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제주도 성읍민속마을을 찾아들어가니 집집마다에서 사람들이 나와 안내를 자청했다. 알고 보니 이렇게 개별적으로 안내를 하고 나중에 특산품을 사 가라고 권유한다고들 한다.
나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자유롭고 둘러보고 싶어도 주민들 시선이 부담이 돼 망설이게 된다. 마치 현대식 쇼핑 매장에서 점원들의 호객 행위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민속적인 면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느티나무에 대해물으니 실망하는 눈치로 위치를 알으켜 준다.
성읍마을은 조선시대 약 500 년간 지금 식으로 하면 군청 소재지에 해당되는 지역이었다. 그 전 고려 시대 때부터 이곳에 나무가 울창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수령 1천 년으로 추정되는 이 느티나무의 역사도 그 때까지 올라가는 것 같다. 길을 마주하고 맞은 편에는 역시 나이가 상당히 오래 되어 보이는 팽나무들이 여러 그루 자라고 있다. 제주도 옛 가옥과 오래 된 느티나무가 아주 잘 어울려 보였다.
말이 쉬워 천 년이지 지금껏 천 년을 살고 있는 나무를 보면 외경심이 저절로 우러난다. 이미 노쇠한 흔적이 보이지만 굵은 줄기하며 당당한 모습은 고작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초라하게 한다. 이 느티나무의 가슴 둘레는 4.3m, 키는 20m가 넘으며 가지가 뻗은 지름은 근 30m에 이른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161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