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다

샌. 2008. 3. 12. 11:06



계곡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있고 산은 낙엽으로 덮여있는데 변산바람꽃은 무엇이 급한지 먼저 꽃대를 올리고 희고 여린 꽃을 피운다. 3 월이지만 아직 겨울의 한기가 남아있는 산속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의 모습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 수리산의 그곳으로 가서 변산바람꽃을 만났다. 찾은 때가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었는데도 변산바람꽃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 대부분이 작은 꽃봉오리 상태였다. 늦은 오후여서인지 스산하기까지 한 초봄의 산속에서 꽃잎을 연 몇 아씨들의 모습은 전에 만났을 때의 생기와 아름다움에는 못 미쳤다. 올해의 변산아씨는 더욱 여리고 안스럽게 보였다.

 

변산바람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같이 간 동료는 처음 만난 변산아씨에 매료되었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마른 낙엽 사이에서 이런 꽃이 피어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말했다. 봄꽃이 이리도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어 행복하다고....

 



변산아씨와의 만남은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관심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꽃, 물론 꽃이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피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내년에도 수리산의 변산아씨는 나를 기다릴 것만 같다. 그것은 내 착각이어도 괜찮다. 그녀를 만나는기쁨이 나만의 작은 행복 중 하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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