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25

관곡지 연꽃(2020)

11년 만에 찾아간 시흥 관곡지(官谷池) 연꽃... 관곡지는 역사가 오래된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농학자인 강희맹이 세조 9년에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남경의 연꽃씨를 채취해 이곳 연못에 심었다고 한다. 관곡지는 아직 연꽃이 만개하지 않은 듯하다. 꽃보다는 봉오리 상태가 훨씬 많았다. 올 7월에는 양평 세미원, 전주 덕진공원, 부여 궁남지, 시흥 관곡지 등 연꽃으로 유명한 네 군데를 모두 다녀 보았다. 아기자기한 면에서는 궁남지 연꽃이 최고였다. 그에 비하면 관곡지는 좀 밋밋한 편이다.

꽃들의향기 2020.07.21

궁남지 연꽃(2020)

전주에서 올라오는 길에 연꽃을 보러 부여 궁남지에 들렀다. 3년 만이다. 며칠간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날이었다. 궁남지(宮南池)는 백제 사비시대에 만든 인공 연못이다. 에 보면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되는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때에도 연꽃을 심었는지는 모르겠다. 궁남지 연꽃은 주변의 버드나무와 어울리면서 꽃밭 사이로 산책로가 잘 나 있어 연꽃을 즐기기에는 조건이 좋다. 연꽃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똑딱이를 가지고 주로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찍어 보았다.

꽃들의향기 2020.07.18

덕진공원 연꽃(2020)

장마중에 전주 덕진공원을 찾았다. 계속 내리는 비로 개화한 연꽃은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드물었다. 새로 피어나는 꽃봉오리만 변함 없이 씩씩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에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덕진공원 연꽃은 호수 전체를 뒤덮고 있다. 옛날에는 호수에서 보트놀이를 했는데 이제는 그럴 공간이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 덕진공원 호수 가운데를 가르지르는 연화교가 철거되고 새 다리가 건설중이다. 옛 다리는 너무 노후해서 현대적 디자인의 새 다리를 만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0.07.17

수박꽃

동네를 산책하던 중 안 다니던 길로 들어섰다가 수박밭을 만났다. 수박밭을 보는 게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다. 갑자기 유년의 한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요사이 수박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거로 아는데 여기는 옛 방식 그대로 노지였다. 달덩이만 한 수박이 군데군데 달려 있었고, 수박꽃도 피어 있었다. 덕분에 수박꽃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수박꽃은 호박꽃과 흡사하다. 꽃 크기는 작지만 비슷한 덩굴식물로 공통점이 많은가 보다. 수박은 꽃잎이나 줄기에 털이 많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잎 생김새도 특이하다. 다행히 꽃 하나가 길 가까이 있어 찍을 수 있었다. 울타리가 없었다면 안에 들어가 더 예쁘게 생긴 꽃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랬다가는 수박서리로 오해받기 십상이었겠지만. 수박꽃에는 암꽃..

꽃들의향기 2020.07.13

2020 세미원 연꽃

연꽃이 필 때면 매년 세미원을 찾는다. 비 예보가 있는 날, 2020년의 연꽃을 보러 세미원에 갔다. 연꽃을 감상하는 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더 낫다. 연꽃밭에서 한가로이 앉아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미원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인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이날도 휴일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곱기로 치면 발그레 익어가는 연꽃 색깔에 비길 꽃이 있을까?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묻는다. "아수라의 늪에서 /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 무슨 / 저런 꽃이 피지요?"

꽃들의향기 2020.07.10

기생초

북아메리카 원산의 원예식물로 여름이면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화려한 노랑과 진홍으로 된 색깔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그래서 이름이 '기생초(妓生草)'인가 보다. '기생꽃'이라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꽃도 있다. 기생꽃은 흰색으로 기생초보다는 훨씬 우아하고 품위가 있으며 만나기도 어렵다. 기생초는 국화과에 속하는데 제일 닮은 꽃은 금계국이다. 금계국이 지고 나면 기생초가 핀다. 기생초 설명에 보면 꽃이 7~10월에 핀다고 하는데, 경안천 기생초는 6월 말인데 벌써 지고 있다. 꽃 색깔이 너무 요란한 면이 있지만, 기생초 꽃밭을 멀리서 보면 꽤 아름답다.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6.30

층층나무꽃

층층나무는 숲의 친절한 신사다. 단정하고 깔끔한 나무다. '층층'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지가 층층으로 달려 있어 다른 나무와 구별하기 쉽다. 봄에 산에 들면 하얗게 핀 층층나무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층층나무꽃 역시 탐스럽고 예쁘다. 멀리서 보면 멀리서 보는대로 가까이서 보면 가까이서 보는대로 나름의 매력이 있다. 정원수로 가꾸어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이 사진은 찍은지 한 달 되었다. 늦게서야 올린다.

꽃들의향기 2020.06.11

매괴장미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감곡매괴성당에서 피는 장미다. '매괴(玫瑰)'는 중국어로 장미꽃이라는 뜻이다. 천주교에서 매괴는 로사리오, 즉 묵주기도를 의미한다. 천주교 전래의 종교적 의미를 가진 매괴꽃이 감곡매괴성당에 있다. 어느 신부님이 정성들여 구해서 심어놓은 것이라 한다. 매괴는 덩굴장미로 분홍색 꽃이 소박하면서 복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 화려한 다른 장미와는 느낌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흔히 보는 장미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번식이 잘 안 되는지 넓게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매괴장미의 공식적인 품종 이름이 궁금하다. ▽ 매괴 옆에 있는 장미인데 품종이 다르다. ▽ 성당에는 매괴장미보다 이런 일반 장미가 많다. ▽ 감곡매괴성당은 1896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초대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 소곡의 ..

꽃들의향기 2020.06.05

물의정원 꽃양귀비(2020)

코로나 와중에도 사람들은 많다. 평일이지만 주차장에는 차를 댈 곳이 없다. 예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물의정원이 알려진 탓도 있겠고, 코로나로 답답한 사람들이 야외를 더 자주 찾게 되는 원인도 있겠다. 양귀비(楊貴妃, 719~756), 본 이름은 양옥환(楊玉環)이다. 당 현종은 61세에 당시 27세인 며느리 양옥환을 자신의 귀비로 책봉한다. 양귀비에 빠진 현종은 환락에 젖어 정사를 돌보지 않은 채 환관과 외척이 득세한다. 결국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고 양귀비는 현종의 명에 의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뛰어난 미모와 임금의 총애는 결국 화(禍)의 씨앗이 되었다. 밧줄로 자신의 목을 맬 때 그녀는 귀비보다는 옥환으로 살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또한, 1천 년도 더 지나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꽃밭으로 ..

꽃들의향기 2020.06.05

미스김라일락

해방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에 미국 군정청 소속의 식물 채집가인 미더(E. M. Meader)가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갔다. 향기가 진하고 병해에도 강한 나무의 특성을 알아챈 미더는 이 나무를 개량하여 이름을 '미스김라일락'이라 붙였다. 당시 사무실에서 식물 정리를 도와주던 한국 여자 호칭이 '미스김'이었다고 한다. 꽃이 많이 열리도록 개량한 미스김라일락은 우리의 털개회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라일락이 되었다. 미스김라일락은 꽃이 맺힐 때는 진보라색이었다가 점점 라벤다색으로 변하며, 만개할 때에는 흰색으로 변하고 매혹적인 향을 발산한다. 라일락 중에서도 향기가 제일 강하지 않나 싶다. 매력적인 꽃이지만 '미스김'이라는 이름이 전하는 사..

꽃들의향기 2020.05.30

경안천습지공원 금계국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에 금계국이 만발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노란색 띠가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더 장관이다. 이렇게 한 종류로 꽃밭을 넓게 조성하면 풍경이 단조로운 반면 스케일은 압도적이 된다. 지형에 따라 꽃을 선택하고 식재한다면 효과가 배가 될 것 같다. 공원 둑길은 공사중이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그린 로드' 조성 사업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끊어져 있던 걷기 길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길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잘 정비해 주길 바란다. 각 구간을 상징하는 꽃길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꽃들의향기 2020.05.29

백당나무꽃

꽃 모양은 산수국과 닮았다. 그러나 산수국은 색깔을 띠고 있는데(보라색이 흔하다), 백당나무꽃은 흰색이다. 산수국은 범의귀과, 백당나무는 인동과로 둘은 완전히 다른 나무다. 백당은 '백단(白壇)'이 변한 이름으로 짐작한다. 그보다는 북한에서 명명한 '접시꽃나무'가 더 어울린다. 흰 접시에 음식이 담긴 생김새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자리에 있는 흰색 꽃은 수술이나 암술이 없는 가짜 꽃이다.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이런 가짜 꽃을 만든다. 이런 치장술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게 예외가 없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처럼 타자를 기망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식탁을 차려놓고 초대하니까.

꽃들의향기 2020.05.26

금낭화(2)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진빨이 잘 받는 꽃이 있다. 눈으로 보면 예쁜데 사진으로 찍으면 영 별로인 꽃이 있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보기 좋게 나오는 꽃이 있다. 금낭화는 후자에 속한다. 찍으면 작품이 된다. 금낭화의 '금낭(錦囊)'은 '비단 주머니'라는 뜻이다. 옛날에 아이들이 옷에 매달아 차고 다니던 복주머니 모양을 닮았다고 본 모양이다. 그보다는 금낭화를 볼 때마다 단발머리 소녀가 연상된다. 요사이는 신식이라서 빨간 염색을 했는가, 금낭화를 보면서 누구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옛 동네의 소녀 하나쯤 있지 않을까.

꽃들의향기 2020.05.20

붉은병꽃나무

우리 아파트 둘레에 붉은병꽃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5월이 되어 꽃이 피면 불타는 듯 아파트를 감싼다. 꽃 하나하나를 보면 그리 잘 생긴 꽃은 아니다. 오히려 억센 느낌을 받는다. 병꽃나무 자체가 본래 생명력이 강하다. 병꽃나무 중에서는 붉은병꽃나무 꽃이 제일 화려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이렇게 탐스러운 꽃을 피워주니 조경용으로는 최고다. 대신 깔끔하게 정돈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편이다. 아파트 안을 산책할 때 자꾸 눈길이 간 붉은병꽃나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5.16

공조팝나무

조팝나무에도 종류가 많다. 이름이 익은 것만도 조팝, 꼬리조팝, 당조팝, 일본조팝, 참조팝, 그리고 공조팝이 있다. 그중에서 공조팝나무꽃은 조팝나무꽃이 지고 난 뒤인 5월이 되어야 핀다. 조팝에 비해 꽃이 탐스럽고 우산 모양으로 둥글게 모여 있다. 계절의 여왕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정원 울타리에 공조팝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조팝나무, 이팝나무 같은 이름에는 배 곯은 민초들의 한숨이 스며있는 듯 해서 가슴이 아리다. 꽃이 피는 시기가 마침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때다. 요즘 사람이 꽃을 보며 조밥과 이밥을 연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조팝나무를 '눈버들(雪柳)이라 부른다. 조팝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버드나무 가지에 눈이 내린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낭만적인 명칭을 붙일 여유조..

꽃들의향기 2020.05.13

동의나물(2)

동의나물의 '동의'라는 어감에서는 약초 같은 느낌이 난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마제초(馬蹄草)로 불리며 진통과 항균 작용이 있다고 한다. 동의나물 잎은 말 발굽과 닮았다. 이름은 '나물'이 붙어 있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동의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이 피기 전 봉오리 모습이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을 닮아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설이 있다. '동의'가 한자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동의나물은 밝고 화려한 색깔로 눈길을 끄는 꽃이다. 한택식물원에서 봤다.

꽃들의향기 2020.04.28

집 주변의 풀꽃

오가다 만난 집 주변의 꽃이다. 같은 장소라도 매년 우세종이 다르다. 그런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 봄맞이꽃, 이태 전만 해도 하얀 꽃밭을 이뤘는데 지금은 몇 개체만 남았다. 봄맞이는 봄에 어울리는 예쁜 꽃으로, 청순하고 맑다. ▽ 꽃마리, 꽃 가운데 있는 노란 동그라미 무늬는 봄맞이꽃과 닮았다. 바라볼수록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 서양민들레, 반갑게 만나던 우리 민들레는 작년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 ▽ 흰제비꽃, 올해 제일 많이 늘어난 건 흰제비꽃이다. ▽ 남산제비꽃 ▽ 잔텰제비꽃 ▽ 졸방제비꽃 ▽ 왜제비꽃 ▽ 둥근털제비꽃

꽃들의향기 2020.04.20

회리바람꽃

작년 곰배령에 이어 강촌의 구곡폭포 가는 길에서 회리바람꽃을 다시 만났다. 비록 인공으로 조성한 화단이지만 깊은 산에서 피는 야생화를 여럿 볼 수 있어 좋았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초기에 자주 만난 뒤 한동안 뜸했던 회리바람꽃이다. 노란 좁쌀이 모여 있는 듯 아주 작은 꽃이다. '회리'는 회오리의 준말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꽃 모양에서는 회오리가 연상되지 않는다. 회리바람꽃은 바람꽃 종류 중에서도 모양이 특이한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무척 깜찍하고 귀여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14

호제비꽃

제비꽃은 워낙 변종이 많아 하나하나 종류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냥 두루뭉술 제비꽃이라고 하면 쉽겠지만, 꽃을 보다 보면 제대로 된 이름을 알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우선 궁금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비꽃을 정확히 구분하자면 전제적인 모양과 함께 꽃과 잎의 특징, 털의 유무 등을 살펴야 한다. 그러자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도감을 보면서 발버둥쳐 보지만 예나 지금이나 헷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이놈은 호제비꽃이라 동정하지만 역시 자신이 없다. 호제비꽃은 제비꽃과 제일 닮았다. 잎이 제비꽃에 비해 다소 통통한 편이다. 꽃 안쪽에 털도 보이지 않는다. 외견상 느낌은 제비꽃과 왜제비꽃 사이쯤 되는 것 같다. 서울제비꽃과도 비슷하다. 호제비꽃의 '호'는..

꽃들의향기 2020.04.11

남한산성 솜나물

4월의 남한산성에는 꽃이 많이 피어 있다. 제비꽃과 현호색이 제일 많지만, 자세히만 살핀다면 어지간한 봄꽃은 만나볼 수 있다. 솜나물도 그중 하나다. 잎과 줄기에 솜처럼 하얀 털이 많다고 해서 솜나물이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당연히 어린 잎은 먹을 수 있을 게다. 정리되지 않은 듯 자유분방한 모습의 꽃잎도 특색 있다. 성곽길을 걸으며 앞서가던 손주가 "여기 하얀 꽃이 있어요" 라고 알려준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09

왜제비꽃

꽃 이름에 '왜'가 붙으면 보통 작다는 뜻이다. 왜당귀, 왜갓냉이, 왜모시풀, 왜솜다리 등이 있다. 그런데 왜제비꽃은 꽃 크기에서 눈에 띄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제비꽃의 다른 종류와 마찬가지로 잎으로 구분해야 한다. 왜제비꽃은 잎이 긴 심장 모양이다. 문제는 잎 모양이 다른 종류와 명확히 구별되는 게 아니다. 한참을 고민해야 겨우 이름을 동정할 수 있다. 어쨌든 왜제비꽃은 새로 올리는 제비꽃 종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제비꽃은 50종이 넘는다. 그중에서 내가 만난 것은 이제 고작 16종이다. 아직 한참 멀었다.

꽃들의향기 2020.04.08

천진암 큰괭이밥과 괭이눈

예나 다름 없이 천진암의 4월은 봄꽃이 많이 피어 있다. 현호색이 제일 흔하고 제비꽃도 자주 눈에 띈다. 시든 꿩의바람꽃도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앵자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물 가에 큰괭이밥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큰괭이밥이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옆에는 괭이밥도 몇 개체 있었다. 나에게 천진암은 성지이기보다 먼저 예쁜 꽃밭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 큰괭이밥 ▽ 괭이눈. 줄기에 흰 털이 있는 걸로 보아 흰괭이눈이라 해야 정확한 이름일 듯하다.

꽃들의향기 2020.04.03

동네길에서 만난 봄꽃

굳이 멀리 쏘다닐 필요가 없다. 현관만 나서면 온통 꽃 만발한 계절이다. 느릿느릿 걸으면서 발 주변만 잘 살피면 된다. 동네길을 산책하면서 새로 피어난 꽃들과 눈맞춤을 했다. 길 옆에 산소가 있어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할미꽃이 피어 있다. 한참만에 보는 할미꽃이 반가웠다. ▽ 광대나물 ▽ 제비꽃 ▽ 개나리 ▽ 현호색 ▽ 진달래 ▽ 벚꽃 ▽ 목련 ▽ 산수유 ▽ 별꽃 ▽ 꽃다지 여기저기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웃분이 뙈기밭 한 귀퉁이를 줬는데 과연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내는 고추와 상추 정도만 심어보자 한다. 텃밭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20.03.29

뒷산 진달래(2020)

뒷산에 진달래가 만개했다. 진달래를 보니 산과 들판으로 천방지축 뛰놀던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집에서 보면 뒷산은 봄이면 진달래로 발갛게 물들었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고 진달래가 많은 민둥산이었다. 뛰놀다가 출출해지면 꽃잎을 따먹었다. 소나무에 물기가 돌면 가지를 꺾어 속살을 씹어먹기도 했다. 그런 것이 군것질거리가 된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했다. 철쭉이 진달래였다. 훗날 서울에 와서야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고치는 데 한참 걸렸다. 뇌리에 새겨진 각인이 깊은지 진달래보다는 참꽃이라고 해야 유년의 봄이 쉽게 다가온다. 참꽃 뒤에서 옛 동무가 까꿍, 하면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산길이었다.

꽃들의향기 2020.03.27

천마산의 3월 봄꽃

봄꽃을 보기 위해 4월 초중순 경에 천마산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좀 일찍 발걸음을 했다. 올해는 꽃 개화 시기가 열흘 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에 들어가 보니 꽃마다 들쑥날쑥이다. 이 시기에 개화의 정점은 복수초다. 덕분에 천마산 꽃산행 중에서 제일 많은 복수초를 보았다. 다른 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늘 천마산에서 만난 꽃 - 복수초,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노루귀, 고깔제비꽃, 점현호색

꽃들의향기 2020.03.24

집에서 보는 매화

밖에 나갔다 온 아내가 작은 매화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왔다. 매화 보러 멀리 못 나가는데 집에서라도 꽃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수병에 꽂아두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코를 갖다대니 향기도 제법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전국의 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현지에서는 제발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진해 벚꽃 구경을 아직 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는 조용할 것 같은 이번 기회에 진해에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진해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시절에 찾아오는 외지인이 반가울 리 없다.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면 누구나 알 ..

꽃들의향기 2020.03.22

우리 동네 산수유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째 동네 밖을 안 나가고 있다. 집 안에 머무는 날이 많고, 가끔 집 주위로 산책하러 다니는 정도다.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나를 위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 친구는 지금 제주도를 여행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내 좋아하는 것이라도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집 주변 산수유에도 꽃이 피었다. 인간 세상은 시끄러워도 자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봄이 오고 생명은 약동한다. 인간의 호들갑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자연이 듬직하다. 빼앗긴 들이라도 봄은 찾아와야 한다. 코로나19가 좀 더 진정되면 봄꽃 피는 가까운 산이라도 찾아봐야겠다.

꽃들의향기 2020.03.14

거실에 핀 개나리

뒷산에 갔을 때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개나리 가지 몇 개를 꺾었다. 뒤따라오던 손주가 말했다. "할아버지, 여러 사람이 보는 꽃은 따면 안 되는 거예요." 멈칫하면서 더는 손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꺾은 것은 어쩌겠는가. 그렇게 들고 온 개나리 가지를 물병에 꽂아 두었더니 병아리 색깔 같은 노란 꽃이 폈다. 밖에 나가질 못하니 집안에서 봄꽃을 본다. 올봄에 계획했던 풍도 야생화, 남도 탐매 여행은 진즉 포기했고 시기도 지났다. 진해 벚꽃 축제도 취소되었다 한다. 전국의 봄꽃 축제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올 봄꽃은 쉬어도 좋으니 코로나19나 빨리 진정되어라. 거실에 핀 개나리가 동무를 잃은 듯 적적해 보인다.

꽃들의향기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