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52

사기리 탱자나무

강화도에는 두 그루의 천연기념물 탱자나무가 있다. 하나는 갑곶돈대 안에 있고, 또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 79호로 지정된 이 사기리 탱자나무이다. 마리산 등산로 입구이기도 한 함허동천에 조금 못 미처 도로 옆에 이 나무가 있다. 강화도는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라는데, 강화도 기후는 연평균기온 11도, 강우량 1000 mm 정도로 기온의 연교차가 작고 비교적 따뜻한 날씨여서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강화도 탱자나무는 역사적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같이 간 동료의 얘기로는 약 400 년 전 봉림대군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성을 쌓고 바깥쪽에 탱자나무를 심어 적의 접근을 막았다고 한다. 날카롭고 단단한 탱자나무 가시는 귀신도 물리친다고 하니 적병들 쯤이야 쉽사리 막아줄 수 있으리라는 믿..

천년의나무 2005.10.18

행촌리 느티나무

이 나무는 종덕리 왕버들과 이웃한 마을에 있다.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행촌리이지만 마을 사람은 동령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무로 찾아가는 입구에 서있는 안내판에도 동령리 느티나무라고 적혀 있다. 이 느티나무는 크기가 다른 것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한 나무 줄기가 굵고 우람하다. 마치 힘 좋은 황소를 보는 것 같다. 옆에 우사(牛舍)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목이 느티나무인데 그 생김새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오랜 삶의 연륜에서 풍기는 무게가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생존하자면 수 많은 난관을 헤쳐나왔을 것이다. 나무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천연기념물 제 280 호 전북 김제시 봉남면..

천년의나무 2005.10.13

종덕리 왕버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물을 좋아한다. 호숫가나 물이 많은 개울가에서 잘 자라는데 어떤 나무는 물 속에서 크기도 한다. 왕버들은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중에서도 가장 크게 자라고 오래 사는 나무이다. 주산지에 가면 호수 주변에서오래된 왕버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왕버들 한 그루를 보러 김제에 들어서니 너른 평야지대여서 시야가 확 트인다. 지나간 지평선축제를 알리는 안내 깃발도 보인다. 봉남면 종덕리라는 마을은 너른 들판 가운데에 있다. 마을이라면 의례 뒤에 야산을 등지고 있는 풍경에 익숙한데 이런 모습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왕버들은 마을에 이웃한 앞쪽에 당당하게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왕버들이라고 한다. 바로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아마 이 물이 나무를..

천년의나무 2005.10.06

신대리 백송

너무 단 맛은 입맛을 잃게 하고, 너무 화려한 구경거리는 뒤의 경치를 시시하게 만든다. 로마 구경은 맨 나중에 하라는 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처음 만난 백송이 헌법재판소 구내에 있는 재동 백송이었는데 지금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나무였다. 그것이 나무에 관심을 갖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눈맛을 버려놓기도 한 셈이다. 그 뒤에 만나는 백송들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천 신대리에 있는 백송은 마을 뒤쪽 경사진 언덕에서 자라고 있다. 높이는 16 m 가량으로 키도 크고 모양새도 좋다. 그러나 백송의 가장 큰 특징이 줄기 색깔인데 이 나무는 흰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무의 큰 줄기는 재동 백송과 마찬가지로V자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 안내문에 보면 지금으로부터 약 210..

천년의나무 2005.10.01

도립리 반룡송

올라오는 길에 이천을 지나다가 백사면 도립리에 있는 반룡송을 찾아갔다. 넓은 벌판 가운데에 있는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크기가 예상보다 작다는 것이었다. 지난 번에 본 운문사 처진소나무의 웅장함이 연상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역시 이름값을 하는나무였다. 이 나무를 찾아오는 길에 지나가는 촌로에게 위치를 물으니 방향을 가르켜 주면서 "그 나무 볼 만 할거요."라고한 말이 역시 빈말이 아니었다. 땅에서 큰 줄기가 올라가면서 옆으로 퍼져 있는데 뱀이 똬리를 틀듯 꼬여있는 모습이 무척 특이하다. 그래서'뱀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반룡송(蟠龍松)이란 이름은 이 소나무가 하늘로 오르기 위해 꿈틀거리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선지 줄기의 ..

천년의나무 2005.09.26

안심리 포플러나무

어릴 적 고향 마을 앞에는 신작로가 있었다. 그 길은 비포장의 좁고 울퉁불퉁한 길이었는데 가끔씩 자동차가 나타나 뽀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갈 뿐 늘 한적한 길이었다. 차 보다는 걷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구루마’라고 불렀던 소달구지가 도리어 눈에 익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형편없는 도로였겠지만 당시로서는 대도시로 통하는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신작로에는 키다리 포플러나무가 길 양쪽으로 끝없이 길게 서 있었다. 어린 우리들 둘이서 팔을 벌려도 잡히지 않을 만큼 큰 나무들이 남에서부터 북으로 약 10km에 걸쳐서 초록의 띠를 만들며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은 우리들의 통학로였으며, 포플러나무들은 우리들의 친구이기도 했다. 여름에 포플러나무는 매미들의 집이었다. 바람이 불면 이파리들이 찰랑찰랑 흔..

천년의나무 2005.09.08

태장리 느티나무

오래 된 동네 어귀에는 정자나무라고 불리는 고목이 있다. 대개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로 되어 있는 이런 나무들은 동네 사람들의 휴식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지주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순흥을 지나다가 이 정자나무를 만났다. 국도 바로 옆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의 나이는 약 6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13m에 달하는데 주민들의 휴식처이면서 마을의 안녕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음력 정월 보름이면 이 나무 아래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동제(洞祭)를 지낸다고 한다. 그 말대로 나무 아래에는 돌로 만든 제단이 놓여 있다. 그런데 지금 한여름의 오후 시간, 동네며 나무는 온통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고목에 매미 소리 들리고,..

천년의나무 2005.08.22

전등사 은행나무

요사이는 어디를 가든 제일 눈길이 가는 것은 나무나 풀들이다. 절에 가면 늘 노거수(老巨樹)를 찾게 된다. 경내에 연륜이 오래된 나무가 있으면 절집의 고풍스런 분위기는 한결 더해진다. 그리고 보통은 나무에 얽힌 전설 하나쯤은 들을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에는 오래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각각 500년과 600년으로 되어 있다. 삶에 지쳤는지 많이 쇠약해 보이는 이 은행나무에는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조선 후기 어느 때였다고 한다. 관청에서는 매년 전등사에서 상당한 양의 은행을 공출해 갔는데 그 양이 늘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해는 그 양을 갑자기 두 배로 늘려 스무 가마니를 요구했다. 이에 스님이 은행이 열리지 않으면 공출도 없을 것이라..

천년의나무 2005.07.06

물건리 방조어부림

남해도의 물건리에는 천연기념물 150호로 지정된 방조어부림(防潮漁府林)이 있다. 어촌마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는 대개 방풍림이 있지만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규모도 대단하고 나무들의 종류나 나이도 다른 방풍림에 비하여 다양하고 오래 되었다. 곡선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약 1.5km 길이에 걸쳐 팽나무, 말채나무, 이팝나무, 후박나무 등 40여종의 나무 7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방조어부림'이란 뜻은 폭풍우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고기떼를 부르는 숲이라고 한다. 잘 가꾸어진 방풍림이 바다 바람이나 파도를 막아주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고기잡이에도 이용된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다. 이것은 물고기들이 녹색을 좋아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 아래로 모여드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건리 사람들에..

천년의나무 2005.03.05

운문사 처진소나무

천연기념물 제 180호인 청도 운문사(雲門寺) 경내에 있는 처진소나무이다. 수령은 약 400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6m, 가지가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는 20m에 이르는 아름답고 큰 나무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우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우람한 줄기들의 위용에 압도당하게 된다. 줄기의 무게를 지탱해 주느라 많은 지주를 세워 놓았다. 오래된 절마다 이런 노미수(老美樹) 하나쯤 있다면 절의 분위기는 한층더 살아날 것 같다. 나무 줄기를 보면 남성의 근육을 연상시키듯 힘이 느껴지지만, 멀리서 보면 삿갓을 쓴 듯한 사방 대칭의 균형잡힌 모습이 여성스럽고 우아하다. 겨울인데도 솔잎의 초록색이 윤이 나듯 반질반질거린다. 그만큼 싱싱하고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뜻일 것이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봄이면 이 소나무..

천년의나무 2005.02.28

올림픽공원 부부목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자와 여자를 각각 불완전한 존재로 보고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결합할 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올림픽공원을 산책할 때 만나게 되는 이 나무를 보면신화에서 말하는 그런 내용이 떠오른다. 포플러나무인 듯한 이 나무는 멀리서 보면 그냥 온전한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두 그루가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무가 키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면서 그래서 서로 좌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오순도순 사이 좋게 살고 있다. 둘이지만 둘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두 나무 사이에 있는 틈이다. 자연스런 모양인지, 아니면 사람이 전지를 해서 저렇게 된 것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틈이 있음으로써 둘의 관..

천년의나무 2005.02.19

순흥면 연리목송

영주시 순흥면사무소 구내에는 재미있게 생긴 소나무가 있다. 두 줄기가 꽈배기처럼 몸을 서로 꼬면서 자라고 있는데 중간에서는 둘이 완전히 붙어서 한 몸이 되어 있다. 연리지(連理枝)나 연리목(連理木)으로 불리는 나무가 있다.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가지나 줄기가 합쳐져서 한 나무로 된 것을 가리키는데떨어지기 어려운 부부간의 금슬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얘기만 들었지 아직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여기 순흥의 소나무는 아름다운 연리목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밑을 보면 한 나무의 줄기에서 갈라진 것이어서 완전한 연리목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올려다보는 나무의 모양은 무척 신기하다. 연리지로 되는 어떤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둘이서 얼마나 그리웠으면 저렇게 한 몸을..

천년의나무 2005.02.11

선농단 향나무

서울 제기동에 있는 선농단(先農壇)에는 천연기념물 240호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다. 선농단은 조선조 때 농업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이때 지내던 제사는 축제의 성격이 컸다고 한다. 경칩이 지난 다음 동대문 밖인 이곳에 왕이 와서 제사를 지내고 직접 쟁기를 잡고 농사짓는 모범을 백성들에게 보여주었다. 행사 뒤에는 소를 잡고 가마솥에 곰탕을 끓였는데, 이 탕을 선농탕(先農湯)이라고 했으며 이것이 뒤에 설렁탕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은 설렁탕의 기원지이기도 하다. 나에게 이 장소가 각별한 것은 여기가 모교 캠퍼스였기 때문이다. 그때 선농단은 캠퍼스 안에 있어서 우리들의 휴식 동산이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도 하고 토론도 하던 장소였다. 또 그때는 카드놀이가..

천년의나무 2005.01.26

갑곶리 탱자나무

집 울타리로 무슨 나무가 좋은지를 물어볼 때 탱자나무를 추천하는 사람은 대개 고향이 남쪽 지방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탱자나무에 얽힌 추억담 한 두 가지 정도는 들려준다. 탱자나무는 추위에 약하다. 내 고향만 해도 탱자나무를 보기는 힘들었다. 옆 마을의 어느 집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는데 가을에 달린 노란 탱자 열매가 겨우 기억나는 정도다. 며칠 전 강화도에 간 길에 갑곶돈대에 들러 천연기념물 78호인 이 탱자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서 자라는 탱자나무라고 한다. 수령이 400년 정도로 추산하는데 울타리로 본 키 작은 탱자나무만 연상하다가 만나서인지 이렇게 큰 탱자나무도 있나 싶게 거목이다. 물론 다른 나무가 400년이 되었다면 엄청나게 더 클테지만,극한 한계의 조건에서 긴 세월..

천년의나무 2005.01.16

두물머리 느티나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는 느티나무이다. 수령은 약 400년이고, 높이는 26m로 경기도 지정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안내문에 보면 예전에 이곳이 두물머리 나루터였는데 한양과 왕래하는 짐을 싣고 온 말이나 소들이 이 느티나무 아래서 쉬었다고 한다. 지금은 하류에 팔당댐이 건설되어 그때와는 지형이 많이 변했을 것이다. 수량이 많아져서 느티나무 바로 옆에까지 강물이 들어와 있는데, 강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호수로 보인다. 나무 옆에 서서 그 옛날의 풍경을 연상해 보려 하지만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하여튼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아주 좋다. 강변을 따라 산책길이 길게 만들어져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최고일 것 같다. 어느 TV 드라마의 촬영 장소였기도 해서 찾는 이가 많다는데, 만약..

천년의나무 2005.01.02

조계사 백송

경복궁 둘레에는 오래 된 백송(白松)이 몇 그루 남아 있다. 관청이나 양반가에서 고이 길렀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적으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백송은 무척 귀하고 상서로운 나무로 대접을 받았을 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천연기념물 제 9호로 지정된 조계사 경내에 있는 이 백송이다. 조계사는 한양 도성 내에 있는 유일한 본사로 139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터는 비좁고 볼 품이 없다. 조선조 시대에 불교에 대한 대접이 시원치 않았음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도성 내에 이런 사찰을 허락한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조계사 대웅전은 지금공사중이어서 경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백송은 대웅전과 공사..

천년의나무 2004.12.26

반계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는 반계리의 은행나무이다(천연기념물 167호). 마침 터에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 본 날, 가을 아침 햇살 아래서 노랗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멋진 자태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웠다. 원주에서 여주 방면으로 옛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이 나무가 있다. 행정지명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이다. 나이는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35m, 줄기둘레 17m,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만도 38m에 달한다. 안내문에 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속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은행나무과에서 오직 일 속, 일 종만 있으며, 저희들끼리도 숲을 이루지 못하는 독립수..

천년의나무 2004.11.08

안면도 모감주나무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옆에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다. 모감주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이곳이 유일하게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138호로 보호받고 있다. 마을과 바다 사이의 바닷가를 따라 3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아마도 옛 사람들이 바람막이 숲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안내문 설명에는 모감주나무 씨가 중국에서 황해의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와 해안가에 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염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모감주나무의 영어 이름이 'Pride of India'인데 원산지는 아마도 인도가 아닌가 싶다. 원래 키 큰 나무인데 이곳 안면도의 모감주나무는 세찬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키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 같다. 고달픈 세파를 상징하듯 나무들은 겨우생..

천년의나무 2004.10.21

재동 백송

지난 주말 오후에는 동료 K와 같이 종로구 재동(齋洞)에 있는 백송(白松)을 보러 갔다. 지금은 헌법재판소 구내에 속해 있는데 정문 수위실에 백송을 보러 왔다고 하니선선히 통과시켜 준다. 본관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서니 뒤편 얕은 언덕 위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품위가 손상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백송은 누가 보아도 절대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흰색 줄기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동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하는데 과히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백송은 중국 북경 부근이 원산지로 번식시키기가 까다로워 희귀한 나무이다. 중국에서 ..

천년의나무 2004.10.11

경기상고 반송

경기상고에서 반송을 보다. 경기상고는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학교 본관 건물 앞으로 늘어선 반송이 참 봄직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라면 대부분이 소나무를 말할 것이다. 소나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야산에서 구불구불 자라는 소나무도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고, 하늘을 향해 쭉 쭉 뻗은 소나무 또한 시원하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 중에서도 반송이 좋다. 반송의 가장 큰 특징은 주된 줄기가 따로 없고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들이 뻗어 나온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Umbrella Pine'인데 그 이름대로 생긴 모양이 우산을 쓴 것 같이 대칭형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붉은 색을 띤 줄기도 시원시원하다.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이름에는 'Japanese'가 들..

천년의나무 2004.10.01

밤골 뽕나무

터에 이웃한 밭에는 큰 뽕나무가 있다. 어릴 때 밭에서 가지만 무성하고 높이래야 고작 사람 키의 한두 배정도 되는 뽕나무만 기억에 나는 나로서는고목이 된이 뽕나무가 무척 신기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이걸 뽕나무로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뽕나무라는 걸 알려주면 모두들 놀란다. 뽕나무도 이렇게 클 수 있느냐고 되묻곤 한다. 지금은 누에를 키우는 농가가 없지만 옛날에 뽕나무는 농민들과 가장 가까운 나무였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집집마다 누에를 쳤다. 아마도 누에치기는 농가 수입의 중요한 몫을 담당했었던 것 같다. 어두침침하고 후덥지근한 느낌, 그리고 온 몸이 간질거리는 듯한 뽕잎 갉아먹는 소리가 나는 누에방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새까만 누에알에서 시작하여 뽕나무를 ..

천년의나무 2004.06.24

창경궁 회화나무

창경궁에 있는 300여살이 되었다는 회화나무이다. 안내문에 보면 창경원 시절에 수많은 관람객들의 손에 가지가 꺾이고 시달려 수형이 이렇게 불균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세월의 풍파를 견딘 나무의 품위는 더욱 당당해 보인다. 끈질긴 생명력과 바위와 같은 과묵함이 거목에서 느껴진다. 일본에는 나이가 5천년이 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삼나무의 일종이라고 한 것 같다. 한 생명체가 우리 나라역사와 맞먹는 세월만큼 살아왔다니 절로 감탄이 난다. 그 나무 앞에서는 누구라도 경배를 하게 될 것 같다. 그 긴 침묵의 세월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가.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만 여기는오만한 짓거리는 이제 그만 뒀으면 좋겠다.

천년의나무 200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