기에는 도리어 더 좋았다.심학산을 중심으로 마을 둘레 약 6만 평에 야생화를 심었다는데 규모가 대단했다. 마을의 골목길을 걸어다니며 꽃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심학산..

꽃들의향기 2008.05.29

튤립나무

튤립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영어 이름이 'Tulip tree'이니 그냥 튤립나무라고 불린다. 우리 말로는 백합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철에 나무에 피는 꽃이 무척 아름답다. 꽃모양이 꼭 튤립을 닮았는데 미색에다 꽃이 커서 우아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로수를 심기 시작한 것은 1895년 경이었다. 그때 서양에서 들어온 나무들이 버즘나무, 양버들, 미루나무, 그리고 튤립나무였다. 앞의 나무들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튤립나무는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생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의 질이 좋아 여러가지로 유용한 나무라고 한다. 꽃이 피면 관상용으로도 그만이다. 경복궁 동편 주차장 둘레에 이 튤립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다. 잎 사이에 핀 꽃이 마치 작은 등이 달려있는 것..

꽃들의향기 2008.05.23

붉은인동

인동을 중국에서는 인동초(忍冬草)라고 하는데, 인동은 풀이 아니고 덩굴로 자라는 나무다. 두 꽃이 한 쌍을 이루며한 나무에 흰색과 노란색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인동은 우리 선조들도 주목했는지 고구려 벽화에도 인동 무늬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붉은인동은 수원천에서 올해 처음 보았다. 붉은인동은 인동과는 꽃의 생김새가 다르다. 꽃 하나의 모양은 같으나 붉은인동은 이런 꽃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다. 인동이 야생의 소박한 느낌이 든다면, 붉은인동은 마치 원예종으로 개량된 듯 사람의 눈을 끈다. 색깔이 화려하면서 꽃이 탐스러우며, 인동보다는 더 일찍 꽃이 피는 것 같다. 어제는 주택가에서도 벽을 타고 오르는 이 붉은인동을 만났다. 덩굴이 2층까지 올라가며진홍빛의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중에 ..

꽃들의향기 2008.05.20

줄딸기

숲길을 걷다가 길 옆에 빨갛게 익어 있는산딸기를 따먹는 맛은 누구나 잊지 못할 것이다. 야생 딸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보통 산딸기로 부른다. 그 야생 딸기들 중에 덩굴을 뻗어가며 자라는 줄딸기가 있다. 또는 덩굴딸기로 불린다. 다른 딸기들은 대개 관목 형태지만 줄딸기는 이름 그대로 길게 덩굴을 뻗는다. 빨간 열매는 여름에 달리지만 꽃은 지금 핀다. 꽃은 연분홍색에 약간 흐트러진 모양새다. 요즈음 같은 때 산기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꽃들의향기 2008.05.15

죽도화

죽도화는 황매화의 일종인데 꽃잎이 여러 장 겹쳐서 탐스럽게 핀다. 그래서 겹황매화라고도 불린다. 황매화와는 분위기가 또 달라 화단을 가꾸는 사람들의 봄꽃으로 사랑 받는 꽃이다. 노란색이 따스한 느낌을 주지만너무 밝은 노란색은 사람 정신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죽도화도 밝은 노란색으로 인해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그러나 꽃이 너무 많이 있으면 번잡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화단에는 조금만 심어서 봄의 포인트를 내는 것이 좋다. 특히 그늘진 곳에서는 그 효과가 배가된다. 죽도화가 피면 온 마당이 환해지기 때문이다.

꽃들의향기 2008.05.02

황매화

황매화는 장미과의 관목이다. 꽃이 매화와 비슷하다고 해서 황매화라 불리는데 사실매화와는 거리가 먼 나무다.내가 보기에는 꽃에서도 매화의 이미지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녹색 줄기가 밀집해서 나고 거기에 노란 꽃이 무수히 달린다. 멀리에서도사람의 시선을 흡인하는 꽃이다. 집 정원이나 화단에 황매화가 있으면 봄이 화려해질 만하다. 황매화는 봄기운에 함빡 빠지게 하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08.05.02

만첩홍매화

홍매화 중에서도 꽃잎이 겹으로 피어나는 만첩홍매화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너무나 밝고 붉어서 가까이 가면 불에 데이는듯 뜨거운 열기에 휩싸일 것만 같다. 그래서 고전적인 매화의 이미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은은하고 담백한 맛과는거리가 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화려하고 원색적인 꽃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꽃은 가까이서보다는 멀리서 볼 때면 그런 대로 괜찮다. 그러고보니 매화라고 불리는 꽃에도 종류가 많다. 색깔에 따라 이름이 붙었는데, 흰매화, 청매화, 황매화, 홍매화에 겹꽃들까지 보태진다. 어느 색깔이든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다만 꽃을 바라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오의 감정이 다를 뿐이다. 꽃은 사람을 의식해서 자신을 이쁘게 단장하는 것이 아니다.

꽃들의향기 2008.04.26

탱자꽃

탱자나무를 보면 누구나 한 가지 쯤의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것 같다. 그런 추억이 별로 없는 나 같은 경우 탱자나무를 보면 일부러라도 그런 기억 하나쯤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니 하물며 탱자나무 울타리 집에서 살았던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싶다.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이 탱자나무에 대한 기억을 선명히 얘기할 때면 나는 괜히 부러워진다. 경복궁 화단에서 탱자꽃을 처음 보았다. 순백의 큰 꽃이었다. 어찌 보면 온통 가시로 된 나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게 희고 컸다. 그러나 식물의 가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그것은 상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용이기 때문이다. 해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절대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므로 식물의 가시는 동물의 이빨과는 다르다. 나는 그것을 수동의 미라고 부르고..

꽃들의향기 2008.04.18

국립현충원 수양벚꽃

수양벚나무는 오래될수록 멋있고 운치가 있다. 또한 수양벚나무는 나무 아래서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아야 아름답다. 마치 하늘에서 분홍빛 불꽃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장관에 절로 탄성이 난다. 수양벚나무는 능수벚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름 그대로 벚나무와 능수버들을 합친 듯한 나무다. 그러므로 물가에 서있는 수양벚나무는 더욱 분위기가 난다. 나는 올 봄이 되어서야 수양벚나무를 주목하게 되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오래된 수양벚나무가 여럿 있어 봄이면 장관을 이룬다. 수양벚꽃은 일반 벚꽃에 비해 크기가 작고 연분홍 색깔이 난다. 왕벚꽃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지만 아기자기한 봄 분위기를 돋구는 데는 수양벚꽃 쪽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 수양벚나무 줄기는 탄성이 좋아 옛날에는 활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꽃들의향기 2008.04.15

중랑천 벚꽃길

40 년 정도 서울에서 사는 동안 중랑천변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 중랑천 좌우쪽 동네인 면목동과 장안동에서 20 년 가까이 살았으니 말이다. 1970 년대 초에 면목동으로 이사갔을 때는 청량리 쪽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없어서 멀리 중랑교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배를 타고 중랑천을 건너야 했다. 지금의 중랑천 주변은 그때에 비하면 상전벽해가 되었다. 중랑천 둑이 만들어지고 벚나무를 심은 것이 70 년대 후반에서 80 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는 이 중랑천 둑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얘기다. 당시의 벚나무는 심은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 키 높이 정도로 어렸다. 피는 벚꽃도 풍성하지 않아 별로 볼 품이 없었다. 그 중랑천 벚꽃길을 오랜만에 찾아가 보았다..

꽃들의향기 2008.04.11

목련

목련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자생하고 있는 우리의 꽃나무다. 흔히 보는 중국 원산의 백목련과 비슷해 처음에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목련이 많이 심어져 있어 이번 봄에는 목련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목련과 백목련은 겉으로 보아서 대략 이렇게 비교할 수 있다. 목련은 꽃의 크기가 백목련에 비해서 작다. 꽃이 핀 모양도 목련은 꽃잎이 활짝 젖혀진다. 그리고 목련은 꽃잎 사이에 빈 간격이 있는데, 백목련은 큰 꽃잎이 서로 겹쳐져 있다. 또한 목련은 꽃잎 뒤에 선연한 분훙색 줄이 나 있어서 백목련과 구별이 된다. 꽃이 피어 있는 나무가 풍기는 분위기는 목련과 백목련이 다르다. 거기에는 말로 딱 잡아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목련을 보면 "아하, 역시 우리 꽃은 분..

꽃들의향기 2008.04.08

백목련

봄의 여왕은 뭐니뭐니해도 백목련이다. 나무가 온통 유백색의 흰꽃으로 뒤덮인 모습은 우리가 만나는 봄의 풍경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 있는백목련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백목련에서는 맑고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가 느껴진다.정원이 있는 집이라면 대개 이 백목련 한 그루 쯤은기르고 있다. 백목련의 이름은 예로부터 여러가지로 불리었다. 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할 때의 뾰족한 모습이 붓과 같다 하여 목필(木筆), 꽃봉오리들이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이 있는 북쪽을 향한다고 북향화(北向花), 꽃 하나하나가 옥돌처럼 아름답다고 옥수(玉樹), 꽃잎 한 장 한 장이 향기의 조각이라는 뜻의 향린(香鱗), 눈이 내리는 데도 봄을 부른다 하여 근설영춘(近雪迎春), 난초처럼 아름다운 나무라 하여 목란(木蘭..

꽃들의향기 2008.04.08

교정의 봄꽃

2008. 4. 4. 11:30, 점심을 하러 식당으로 가는 길에 만난 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이곳에서 만난 다섯 번째의 봄, 여기에서 누리는 축복 중의 하나는 풀이나 나무 친구들과 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꽃은 매해 그 자리에서 똑 같이 피어나고 다시 만나건만, 봄이 오면 늘 처음인 듯 새롭고 반갑다. 귀한 꽃이든, 발에 채일 듯 흔한 꽃이든 반가웁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 곁을 찾아온 꽃들, 나는 그들의 모습에 눈이 부시고, 고운 빛깔에 마음이 흔들린다.

꽃들의향기 2008.04.04

회양목꽃

회양목꽃은 소리소문 없이 핀다. 꽃의 색깔도 잎과 비슷한 연녹색이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이 피어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나간다. 더구나 꽃잎 조차 없으니 더더욱 드러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아내가 회양목꽃을 처음 보았다고 놀라면서 반가워하는 것을 보고 이 꽃을 모르는 사람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양목꽃은3 월 중순부터 볼 수 있으니 무척 빨리 핀다. 보기와 달리 향기도 진하다. 여주 생활을 할 때 안마당과의 경계를 위해 회양목을 심은 적이 있었다. 그때 회양목에 생기는 벌레를 감당하지 못해 나중에는 전부 베어내야 했다. 그만큼 이 나무에는 벌과 벌레를 유혹하는 물질이 많은 것 같다. 회양목꽃은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래도 항상 그 자리에서 소박한 꽃을 ..

꽃들의향기 2008.03.25

산책길에 만난 봄꽃

원래 허약한 체질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나마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평소 생활에서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음을 하게 되면 반드시 며칠 동안은 푹 쉰다. '골골 팔십'이라는 옛말이 있듯 몸이 약한 사람은 무리를 할래야 할 수가 없으므로 도리어 건강한 사람보다 장수하게 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냉정하다고 말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건강을 생각한다기보다는 몸이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이가들면 주량도 줄어드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겠다. 전날 고량주 두 병과 맥주 한 병을 마신 것에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만취가 되었다. 덕분에 연휴 이틀을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밝은 봄햇살의 유혹 또한 ..

꽃들의향기 2008.03.22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다

계곡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있고 산은 낙엽으로 덮여있는데 변산바람꽃은 무엇이 급한지 먼저 꽃대를 올리고 희고 여린 꽃을 피운다. 3 월이지만 아직 겨울의 한기가 남아있는 산속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의 모습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 수리산의 그곳으로 가서 변산바람꽃을 만났다. 찾은 때가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었는데도 변산바람꽃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 대부분이 작은 꽃봉오리 상태였다. 늦은 오후여서인지 스산하기까지 한 초봄의 산속에서 꽃잎을 연 몇 아씨들의 모습은 전에 만났을 때의 생기와 아름다움에는 못 미쳤다. 올해의 변산아씨는 더욱 여리고 안스럽게 보였다. 변산바람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같이 간 동료는 처음 ..

꽃들의향기 2008.03.12

까실쑥부쟁이

지난 가을에 만났던 까실쑥부쟁이다. 동행했던 K 형이 가르쳐주어서 알게 된 꽃인데, 사실 난 아직 쑥부쟁이 종류를 구분할 능력이 없다. 그저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 정도를 감각적으로 다르게 느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니 개쑥부쟁이, 참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는잎쑥부쟁이 등 쑥부쟁이의 종류를 분간할 수준은 아직 멀었다. 그때 만난 까실쑥부쟁이는 탐스러운 노란 수술에 뒤로 발랑 젖혀진 꽃잎이 인상적이었다. 까실쑥부쟁이는 개화 시기가 짧은지 제대로 만개한 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형이 말해 주었다. 그리고 '까실'이라는 이름은 줄기에 나 있는 털을 손으로 만질 때의느낌을 옮긴 것으로 생각된다. 꽃사진을 보면 그 사진을 찍었을 때의 정경이 떠올라 흐뭇해진다. 꽃을 만날 때 화 내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

꽃들의향기 2008.01.15

보풀

수생식물의 꽃은 대체로 크기가 작고 풀잎 사이에 가려있어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무척 아름답다. 보풀 역시 마찬가지다. 얇은 흰색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무척 아름다운 곱고 귀여운 꽃이다. 특히 탁하고 어지러운 배경 가운데 피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보풀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옷 같은데 생기는 잔털을 연상할 것이다. 그것과 이 꽃이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보풀은 아마 '보(?)의 풀'이라는 뜻일 것이라고추측을 해 본다. 보풀의 특징은 잎의 모양에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세 가닥으로 길게 갈라진 잎은 다른 식물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특이하다. 비슷한 것으로 벗풀이 있는데, 둘은 서로 크기가 다를 뿐 비슷하게 생겼다.

꽃들의향기 2008.01.07

자라풀

자라풀의 꽃잎은 잠자리 날개처럼, 하얀 모시적삼처럼 곱고도 투명하다. 꽃잎 뒤로 풍경이 비쳐 보이는 것만 같다. 꽃잎을 한 번 만져보고 싶은데 물 가운데에 있어서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자라풀은 물 위에 떠서 살아가는 부유식물이다. 연못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주변의 배경에 대해서 꽃의 흰색은 단연 눈에 띈다. 그만큼 곱고 깨끗하다. 꽃의 이미지와 자라풀이라는이름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 이름은 잎의 뒷모양이 자라등을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물 위에서 피는 꽃은 연꽃 말고도 이렇게 고운 꽃들이 많다. 대개 꽃이 작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이 보지 못하는 이런 꽃들을 만나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꽃들의향기 2007.12.05

일본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는 나무도 작고 꽃도 아기자기하다. 한 마디로 무척 앙증맞고 귀여운 나무다. 그런데 이 나무의 꽃을 처음 보고 놀라웠던 것은 흰색과 분홍색 등 여러 색깔의 꽃이 같이 피어있는 것이었다. 한 꽃에도 두 색이 동시에 보이기도 한다. 아마 꽃이 피는 과정에서 색깔이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 보통 우리가 보는 조팝나무는 전체적으로 흰색이고, 꼬리조팝나무는 분홍색이다. 나무에 일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이 원산지이거나 아니면 일본에서 개량한 종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이 나무와 꽃을 보면 일본적인 느낌이 든다. 꽃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볼 수 있으며, 특히 작고 아담한 정원에 심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꽃들의향기 2007.11.28

가막사리

가막사리는 물가를 좋아한다. 꽃이 지고 나서 생긴 씨에는 침 같은 돌기가 있어 사람의 옷이나 동물 피부에 붙어 씨를 퍼뜨린다. 가을에 들길을 가다 보면 바지에 까만 씨가 많이 붙어 있었다. 예전에 식물을 충매화, 풍매화 하며 외웠던 기억이 난다. 번식의 본능이 갖가지 방법으로 씨를 퍼뜨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가막사리보다는 미국가막사리가 더 자주 눈에 띈다. 미국가막사리는 줄기가 검어서 가막사리와 쉽게 구별 된다. 이 외래종의 번식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를 따라 여기까지 왔구나 달빛, 갈대밭에서 울먹이며 뒤따라와도 그냥 뿌리치고 떠나왔는데 잠깐 달빛 그늘에 홀려 눈길 한번 주었기로 가막사리야, 같이 가자고 바짓자락에 매달려 먼 길 왔구나 어쩔거나 도둑놈의 갈고리야, 왕촌..

꽃들의향기 2007.10.24

나도미꾸리낚시

미꾸리낚시는 얼핏 보면 고마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꽃 모양이나 줄기 길이의 차이로인해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꽃은 고마리에 비해작고 엉성해 보이지만, 줄기는 훨씬 길다. 그리고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 것도 다르다. 미꾸리낚시라는 이름과 같이 전체적인 모양은 마치 고기를 잡기 위해낚싯대를 드리워 놓은 것 같다. 수초가 많은 물가에 미꾸라지가 많이 모여들므로 미꾸리낚시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미꾸리낚시에는 종류가 많은데 이놈은 잎의 모양으로 보아 나도미꾸리낚시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구분에는 자신이 없다.그보다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미꾸리낚시 종류는 꽃은 작아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홍빛 색깔이 여간 고운 게 아니다. 그런..

꽃들의향기 2007.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