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성내천 벚꽃(22/4/11)

샌. 2022. 4. 11. 19:38

성내천 벚꽃을 보러 가기 위해 강변역에서 버스를 내려 잠실철교를 따라 난 보도를 걸어서 건넌다. 이쪽 동네는 전에 살았기 때문에 어느 길이나 익숙하고 정겹다. 잠실철교 보도도 자주 건너다닌 길이다.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랐다. 젊은이들 중에서는 반팔 옷차림도 가끔 눈에 띈다.

 

잠실철교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지역. 잠실대교 너머 잠실운동장과 코엑스 건물이 보인다.
한강변 나무들은 초록 옷을 입기 시작했다.

 

20년 전에 성내천 옆에 직장이 있었다. 성내천은 내 출퇴근길이었고, 일과 중에도 시간이 비면 즐겨 산책하던 곳이었다. 그때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얘들이 언제 커서 제대로 벚꽃 구경을 할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벚꽃 터널을 이루었다.

 

 

벚꽃은 이미 많이 떨어졌고, 나무에는 꽃들 사이로 초록잎이 보인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과 연결된다. 몽촌정(夢村亭) 주위의 벚꽃이 제일 화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손님이 몇 안 타고 한산하다. 여유 있게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천정을 바라보니 버스 실내등이 수술실의 조명등 같다. 나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착각에 빠진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집 근처 도로에서는 한 할머니가 유모차에 의지해서 왔다갔다 운동을 하신다. 봄은 갑자기 찾아왔다가 도망치듯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할머니의 봄은 어떠했을까?

 

 

성내천 꽃길 여기저기서 들리는 젊은이들의 감탄사가 낯설다. 심드렁한 봄은 더 이상 봄이 아니다. 봄이 떠나가는 걸 아쉬워할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시들어가는 걸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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