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다'에 갔다가 전시보다는 뜰에 있는 느티나무를 더 오래 바라보았다. 마침 갤러리 주인이 옆에 있어서 이 느티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땅을 구입하려고 왔을 때 집은 폐가 비슷했고 마당에 있던 느티나무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 주위는 동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느티나무 하나를 보고 터를 구입했다고 한다. 집을 리모델링 해서 전시장으로 꾸미고, 그리고 마당의 느티나무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맡겨 살려냈다는 것이다. 수령이 약 40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인데 나무 줄기 중 반 이상이 죽어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싱싱한 잎을 달고 이 전시장의 명물이 되고 있다. 비록 나뭇가지가 대부분 잘려진 안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 느티나무 때문에 전시장 분위기가 살고 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무이기 때문인지 전시장에서도 자꾸만 이 나무에 눈길이 갔다.
우리들 마음의 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대로 방치해 두면 여기저기서 들어온 쓰레기들로 금방 황폐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과 몸매에는 신경을 쓰지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잘 돌아보질 않는다. 그것은 마음이 보이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생명력을 잃어가고 속에는 황량한 바람만 스쳐간다. 내가 다시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마음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다. 죽어가는 느티나무를 다시 살리고 마당에는 꽃향기로 가득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나비가 찾아오고 새들의 노래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죽어가는 느티나무를 다시 살려내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워준 주인의 마음이 고맙고 귀하게 느껴진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나무가 방해가 된다고 베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건물을 짓는게 경제적 입장에서는 훨씬 더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돈 이전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이다. 당장은 손해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결국은 인간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