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연꽃

샌. 2005. 8. 5. 09:37


고창에서 해리로 가다 보면 길옆에 작은 연못이 있다.

지금 이곳은 연꽃이 만개하고 있어서 무심코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하고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안쪽에는 정자도 있고, 더 들어가면 산 아래에는 농촌 마을이 있는데 이 연꽃 연못으로 인하여 마을은 다른 곳과 달리 뭔가 예술적인 분위기가 난다.

저 마을에는 연꽃의 운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불교의 아름다운 설화인 염화시중(拈花示衆)의 이야기에 나오는 꽃은 아마 연꽃이었을 것이다. 부처님이 말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또한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자라면서도 그 꽃만은 맑고 깨끗해서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정신을 나타낸다.

그러나 꼭 불교와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연꽃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꽃이다. 거기에는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함이 있다.


‘진흙에서 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정(淨)한 물에 맑게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네. 속은 허허롭게 비우고도 겉모습은 꼿꼿이 서서, 넝쿨지지도 않고 잔가지 같은 것도 치지 않네. 향기는 멀수록 더 맑으며, 정정하고 깨끗한 몸가짐, 높이 우뚝 섰으니 멀리서 우러러볼 뿐, 가까이서 감히 어루만지며 희롱할 수는 없어라.’


우리가 볼 수 있는 연꽃에는 붉은색의 홍련(紅蓮)과 흰색의 백련(白蓮)이 있다. 홍련의 밝고 환한 모습, 백련의 순결한 표정 모두 나름대로 특징이 있어 보인다.

연꽃은 향기가 진해서 차에 연꽃잎을 넣어 우려내어 마시는 연향차(蓮香茶)가 있고, 호사가들은 새벽녘에 연꽃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서 마신다고도 한다.



7, 8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연꽃축제가 열리고 연꽃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인 연꽃 축제장에서가 아니라 이렇게 시골의 작은 연못에서 호젓하게 만나게 되는 연꽃이야말로 나에게는 더 귀하고 반갑다.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죽고 사는 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들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 연꽃 구경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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