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택 사이에 작은 공터가 있다. 넓이가 20평 정도 되는 버려진 땅인데, 봄이면 이곳이 꽃다지와 현호색 꽃밭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매년 찾아보게 되는 소중한 장소다. 올해는 어떻게 피어 있을까,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투리땅이라도 텃밭을 만들려 애쓰는데, 다행히 여기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없는가 보다. 덕분에 이사 온 지 8년째가 되지만 여기는 여전히 나만의 귀한 화원이다.
흔한 꽃다지와 현호색이지만 만남의 인연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띄게 된다. 이사를 오고 나서 마을길을 산책할 때 와, 하고 눈길을 끌었던 기억이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남아 있다. 그래서 올봄에도 찾아보고 눈맞춤을 한다. 안녕! 일 년간 잘 있었구나. 워낙 파헤치길 좋아하는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용케 살아남아 줘서 고맙다.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