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큰꽃으아리

샌. 2007. 6. 13. 12:35



산길을 걷다가 뒤에서 따라오던 K 형이 "와-"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얼른 뒤돌아가 보니 바로 이 큰꽃으아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내 입에서도 거의 같은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우리 둘 다 큰꽃으아리는 도감으로만 보다가 실물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큰꽃으아리는 으아리와 같은 덩굴식물이지만 꽃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이렇게 만개한 깨끗한 꽃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행운이 우리를 찾아준 것이다.

 

큰꽃으아리[Lilac Clematis]는 이름 그대로 꽃이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러면서도 헤푸지 않은 옥색의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이 꽃을 숲속의 미인이라고 불렀는데 정말 그렇다. 나는 이 꽃을 보면서 보름달 같이 환하고 아름다운 미인이 연상되었다.

 

마침 이 꽃을 제목으로 하는 시 한 편을 찾았다.

 

컴컴한 세상

흔들리는 가지에 등불을 걸면

진한 그림자도 엷어지겠지

이리 휘어 감고 저리 휘감다 보면

세월이야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육신의 고통도 잊어지겠지

그렇게 꽃을 피우는 거지

아프게 사는 생명이 어디 한둘이던가

휘이청 덩굴지는 세월 위에서

이 가지 저 가지마다

온몸이 아파도

마음은 평화의 꽃을 피우는 거지

아픔을 알아야

밝은 얼굴에 뜨는 하얀 웃음이

꽃이라는 걸 볼 수 있겠지

연꽃이 물에서만 피던가

수련으로 축축한 세상을 아우르고

목련으로 공중을 어루만지듯이

덩굴 위에서도 큰 꽃을 피워

으아리지는 온 누리

자비광명을 밝히는 것이지

 

- 큰꽃으아리 / 김승기

'꽃들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미밀망  (0) 2007.06.19
꽃개회나무  (0) 2007.06.15
으아리  (0) 2007.06.12
산딸나무  (0) 2007.06.08
광릉골무꽃  (0) 2007.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