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52

경안천 버들(201224)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 이른 시간에 경안천 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경안천으로 가는 도중에 동편 산 위로 해가 떠올랐다. 먼 곳에는 고니떼가 흰 점으로 떠 있는 경안천의 아침이었다. 꽥꽥거리는 울음소리 외에는 사위가 고요했다. 겨울이지만 날씨가 순해서 나왔더니 너무 밋밋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하늘에는 구름조차 없고, 더구나 아침에 나무는 순광을 받는다. 나무 위로 새라도 지나갈까 기다렸지만 헛일이었다. 다음에는 눈 소식이 있을 때 찾아와야겠다.

천년의나무 2020.12.24

경안천 버들(201217)

이번 추위에 경안천이 얼었다. 올 겨울 들어 첫 결빙이다. 내 견문으로는 우리 고장에서 제일 멋진 나무가 경안천에 있는 이 나무다. 거리가 멀어서 무슨 나무인지 확인하기 어려우나 수피의 생김새로 판단하건대 버드나무 종류로 보인다. 천에 모래톱이 생기고 그 위에 떨어진 씨가 이만한 나무로 자라자면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강 가운데 홀로 우뚝하게 서 있는 균형 잡힌 자태가 당당하고 아름답다. 좀 떨어진 곳에 다른 버드나무도 있지만 이 나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 나무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세 그루가 합쳐져서 완벽한 나무 형태를 만들고 있다. 셋이 서로 협동하여 조화를 이루니 더 감탄이 나온다. 앞으로는 이 경안버들과 더 친해져야겠다.

천년의나무 2020.12.18

수청리 느티나무

참하게 생긴 나무다. 별 고생 없이 곱게 자란 듯 외모가 단정하다. 경기도 광주시 수청리 한강변에 있다. 건너편의 양평과 오가는 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나루터였던가 보다. 나루터에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는 충분히 상상할 만하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 배는 일반인을 태우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필요할 때 이용한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300년이고, 높이는 22m, 줄기 둘레는 5.2m다. 주변은 작은 공원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관리가 잘되고 있는 수청리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20.12.18

성덕리 음나무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에는 고창굿을 올리는 국수당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 때 이 마을에 솥을 만드는 사람이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솥이 깨지고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루는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쇠와 흙으로 만든 말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라고 해서 그대로 했더니 솥이 잘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마을에서는 정기적으로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고창굿 또는 도당굿이라 한다. 국수당 주위에 열 그루 정도 되는 오래된 나무가 자라는 작은 숲이 있다. 이 당숲을 대표하는 나무가 수령이 300여 년 된 음나무다. 5년 전에 찍은 사진에는 비록 가지는 없어도 위로 뻗은 줄기가 당당했는데, 이번에 찾아가 보니 줄기가 중간에서 끊어져 버렸다. 아마 최근에 태풍 피해를 보지 않았나 싶다. 과연 이 음나무가 살아있기나 한..

천년의나무 2020.11.21

소천리 느티나무

부석사 가는 길(영주시 부석면 소천6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부석사까지 죽 이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나무로 보이지만 실제는 두 그루가 부부처럼 꼭 붙어 있다. 피부도 하나는 울퉁불퉁하고 다른 하나는 매끈한 것이 어느 쪽이 남편이고 아내인지 금방 확인 된다.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한다.

천년의나무 2020.10.27

요광리 은행나무

거인의 당당한 풍모에 압도되는 천연기념물 84호인 요광리 은행나무다. 줄기 둘레가 13m에 달하고, 수령은 1천 년이 넘는다. 원 줄기는 속이 썩어 시멘트로 채웠고, 더 이상 썩지 않도록 통기망을 설치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지치기를 해서인지 새로 이발을 한 것처럼 산뜻하다. 이 나무가 얼마나 컸던지 부러진 가지로 밥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영험한 나무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머리가 둔한 아이를 밤중에 나무 밑에 한 시간쯤 세워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도 있다. 또 나라에 나쁜 일이 생기면 나무가 소리를 내어 알려주고, 마을에 전염병이 돌더라도 사흘 간격으로 나무에 제를 지내면 화를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지금도 해마다 음력 정월 초사흗날이 되면 주민들은 나무 아래서 향목제를..

천년의나무 2020.10.23

가천리 느티나무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요동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요동마을은 옛날에는 신거랭이, 또는 신그랭이로 불렸다. 요동마을은 전주와 금산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관리와 수행원들, 장꾼, 한양으로 가는 선비들이 쉬었다 가는 쉼터 마을이었다. 자연스레 주막이 밀집해 있었는데, 주민들이 짚신을 삼아 걸어놓으면 갈아신고 갔다 하여 '신거랭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지금은 에코 빌리지로 유명하며, 특산품은 곶감과 두부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목으로 정월 보름에는 주민이 당산제를 올린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약 500년,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5.8m다.

천년의나무 2020.10.21

단촌리 느티나무(4)

고향집에 가까이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라 고향에 내려갈 때면 들러보곤 한다. 언제 어느 때 찾아보아도 외경심을 갖게 하는 큰 어른이시다. 유감인 건 아직껏 노란 단풍이 들 때는 맞추지를 못했다. 욕심을 부린다면 사계절의 모습을 모두 담아보고픈 나무 중 하나다. 이번 여름 태풍에 가지 하나가 부러진 것 같다. 끊어진 가지는 버리지 않고 나무 밑에 고이 모셔 놓았다. 휑하니 빈 줄기 속이 세월의 깊이를 말해 준다. 나무를 보면 늙는다기보다 잘 익어가는 것 같다. 줄기가 꺾어지는 것도 완성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아닌가 싶다.

천년의나무 2020.10.12

소수서원 은행나무

우리나라 서원에서는 오래된 은행나무를 흔히 본다. 원래 공자는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쳤다고 하는데, 왜 서원의 상징이 은행나무로 대체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한자로는 살구나무와 은행나무가 같은 글자다. 그렇다고 설마 학자들이 살구나무와 은행나무를 착각하지는 않았을 테고, 은행나무를 대용으로 삼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소수서원(紹修書院)에도 오래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아마 소수서원이 세워질 무렵에 심어졌을 것이다. 마치 선비의 기상처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올라간 모습이 기운찬 은행나무다.

천년의나무 2020.10.11

도봉동 느티나무

도봉산 입구 광륜사(光輪寺) 앞에 있는 느티나무다. 수령은 200년 정도로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옆에 비슷한 나이의 은행나무가 있고, 인근의 도봉서원 터에는 더 오래 된 느티나무가 있다. 아마 옛날에는 이 주변에 고목들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산악박물관 등 등산 관련 시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하느라 옹색하게 자리 잡은 느티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보호수 팻말이 있지만 눈길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라리 자리를 좀 더 확보하고 나무 밑에 쉼터를 만들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3.8m다.

천년의나무 2020.10.08

석수암 향나무

석수암(石水庵)은 안동시 안기동에 있는 작은 사찰인데 경내에 오래 된 향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향나무의 일종으로 옆으로 비스듬히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가지를 받쳐주는 쇠기둥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상대사가 이 절을 건립할 때 심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전설은 전설로 알아들어야 할 것 같다. 전설대로라면 나무의 수령은1,400년이 되어야 한다. 그에는 못 미치더라도 상당한 연륜을 보여주는 석수암 향나무다.

천년의나무 2020.09.27

웅부공원 느티나무

안동시 동부동에 있는 웅부공원(雄府公園)은 옛날 안동대도호부(安東大都護府)와 안동군청이 있던 자리다. 공원 안에 안동 사람들이 '부신목(府神木)'이라 부르는 느티나무가 있다. 부신목은 '부(府)를 지켜주는 신을 모시는 나무'라는 뜻이다. 안동부사가 부임해 오면 먼저 이 나무에 신고했고, 또 제관으로 매년 정월 열나흗날 자정에 부의 안녕과 백성의 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다 한다. 현재는 시장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나무는 가지가 여럿 잘리고 상한 모습이어서 이름에 어울리는 위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느티나무의 높이는 10m, 줄기 둘레는 1.5m, 수령은 약 800년으로 추정한다.

천년의나무 2020.09.27

숭의전 느티나무

경기도 연천에 있는 숭의전(崇義殿)은 고려시대 왕들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1397년(조선 태조 6년)에 만들어졌다. 바로 앞에 임진강이 흐른다. 숭의전과 강 사이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수령이 550년 정도 된 나무로, 조선 문종 2년에 왕씨 자손이 심었다고 한다. 고려 왕실을 지키는 나무다. 이 나무가 철따라 웅웅 소리를 내며 울면 비나 눈이 많이 오고, 이 나무에 까치가 모여들면 마을에 경사가 나며, 까마귀가 모여들면 초상이 난다는 속설이 있다. 두 나무의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4m 가량 된다.

천년의나무 2020.09.15

오전동 느티나무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나무 옆에는 마을 유래와 이 나무를 설명한 비석이 있어서 이해를 도와준다. 마을 중심에 있는 이 느티나무 두 그루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매년 향사제를 단옷날에 거행하고, 겸해서 마을 노인분들을 위한 경로 잔치를 베푼다고 한다. 둘 중 한 나무가 더 오래돼 보이고, 이 나무는 큰 암반을 품고 있다. 모습으로 보건대 마을 주민의 쉼터와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 같다. 나무 수령은 400여 년, 높이는 23m, 줄기 둘레는 5.5m다.

천년의나무 2020.08.19

왕곡동 은행나무, 회화나무

중종반정 공신인 김우증(金友曾)이 임금한테서 하사 받은 땅이 의왕시 왕곡동 일대다. 백운산, 오봉산, 모락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김우증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고, 자연스레 마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는 마을이 형성된 초기에 심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김우증의 행적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수령은 500여 년이고, 나무 높이는 30m, 줄기 둘레는 6.9m다. 은행나무 옆에는 회화나무 보호수도 한 그루 있다. 수령은 120년,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4m다.

천년의나무 2020.08.19

양지리 향나무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는 11개다. 그중 하나가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32호의 이 향나무다. 옆에 거창 신씨 선조를 모신 묘소와 건물이 있는데, 이 향나무는 묘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양지리 향나무는 굵은 줄기가 여러 개의 가지로 균형 잡히게 갈라져서 단정한 모양을 하고 있다. 용틀임하는 향나무와는 모양새가 다르다. 입구 쪽에서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나비 같이 보인다.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전체적으로 품위 있고 늠름한 모습의 향나무다. 향나무는 마을 끝 막다른 곳에 있다. 나무를 보고 나가다가 해프닝이 있었다. 지나던 트럭이 도랑에 빠져서 나가는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견인차가 와서 트럭을 끌어낼 때까지 꼼짝없이 갇혔다. 덕분에 1시간 가까이 향나무 아래서 시..

천년의나무 2020.07.31

안산객사 느티나무

안산시 수암동 옛 관아터에 있는 느티나무다. 현재 성곽을 비롯한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인데 객사만 복원되어 있다. 이곳 안산객사(安山客舍)는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갈 때 하룻밤 묵어갔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관아 안에 있던 나무였다. 가까이에 더 오래된 은행나무도 있지만 공사 중이라 울타리로 막혀 있어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뒤로 수암봉이 보이는 전망 좋은 터에 느티나무만이 옛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서 있다. 수령은 400여 년 정도로 추정한다.

천년의나무 2020.07.23

백석리 상수리나무와 회화나무

충남 당진시 순성면 백석리에 있는 상수리나무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백석보건진료소에 들어갔다. 마침 소장님께서 이 나무를 기억하고 계시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한쪽 가지가 잘려서 균형을 잃었지만 나무는 전체적으로 훤칠한 멋쟁이다. 상수리나무는 참나무 형제들 중 하나다. 흔한 나무 중 하나지만 이렇게 독야청청 장수하고 있으니 특별하다. 수령은 230년이지만 줄기는 윤기가 날 정도로 싱싱하다. 나무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3m다. 상수리나무와 가까운 곳에 회화나무가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에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나무 옆에 정자가 있지만 마을 주민이 자주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나무의 수령은 약 400년으로 추정하고, 나무 높이는 18m, 줄기 둘레는 4.1m이다.

천년의나무 2020.06.22

학현리 은행나무

고려 명종 때였다. 젊은 스님이 이 마을 과수댁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 점잖지 못한 행동을 했다. 화간 난 과수댁이 스님을 크게 꾸짖었다. 스님은 한 순간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 자리에서 고행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죽음을 측은히 여겨 은행나무를 심었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학현리에 있는 은행나무에 얽힌 전설이다. 전설대로라면 수령이 800년이 넘는다. 그만큼 크고 우람하다. 은행잎에 가려 거대한 줄기는 볼 수 없다. 아쉽게도 나무가 자라는 자리가 옹색하다. 나무를 두른 철망도 너무 조잡하다. 나무의 가치를 살리는 좀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천년의나무 2020.06.18

우만리 느티나무

여주를 지나가는 여강의 우만리 나루터에 있는 느티나무다. 우만리 나루터는 우만리와 강 건너 강천면을 잇는 곳이었다. 우만리 사람들은 땔나무를 하러 갈 때, 강천면 사람들은 여주장이나 장호원장을 보러 갈 때 이 나루터를 이용했다. 우마차를 싣고 건너는 큰 나룻배도 있었다고 한다. 우만리 나루터는 50년 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 느티나무는 300년간 나루터에서 뭇 사람들의 애환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은 배를 기다리며 느티나무 아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느티나무는 귀동냥으로 들은 사연들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이제는 나루터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적막한 땅이 되어 버렸다. 여강을 따라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가끔 나무 밑을 지나갈 뿐이다,

천년의나무 2020.06.09

운산초교 등나무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운산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등나무다. 수령이 150년인데 서로 얽힌 줄기 모양이 수십 마리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다. 잘 찾아보면 뱀 머리 모양도 보인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좀 무서워 보일 형상이다. 어쨌든 기괴하면서 오묘한 섭리를 보여주는 등나무다. 등나무꽃 피는 시기에 왔다면 훨씬 더 장관을 볼 것 같다. 등나무 그늘 밑에는 야외 수업용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운산초등 출신이라면 이 등나무와 관계된 추억 한두 가지는 갖고 있으리라. 등나무의 저 넓고도 질긴 생명력을 찬탄한다.

천년의나무 2020.06.02

장수동 은행나무(2)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장수동만 아니라 인천시의 자랑이다. 이렇게 멋지고 우람한 은행나무를 본다는 게 영광이며 감사하다. 나이가 8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높이 30m, 둘레 8.6m에 이를 정도로 크면서, 5개의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뻗어 있어 형태가 매우 아름답다. 인천광역시 기념물 12호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내가 볼 때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 '베스트 텐'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은행나무를 처음 만난 건 9년 전 겨울이었다. 봄에 초록 잎을 입은 모습을 보니 더 감탄이 나온다. 왕성한 수세로만 본다면 8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다. 예전에는 음력 7월과 10월에 마을 주민들이 제물을 차리고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런 전통은 이..

천년의나무 2020.05.21

여산동헌 느티나무

전북 익산의 여산 동헌(東軒) 앞에 있는 느티나무다. 여산은 현이었다가 세종 18년(1436)에 원경왕후의 외가가 있는 곳이라 하여 군으로 승격되었다. 아마 이 느티나무는 그 시기에 동헌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은 약 600년이다. 옆에도 다른 느티나무가 몇 그루 있다. 느티나무 아래엔 백지사 터가 있다. 백지사(白紙死)란 죄인의 얼굴을 백지로 덮고 물을 뿌려 질식사시키는 방법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백지사 처형을 당했다. 이 느티나무는 동헌 뜰에서 벌어진 잔인한 광경을 다 보았을 것이다. 150년 전의 상황이 아득하다. 세상은 일변했고, 느티나무만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천년의나무 2020.05.13

내월리 느티나무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명곡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옆으로 741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칠월 칠석에는 이 느티나무 밑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마을의 화합을 다지며 행운을 비는 굿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도 나무 둘레에는 주민의 기원이 적힌 종이가 달려 있다. 마을 주민과 함께 해 온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이고,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4.6m다.

천년의나무 2020.05.11

무도리 소나무

오랜만에 멋진 자태의 소나무를 만났다. 제천시 송학면 무도3리 마을 입구를 지키는 소나무다. 마을 주민이 이 소나무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석비에 새긴 설명으로 알 수 있다. 오랜 옛적부터 이 소나무를 서낭당으로 모시면서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날 밤에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서낭제사를 정성껏 올리고 있다 한다. 그리고 나무를 영원히 보호하는데 온 정성을 다할 것음을 밝히고 있다. 나무 밑에는 '성황신위(城隍神位)'라 쓰인 돌 비석이 있다. 나무는 원줄기 1m 정도 높이에서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지며 부채살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며 생육 상태가 좋다. 이 나무를 사랑하는 마을 주민의 정성이 느껴진다. 나무는 수령이 600년 정도며, 높이는 13m, ..

천년의나무 2020.05.06

도화리 버드나무

제천시 송학면 도화리에 있는 버드나무다. 안내판에는 지명이 지곡마을이라 적혀 있다. 이 버드나무는 무도천과 2차선 도로 사이에 있다. 도로에 가깝지만 나무가 자라는 터가 넓어서 여유가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혼자 덩그마니 있는 모습에 잠시 내려 가까이 가 본 나무다. 이 버드나무 수령은 약 200년이고, 나무 높이는 14m, 줄기 둘레는 3.4m다.

천년의나무 20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