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근린공원은 집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공원이다. 정상에 정자가 있고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는 아담한 공원이다. 도서관 옆에 있어 책 보러 갈 때 들러 산책을 한다. 봄에는 산책로가 벚꽃으로 환해진다.
살펴보면 사는 곳 어디에서도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다. 요사이는 어지간한 길에는 벚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다. 시끌벅적한 축제장보다는 차라리 이런 한적한 동네 벚꽃길이 낫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벚꽃길을 갖는 것도 행복한 봄을 보내는 비결이리라.
벚나무에는 연초록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부니 꽃비 되어 와사사 떨어진다. 얼굴을 꽃비에 내맡긴다. 벚꽃잎은 얼굴을 간질이다가 어떤 놈은 옷 속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도 없이 흩날리지만 끝이 없다.
문득 5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여린 생명이 속절없이 스러져간 날도 이맘때였다. 세상 어디에나 아픔 아닌 곳이 없지만, 5년 전 그 바다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4월의 벚꽃 낙화는 더욱 처연하고 안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