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리 느티나무도 가을물이 들기 시작했다. 나무 끝 부분부터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닥에는 떨어진 낙엽이 고운 주단처럼 깔려 있다.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보는 방향에 따라 나무는 다른 모습을 띤다. 어떤 때는 근엄하고 어떤 때는 다정하다. 노거수에 다가갈 때마다 이번에는 나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를 기울인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나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해도 할 말은 없다. 단지 내 마음의 반영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무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의미는 있지 않겠는가. 어떤 말씀을 하시든 끝은 늘 "고맙습니다"이다. 그리고 이렇게 당신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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