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꽃개회나무

샌. 2007. 6. 15. 14:57



지난 번 K 형과 같이 고대산에 올랐을 때 산 정상부에서 이 꽃개회나무를 발견하고 무척 기뻤다. 마침 꽃도 활짝 만개해서 그 아름다운 야생의 자태를맘껏 구경할 수 있었다. 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위험을 무릎쓰고 나무 가까이 가서 꽃향기도 맡아 보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꽃개회인지 털개회인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뒤에 도감을 찾아보고 둘이서 꽃개회나무로 결론을 내렸다.

 

이 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털개회나무, 개회나무, 수수꽃다리가 있는데 이들을 합쳐 정향(丁香)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서양식 이름으로는 다들 라일락에 해당되는 나무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스킴라일락[Syringa patula Miss Kim]'에 관계된 아픈 사연이 있다.

 

해방 직후 미 군정에서 원예가로 일하던 미더 교수가 북한산을 오르다가 백운대 절벽 바위 틈에서 털개회나무를 발견했다. 마침 겨울이었는데 작은 가지와 꼬투리를 보고 라일락임을 알아챈 교수는씨앗을 채집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자란 나무가 여름 내내 병에 끄떡없이 짙은 초록을 유지하고, 가을에는 포도주처럼 붉은 빛을 띠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교수는 이 나무에 당시 알고 있던 한국 여자를 부르던 이름인 미스킴을 붙여 '미스킴라일락'이라고 했다. 그후 꽃이 많이 열리도록 개량된 '미스킴라일락'은 1954년 세상에 나와 지금은 세계 라일락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우리의 토종 라일락이 이제는 역수입되어 우리 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풀이나 나무에 무슨 나라 구별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우리 토종 나무를 지켜내지 못한 일은 슬픈 일이다. 마치 귀한 우리 문화유산을 외국에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일은 과거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많은 토종 씨앗들이 경쟁의 대열 속에서 외국산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자연 자원을 지금 이 시대의 가치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꽃개회나무는 한국 특산으로 해발 700m 이상 되는 산에서 자생한다. 이 나무는 우리가 통상 보는 라일락에 비해 나무도 작고 아담하며 꽃도 수수하다. 그러나 향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정말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서양꽃들 보다는 힘들더라도 우리 꽃나무들을 찾아서 구해 길렀으면 좋겠다. 동시에 일반인들이 쉽게 우리 나무를 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꽃들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끈끈이대나물  (0) 2007.06.27
할미밀망  (0) 2007.06.19
큰꽃으아리  (0) 2007.06.13
으아리  (0) 2007.06.12
산딸나무  (0)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