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68

두물머리 느티나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는 느티나무이다. 수령은 약 400년이고, 높이는 26m로 경기도 지정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안내문에 보면 예전에 이곳이 두물머리 나루터였는데 한양과 왕래하는 짐을 싣고 온 말이나 소들이 이 느티나무 아래서 쉬었다고 한다. 지금은 하류에 팔당댐이 건설되어 그때와는 지형이 많이 변했을 것이다. 수량이 많아져서 느티나무 바로 옆에까지 강물이 들어와 있는데, 강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호수로 보인다. 나무 옆에 서서 그 옛날의 풍경을 연상해 보려 하지만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하여튼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아주 좋다. 강변을 따라 산책길이 길게 만들어져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최고일 것 같다. 어느 TV 드라마의 촬영 장소였기도 해서 찾는 이가 많다는데, 만약..

천년의나무 2005.01.02

조계사 백송

경복궁 둘레에는 오래 된 백송(白松)이 몇 그루 남아 있다. 관청이나 양반가에서 고이 길렀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적으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백송은 무척 귀하고 상서로운 나무로 대접을 받았을 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천연기념물 제 9호로 지정된 조계사 경내에 있는 이 백송이다. 조계사는 한양 도성 내에 있는 유일한 본사로 139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터는 비좁고 볼 품이 없다. 조선조 시대에 불교에 대한 대접이 시원치 않았음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도성 내에 이런 사찰을 허락한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조계사 대웅전은 지금공사중이어서 경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백송은 대웅전과 공사..

천년의나무 2004.12.26

반계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는 반계리의 은행나무이다(천연기념물 167호). 마침 터에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 본 날, 가을 아침 햇살 아래서 노랗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멋진 자태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웠다. 원주에서 여주 방면으로 옛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이 나무가 있다. 행정지명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이다. 나이는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35m, 줄기둘레 17m,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만도 38m에 달한다. 안내문에 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속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은행나무과에서 오직 일 속, 일 종만 있으며, 저희들끼리도 숲을 이루지 못하는 독립수..

천년의나무 2004.11.08

안면도 모감주나무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옆에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다. 모감주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이곳이 유일하게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138호로 보호받고 있다. 마을과 바다 사이의 바닷가를 따라 3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아마도 옛 사람들이 바람막이 숲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안내문 설명에는 모감주나무 씨가 중국에서 황해의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와 해안가에 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염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모감주나무의 영어 이름이 'Pride of India'인데 원산지는 아마도 인도가 아닌가 싶다. 원래 키 큰 나무인데 이곳 안면도의 모감주나무는 세찬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키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 같다. 고달픈 세파를 상징하듯 나무들은 겨우생..

천년의나무 2004.10.21

재동 백송

지난 주말 오후에는 동료 K와 같이 종로구 재동(齋洞)에 있는 백송(白松)을 보러 갔다. 지금은 헌법재판소 구내에 속해 있는데 정문 수위실에 백송을 보러 왔다고 하니선선히 통과시켜 준다. 본관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서니 뒤편 얕은 언덕 위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품위가 손상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백송은 누가 보아도 절대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흰색 줄기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동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하는데 과히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백송은 중국 북경 부근이 원산지로 번식시키기가 까다로워 희귀한 나무이다. 중국에서 ..

천년의나무 2004.10.11

경기상고 반송

경기상고에서 반송을 보다. 경기상고는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학교 본관 건물 앞으로 늘어선 반송이 참 봄직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라면 대부분이 소나무를 말할 것이다. 소나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야산에서 구불구불 자라는 소나무도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고, 하늘을 향해 쭉 쭉 뻗은 소나무 또한 시원하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 중에서도 반송이 좋다. 반송의 가장 큰 특징은 주된 줄기가 따로 없고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들이 뻗어 나온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Umbrella Pine'인데 그 이름대로 생긴 모양이 우산을 쓴 것 같이 대칭형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붉은 색을 띤 줄기도 시원시원하다.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이름에는 'Japanese'가 들..

천년의나무 2004.10.01

밤골 뽕나무

터에 이웃한 밭에는 큰 뽕나무가 있다. 어릴 때 밭에서 가지만 무성하고 높이래야 고작 사람 키의 한두 배정도 되는 뽕나무만 기억에 나는 나로서는고목이 된이 뽕나무가 무척 신기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이걸 뽕나무로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뽕나무라는 걸 알려주면 모두들 놀란다. 뽕나무도 이렇게 클 수 있느냐고 되묻곤 한다. 지금은 누에를 키우는 농가가 없지만 옛날에 뽕나무는 농민들과 가장 가까운 나무였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집집마다 누에를 쳤다. 아마도 누에치기는 농가 수입의 중요한 몫을 담당했었던 것 같다. 어두침침하고 후덥지근한 느낌, 그리고 온 몸이 간질거리는 듯한 뽕잎 갉아먹는 소리가 나는 누에방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새까만 누에알에서 시작하여 뽕나무를 ..

천년의나무 2004.06.24

창경궁 회화나무

창경궁에 있는 300여살이 되었다는 회화나무이다. 안내문에 보면 창경원 시절에 수많은 관람객들의 손에 가지가 꺾이고 시달려 수형이 이렇게 불균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세월의 풍파를 견딘 나무의 품위는 더욱 당당해 보인다. 끈질긴 생명력과 바위와 같은 과묵함이 거목에서 느껴진다. 일본에는 나이가 5천년이 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삼나무의 일종이라고 한 것 같다. 한 생명체가 우리 나라역사와 맞먹는 세월만큼 살아왔다니 절로 감탄이 난다. 그 나무 앞에서는 누구라도 경배를 하게 될 것 같다. 그 긴 침묵의 세월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가.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만 여기는오만한 짓거리는 이제 그만 뒀으면 좋겠다.

천년의나무 200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