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52

삼공리 반송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반송이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영예에 어울리게 멋진 나무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에 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우람한 풍채가 대단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살짝 마을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 구천동을 상징하는 나무라서 구천송(九千松), 또는 만지송(萬指松)으로도 불린다. 이 반송의 나이는 약 200년쯤 되었고,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5.3m다.

천년의나무 2022.06.12

전라감영 회화나무

전라감영(全羅監營)은 조선시대 전라도의 행정, 사법을 담당하던 관찰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조선왕조 초부터 전주에 설치되어 약 500년간 존속하였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전북도청이 들어섰다가 2011년에 효자동으로 옮기면서 감영의 옛 모습을 복원중이다. 수령이 150년 정도인 이 회화나무는 남아 있는 감영의 유일한 흔적이다. 구 도청사 건물 철거 전에는 이 회화나무가 의회동 건물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복원된 선화당(宣化堂)은 전라감사가 집무를 보던 곳이다. '선화(宣化)'는 임금의 높은 덕을 받들어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1894년에는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군이 이곳에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이 회화나무는 역사의 격변 과정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천년의나무 2022.04.30

예빈산 소나무

예빈산 직녀봉으로 가다가 만난 소나무다. 모습이 범상치 않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에서 이런 소나무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나무는 몸통에서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서 지면과 나란히 퍼졌다. 땅 경사와 비슷한 게 흥미롭다.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수령은 알 길이 없으나 최소 100년은 넘어 보인다. 보호수로 지정해도 마땅할 것 같다. 소나무 주변에는 남산제비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천년의나무 2022.04.20

사도세자 회화나무

영조 38년(1762년) 5월에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를 8일 동안이나 뒤주 속에 가둬 죽게 했다. 창경궁 문정전(文政殿) 뜰에서였다. 그때 비극의 현장을 지켜보았던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그중 하나는 줄기가 뒤틀리는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도세자의 비명을 들은 나무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이런 모양을 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일명 '사도세자 회화나무'다. 이 나무는 문정전에서 100여m 쯤 떨어진 선인문 앞 금천 옆에 있다. 실제로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는 문정전에서 이곳으로 옮겨졌고, 사도세자는 이 나무 부근에서 절명했다고 한다. 문정전에 더 가까이 있는 또 다른 회화나무 역시 온전한 모양은 아니다. 둘 다 궁궐에서 자라는 나무의 형태로는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사도세자의 비..

천년의나무 2022.04.09

경안천 버들(220228)

시끄러운 인간세 속에서 버둥대다가 자연 속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은 내가 마음의 위안을 받는 장소다. 반대편에는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강 가운데 생긴 모래톱에는 한 그루 버드나무가 인자한 할아버지로 앉아 있다. 버드나무가 자리한 곳이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버드나무는 다정하고 의젓하다. 나무를 마주보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버드나무는 말 없는 가르침을 설하신다. 그러나 고압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미풍처럼 부드러운 속삭임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버들도 있지만 모양이 대조적이다. 이처럼 균형 잡힌 몸매가 아니다. 각자 살아온 이력이 외양에 나타나고 있다. 이 버들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일까. 두 그루의 나무가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둘은 생존의..

천년의나무 2022.03.01

경안천 버들(220204)

강 한가운데서 너 홀로 의젓하고 늠름하다. 수많은 사람이 강변을 오가지만 너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에 낮에는 하늘의 구름이, 밤에는 별이 네 친구가 되겠지.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흔들리고, 눈비가 내려도 사양치 않으면서 너는 무심(無心)의 자태로 고고하게 서 있다. 오늘은 인간의 월력으로 입춘(立春)이 아니겠니. 나도 너에게 입춘방을 하나 붙여주고 싶다. "春光滿柳" - 따스한 봄볕이 너에게 가득하기를.

천년의나무 2022.02.04

물빛버즘(220130)

꽁꽁 언 물빛공원 호수 가운데 있는 갈대섬에 왜가리 한 마리가 꼼짝 않고 서 있다. 호수 둘레를 두 바퀴 도는 동안 미동도 없다. 왜가리는 새 중에서 가장 나무를 닮았다. 나는 왜가리와 물빛버즘에 동질감, 또는 동지 의식을 느끼며 충만해진다. 저 멀리 흰 점의 왜가리와 여기 물빛버즘, 그리고 물빛버즘 옆에 물끄러미 서 있는 나, 셋은 해 기우는 오후의 정물화가 된다.

천년의나무 2022.01.31

경안천 버들(211230)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늘 여일(如一)한 모습은 편안하다. 이곳 경안천 버들 앞에 서면 그렇다. 산 능선은 유순하게 흐르고, 겨울 강물은 느긋하게 잠들어 있다. 가끔 바람이 억새의 머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강 가운데 모래톱에서 너는 꼬리날개를 편 공작처럼 우아하게 서 있다. "세월이 빠르다", 세밑이면 자주 듣는 이 말이 올해는 뜸하다. 아마 코로나 탓이 아닌가 싶다. 답답함에서 속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시간의 흐름을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지도록 했을 것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 나에게도 1년이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진 느낌이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한숨 쉴 일도 많았다. 세상사가 다 그러려니, 한다.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의젓하고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경안천 버들처럼.

천년의나무 2021.12.31

물빛버즘(211227)

네 앞을 지나가며 '겨울나무'를 나직이 읊조린다. 오늘은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라는 구절에 마음이 끌리는구나. '늘 한 자리'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는 자리가 아닌가. 비가 오면 비와 한 몸이 되고, 눈이 오면 눈과 한 몸이 되고, 바람이 불면 바람과 한 몸이 된다. 너의 몸짓은 오로지 순리(順理)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공자가 말한 '태어나면서 아는 자[生而知之者]'가 바로 네가 아니던가.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천년의나무 2021.12.28

경안천 버들(211202)

겨울이 되면서 경안버들에게 가는 길이 다시 열렸다. 여덟 달만에 강변에 내려가서 경안버들을 가까이서 본다. 공작이 꼬리날개를 활짝 편 듯한 모습이 탁한 경안천 물에 흐릿한 반영을 만들고 있다. 경안버들은 두 그루의 버드나무가 마주서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아직 확인을 못했지만 각각 암나무와 수나무라면 다정하게 백년해로 하는 부부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겨울을 거쳐 내년 초까지 정다운 네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천년의나무 2021.12.02

만일암 느티나무

전남 해남군 두륜산 중턱의 만일암(挽日菴) 터에 있는 느티나무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200년에서 1,500년 사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일명 '천년수(千年樹)라고 부른다. 이 천년수에 얽힌 전설은 이러하다. "옛날 옥황상제가 나는 천상에 천동(天童)과 천녀(天女)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어느 날 계율을 어겨 하늘에서 쫓겨나게 되는 벌을 받았다. 이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것은 하루 만에 바위에 불상을 조각해야 하는 일이었다. 둘은 하루 만에 불상을 조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해가 지지 못하도록 만일암 앞 천년수 나무에다 끈으로 해를 매달아 놓고, 천녀는 북미륵암 바위에 앉은 모양의 불상을, 천동은 남미륵암 바위에 서 있는 불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천녀가 먼저 ..

천년의나무 2021.11.11

녹우당 은행나무와 해송

전남 해남에 있는 녹우당(綠雨堂)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가 살던 집이다. 고산은 82세 되던 1668년 수원에 있던 집을 뱃길로 옮겨와 다시 복원하여 지었다고 한다. 녹우당에 오래된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수령이 500년인 은행나무는 해남 윤씨 증시조인 윤효정 아들의 진사시 합격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3m이고 줄기 둘레는 5.9m로 수세가 왕성한 나무다. 더 뒤로 들어가면 300년 된 해송이 있다. 이 나무도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 나무 높이는 24m이고 줄기 둘레는 3.4m다. 녹우당 뒤에 비자나무 숲이 있는데 아마 비슷한 시기에 같이 심어진 것으로 보인다.

천년의나무 2021.11.10

이포리 느티나무

여주시 금사면 이포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이포리(梨浦里)를 이름 그대로 풀면 '배나무가 많은 포구 마을'이 된다. 실제로 마을 가까이 남한강이 있으니 나루터가 있었을 법하다. 이 나무는 금사농협 옆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이 건국할 때 새 도읍지를 알아보던 무학대사가 여기를 지나다가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안내판의 수령은 500년으로 되어 있다. 고목을 두고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허리가 아픈지 나무는 구부정하게 서 있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2.8m다.

천년의나무 2021.08.25

물빛버즘(210716)

7월의 물빛버즘은 잎은 초록으로 성장(盛裝)을 했지만 줄기는 껍질이 갈라지고 떨어지며 어수선하다. 버즘나무가 껍질을 벗는 시기가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주로 도시의 가로수로 만나는 버즘나무는 가지가 잘려서 기형이 되어 볼 품이 없다. 소음과 빛 공해로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그러나 이 버즘나무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온전한 수형으로 자란다. 생육 환경이 아주 좋다. "넌 복 받은 나무야. 네 품성을 마음껏 뽐내며 잘 자라다오!"

천년의나무 2021.07.16

물빛버즘(210604)

올해 봄은 나에게는 잃어버린 봄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경계하고, 대상포진 바이러스와는 싸우느라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었다. 사태가 좀 진정된 뒤 나가 본 물빛공원의 버즘나무의 초록에 그래서 더욱 눈이 부셨다. 이 버즘나무는 물빛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무다. 연륜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대신 싱싱한 생명력을 내뿜는 혈기왕성한 나무다. 나무 옆에 서면 나무가 가진 에너지를 담뿍 받는 것 같다. 앞으로 이 나무를 물빛공원의 '나의 나무'로 정하고 친구로 삼기로 한다. 친구를 한다는 것은 널 유심히 지켜보며 말을 걸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하자!

천년의나무 2021.06.07

경안천 버들(210531)

경안버들한테는 4월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5월이 되면 길이 풀로 덮이고 진창길로 변해 가까이 가지를 못한다. 멀리서 망원으로 당겨 찍을 수밖에 없다. 10월이 되기까지는 이렇게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어느새 경안버들은 녹음 짙은 나무가 되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경안버들은 견고한 갑옷으로 무장한 장수처럼 강 한가운데 늠름하게 서 있다. 태풍이 치고 홍수가 져도 굳건히 버텨낼 자세다. 경안버들이 올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응원하며 지켜봐야겠다.

천년의나무 2021.05.31

경안천 버들(210323)

오랜만에 찾는 경안버들이다. 그동안 경안천이 한 달간 폐쇄되어 사람들 출입이 금지되었다. 이곳에서 고니의 사체가 발견되어 조류독감이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경안천은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경안버들도 봄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경안버들은 다른 나무의 연초록색과는 다르다. 멀리서 봐서 확실치는 않으나 아직 잎이 나오기 전에 수꽃을 잔뜩 달고 있는 모양 같다. 시간이 지나면 곧 다른 색으로 변신할 것이다.

천년의나무 2021.03.23

경안천 버들(210208)

세 그루인 줄 알았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두 그루로 된 나무다. 이런 나무를 혼인목이라고 한다. 몸은 둘이어도 하나의 나무처럼 사는 나무다. 서로 마주 보며 겹치는 부분은 비워두고 반대쪽으로만 가지를 뻗는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한 나무처럼 보인다. 혼인목에서 신기한 점은 한 나무가 죽으면 다른 나무도 따라서 죽는다고 한다. 인간 세상에서 이렇게 사이좋은 부부는 찾기 어려우리라. 경안천 버들 주변의 얼음도 거의 다 녹았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열흘 뒤다.

천년의나무 2021.02.08

의릉 향나무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의 의릉 뒤편에 있는 향나무다. 의릉(懿陵)은 옛 중앙정보부가 위치한 곳이라 일반인에게 개방이 늦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다른 능에 비해 이름이 생소하다. 경종(1688~1724)과 선의왕후(1705~1730)가 잠들어 있다. 연도를 보니 경종은 37살, 부인은 26살에 세상을 떠났으니 두 분 모두 단명한 셈이다. 의릉 주위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이 향나무는 능 뒤편 산책로 옆에 있다. 두 줄기가 V자 형으로 뻗었는데 지면의 큰 줄기 둘레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수령은 약 200년 정도다. 왼쪽 줄기에는 잎이 나지 않으니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오래되어 노쇠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지팡이도 없고 꿋꿋이 버티는 모습이 대견한 향나무다.

천년의나무 2021.02.01

굴산사지 소나무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굴산사지에 있는 소나무다. 굴산사지(掘山寺址)는 신라시대 선종구산 중 하나였던 굴산사가 있었던 터다. 고려시대까지도 번창했으나 조선이 세워지면서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굴산사지에는 현재 당간지주와 범일국사의 사리를 모신 것으로 보이는 승탑이 남아 있는데. 승탑 앞에 이 소나무가 있다. 나무 주변 흙을 너무 깎아 내서 나무만 불쑥 솟아 있다. 소나무의 높이는 10m, 줄기 둘레는 3m이며, 수관의 직경이 12m에 이르는 멋진 나무다. 갈라진 두 줄기가 Y자 모양으로 우뚝하다. 안내문에 보면 이 소나무 아래에 살던 최진사 댁에서 매년 이곳에서 안택(安宅)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라는데 나무 주변을 세심하게 정비했으면 더 좋겠다.

천년의나무 2021.01.21

중산동 느티나무

인천시 중구 중산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영종도 구읍뱃터 근처에 있다. 마을 당산목으로 당제를 지내던 나무라는데 옛 마을은 사라지고 현대식 건물만 우뚝하니 나무를 압도한다.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지켜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영종도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 나무는 어리둥절한 채 지켜볼 것 같다. 중산동 느티나무의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1m다. 작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천년의나무 202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