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경안천변은 개불알풀 꽃밭으로 변한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작년에 산책로가 시멘트로 덮이는 공사가 있어 염려되었으나 생명의 힘은 어찌할 수 없다. 연약해 보이는 풀이지만 실은 제일 힘이 세다. 꽃은 산책로를 따라 300m 정도 되는 구간에 만개해 있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데서는 드문드문 보이는데 유독 이곳에서만 옹기종기 모여 산다. 끼리끼리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것은 사람이나 풀이나 비슷한가 보다. 개불알풀꽃은 가까이서 보면 앙증맞게 귀엽고, 떨어져서 보면 지상에 피어난 별처럼 반짝인다. "나 여기 있어요", "날 한 번 봐주세요", 라고 딸랑거리며 부르지만, 사람들은 부지런히 걷기에 바쁘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시끄러워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