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54

과천향교 느티나무

과천시 중앙동의 관악산으로 오르는 주등산로 입구에 과천향교가 있다. 과천향교는 조선 태조7 년(1398)에세워졌으나, 자주 불이 나고 과거에 오르는 학생도 없는 등의일이 생기자터가 좋지 않다고 여겨 숙종 16 년(1690)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대부분의 향교와 마찬가지로 명륜당, 내삼문, 대성전 등이 있는데, 현재 건물은 1975년에 복원했다. 이 과천향교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300 년 정도로 추정되니 현재 위치로 향교가 옮겨온 년수와 거의 비슷하다. 그 당시에도 기념식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향교를 옭긴 기념으로 심은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나무 높이는 20 m, 줄기의 둘레는 3 m 정도이다. 이 나무를 만난지는벌써 20 년이 넘었다.관악산에 오를 때면 대개 이곳이 ..

천년의나무 2008.06.25

방아다리약수 전나무길

강원도 계방산 자락에 방아다리약수가 있다. 약수에서는 쇠맛이 나고,주변이 붉은 앙금으로 덮여 있어 이 약수에는 철분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약수보다도 주차장에서부터 약수터에 이르는 300 m 정도 되는 전나무길이 더 좋다. 양쪽으로 도열한 전나무를 벗하며 흙길을 따라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전나무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니어서 도리어 정겹다. 길은 호젓하고 아담하다. 이 길에 들면 그동안 내 마음이 얼마나 시끄러웠고 번잡했음을 알게 된다. 도시에서만 사는 사람은 도시를 모르고, 숲속에서만 사는 사람은 숲을 모른다. 조용하고 고요한 세계를 만나니 내 마음속의 소란이 저절로 드러난다. 또한 텁텁한 약수 한 모금이 부드러운 물맛을 상기시켜 준다. 아무리 약수가 좋다한들 늘 상용할 수야..

천년의나무 2008.06.19

준경묘 혼례소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스 코리아 소나무는 누구일까?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는 10여 년 간의 연구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형질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강원도 삼척의 준경묘에 있는 이 소나무다. 키 32 m, 허리둘레 2.1 m, 나이 약 100 살인 이 미인송은 충북 보은군에 있는 정이품송을 신랑으로 맞아 2001 년에 혼례를 치렀다. 당시 산림청장이 주례를 맡고, 두 지역의 군수가 각각 혼주를 맡아서 마치 사람의 혼례식처럼 정식으로 의식을 갖춰 부부가 되었다. 정이품송의 부인송은 보은군에 이미 있었으니, 준경묘 미인송은 사람으로 치면 소실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과정들은 우수한 우리 소나무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진다. 소나무..

천년의나무 2008.06.15

천은사 느티나무

천은사(天恩寺)로 들어가는 길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나이는 250 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생김새는 괴목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어떤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는 듯 보인다. 특히 개울 옆에서 자라고 있는 느티나무는 돌출된 뿌리가 돌들과 뒤엉켜 있어 괴목의 힘이강하게 느껴진다. 절을 찾는 신도들은이 나무 옆을 지나갈 때마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신다. 나무가 수백 년을 살게 되면 절로 경외감이 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사찰 경내에 있으니 영험한 힘이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산 속에 있는 고찰들에서 느껴지는종교심은 주변의 오래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탓도 있음이 분명하다.그런 면에서 도심의 사찰은 인간의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절을 ..

천년의나무 2008.06.07

천은사 참중나무

강원도 삼척에 있는 두타산 자락에 천은사가 있다. 고려 때 이승휴(李承休)가 이곳에서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썼다고 하는데, 절 입구에는 그런 사연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천은사(天恩寺)라는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조상 무덤을 이 부근에 조성하면서 하늘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천은사 경내에는 참중나무 세 그루가 있다. 참중나무[참죽나무]와 가중나무[가죽나무]는 서로 사촌 쯤 되는 것 같다. '참'[眞]과 '가'[假]의 차이만 있을 뿐 나무의 생김새나 용도가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스님들이 참중나무의 순이나 잎을 반찬으로 즐긴다고 한다.그래서 이름도 참중나무[眞僧木]라고 부른다는 해석이 그럴 듯하다. 경내에 있는 참중나무는 날씬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하늘로뻗어 있다. 줄기는 군더더기 없는 직선의..

천년의나무 2008.06.07

화성행궁 느티나무

화성행궁에 들어서면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이가 600 여살로 추정되니 화성을 짓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나무다. 그래서 수원 사람들에게는 영목(靈木), 신목(神木)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화재로 인해 훼손되어 현재는 줄기의 일부만이 살아 있다. 가운데 공동에는 화재로 타고 그을린 검은 흔적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전체 줄기의 1/10 정도나 될까, 살아있는 줄기는 다행히도 싱싱하게 잎을 피웠다. 5 년 전에 대대적인 나무살리기 작업을 한 결과라고 한다. 이 나무는 높이가 30 m, 둘레는 6 m에 이르며,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느티나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08.05.28

훈련도감유영지 느티나무

북한산성 안에 있는 훈련도감유영지(訓鍊都監留營址)에서 참 신기한 나무를 만났다. 바위와 한 몸이 되어자라고 있는 느티나무인데나무가 마치 거머리처럼 바위에 납작하게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땅에서 나온 줄기가 비스듬히 바위를 뚫고 지나가서 다시 수직으로 향했는데 잎으로 보아서 나무는 건강했다. 나무는 보통 다른 물체가 있으면 접촉하지 않고 피하려 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완전히 바위와 일심동체가 되었다. 나무 줄기가 바위 표면처럼 2 차원평면으로 변한 것이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이 일부러 저렇게 만들려고 해도 어려운 노릇이다.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되었다고 믿기에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우리는 한참을 바라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나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머리 느티나무'라..

천년의나무 2008.05.11

원터골 느티나무

서울 쪽에서 청계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가 원터골이다. 원터골 등산로 입구에 등산객들의 만남의장소로 이용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금은 도로가 생겨서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복잡하게 되었지만 인근에 미륵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이 절터였거나 미륵신앙에 관계된 기복의 장소였던 곳으로 보인다. 일제시대 때만 해도 이곳에는 미륵당을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들에 의해서 느티나무는 대부분 베어지고 지금은 고작 두 그루만 남아 있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300 년이 되었다. 전에는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신령한 나무로 대접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20 세기에 들어 시작된 나무의시련은 지금은 문명에 의한 시달림으로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

천년의나무 2008.05.09

덕수궁 회화나무

고궁에서는 어디서나 오래된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회화나무가 선비나 학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옛날 주나라 봉건시대 때는 신분에 따라 무덤 주위에 심는 나무 종류도 달랐다. 천자는 소나무, 제후는 측백나무, 선비의 경우에는회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것이 유래가 되어 회화나무는 중국에서 학자수 또는 선비나무로 불리었는데, 당연히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전해져서 회화나무는 선비나 학식을 상징하는 나무로 되었다. 덕수궁에도 여러 그루의 회화나무 고목이 있다. 대략 300여 년이 된 나무들이다. 특히 이 회화나무에는 줄기에 큰 옹두리가 달려 있다. 옹두리는 나무 줄기가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을 가리키는데 회화나무에 잘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중국에서는 괴(槐)라고 부른다. 중..

천년의나무 2008.04.22

정독도서관 회화나무

1970 년대에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 자리가 정독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반가운 것은 지금까지 옛 교정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특히 오래된 본관 건물이나 강당 등을 그대로 도서관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건물의 고풍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도서관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운동장 한 켠에 수령이 300 년 정도인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마 70 년대 이전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 이 나무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에 시달렸는지 나무는 가지가 많이 잘라졌고 줄기마저 쇠 버팀대에 의지한채 불안하게 서 있다. 그 모습이 족쇄를 찬 죄수 같아 보기에 민망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도 교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쉬는..

천년의나무 2008.04.05

우정총국 회화나무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는 옛 우정총국(郵征總局) 건물이 한 채 남아 있다. 이곳은 근대식 우편 사무를 취급하기 위해 고종 21년(1884)에 설치한 관청이었다. 이 우정총국 건물이 완공되어 축하 연회를 여는 것을 기회로 삼아 김옥균 등의 개화파는 집권 사대당을 제거하고 신정부를 조직하는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비록 3일 천하로 끝났지만 여기가 바로 그 역사적 현장인 셈이다. 옛 우정총국 마당 한가운데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이가 들기도 했지만 나무는 굉장히 허약해 보이고 상처 투성이다. 줄기는 반 이상이 패여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더구나 줄기는 휘어져 기둥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꼬부랑 할머니와 같다. 이 나무는 갑신정변의 현장을 비롯해 우리의 근대 역사를 바로 옆에서 지켜 보았을 것이다. 그래..

천년의나무 2008.04.01

조계사 회화나무

오랜만에 들린 조계사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의 대대적인 정비로 깔끔해졌지만옛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왠지 낯설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경내에는 아직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조계사 대웅전 마당 한가운데에 오래된 회화나무가 있다. 나이는 450 살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26 m, 둘레는 4 m에 이른다. 예전에 여기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회화나무 숲이 있었다는데, 그래서 이곳이 회화나무 우물골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언젠가 4 월 초파일에 조계사를 찾았을 때, 이 나무 줄기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간 오색의 연등 물결이 무척 아름다웠었다. 물론 당시에는 나무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 나무가 회화나무인지도 몰랐다. 경복궁과 같은 궁궐이 많은 이쪽 동네에는 특히 오래된 회화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회화나무는..

천년의나무 2008.03.27

미륵암 느티나무

상도동 서달산 기슭 주택가에 미륵암이 있다. 입구는 일반 주택과 잘 구별이 되지 않아 가까이 가기 전에는 그곳이 절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산에 있는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려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연혁에 대해서는 안내문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미륵암 마당 한 쪽에 1981년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은 약 220 년 정도로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아니다. 줄기 둘레 역시 2.7 m로 지금 한창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을나무다. 그런데 아쉽게도 도시의 나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생육조건이 아주 나쁘다. 암자의 부속건물이 나무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 줄기에는 상채기도 많이 나있고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런 탓인지 영양제를 맞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

천년의나무 2008.03.18

은수사 청실배나무

마이산에 있는 은수사(銀水寺)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실배나무가 있다. 청실배나무[靑實梨]는 우리나라 재래의 산돌배나무의 일종이라고 한다. 산돌배나무 중에서도 과실이 푸르고 맛있어서 조상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개량종 품종들에 밀려 찾아보기가 어렵다. 은수사 청실배나무는 키가 18 m에 이르고, 줄기 둘레도 3 m에 이르는 아주 큰 나무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를 했다는데, 그 증표로 이 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요사이 식으로는 중요인사의 기념식수에 해당된다.조선을 건국하기 전의이성계는 고려의 장수로서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가 기도를 하며 무엇을 소원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이 배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소중하게 길러졌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일..

천년의나무 2008.03.14

침괘정 느티나무

남한산성에는 멋진 노송들로 함께오래된 느티나무들도 여럿 있다. 느티나무들은 주로 행궁터 부근에 모여 있는데, 지금 행궁 복원 공사 때문에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안타깝다. 그리고 공사장의 어수선함 때문에 나무 역시 몇 년 동안은 소음이나 차량 이동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마을에서 수어장대로 올라가는 초입에 침괘정이 있다. 침괘정은 백제 온조왕의 왕궁지였다는데 그건 믿기가 어렵고, 현재 건물은 영조 27년(1751)에 중수한 것이라고 한다. 침괘정은 무기 제작에 관계된 사무를 담당하던 곳이었다고 추정된다. 이 느티나무는 침괘정 마당 한 끝에 있는데,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 년, 수고 19 m, 줄기둘레 1,4 m로나와 있다. 연륜이 그리 오래 되었다 할 수 없지만 부챗살 모양으로 뻗어난 가지들이 일품이다..

천년의나무 2008.03.09

선암사 잣나무

선암사 경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이 잣나무를 보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시 겨울은 상록수의 계절이다. 상록수의 사시사철 변함 없는모습에서 선조들은 지조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추사가 세한도(歲寒圖)에서그린 송백(松栢)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잣나무가 숲을 이룬 광경도 장관이지만 이렇게 홀로 서 있는 모습도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고독하지만 당당하고 늠름한 자태가 보기 좋다. 그런데 사찰의 잣나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어느 날 한 학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이때 조주선사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고 답했다. 잣나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때 선사의 눈에 띈 것이 잣나무였기 때문이었을 ..

천년의나무 2008.03.05

선암사 매화나무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는 백제 성왕 7년(529)에 아도화상(阿度和尙)이 창건한 절이다. 그 뒤에 도선국사께서 현 위치에 절을 중창했다고 한다.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선암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가 있다. 팔상전(八相殿) 뒷편에 있는 이 매화나무는 선암매(仙巖梅)로 불리는데, 수령이 6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매화나무라고 한다. 이번에 이 매화나무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화엄사 매화, 그리고 오죽헌의 율곡매(栗谷梅)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었다. 선암사에는 이 매화나무 말고도 아름다운 돌담을 따라 오래된 매화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하나같이 고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답고 가치 높은 나무들이다. 겨울에 선암사를 찾게 ..

천년의나무 2008.02.29

낙안읍성 푸조나무

푸조나무는 나에게는 낯설다.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는 푸조나무는 내 주위에서는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안읍성의 성을 따라 돌다가 동편 객사 뒤에서 만난 멋진 나무가 푸조나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반가움은 몇 배가 더 컸다. 첫 대면이기도 해서도 그랬을 것이다. 이 푸조나무는 모양이 웅장할 뿐더러 아름답기도 하다. 겨울나무가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수형이 멋지기 때문이다. 진한 회색의 줄기도 미끈하게 잘 뻗었다. 같이 간 동료들도 모두들 당당하고 멋진 모습에 감탄했다. 수령은 약 300여 년 정도로 보이는데 아마 낙안성을 만들 때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가 아닌가 추정된다. 낙안읍성에는 이외에도 10여 주의 고목들이 더 있다. 다들 성읍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마을의 고풍스러움을 더해주..

천년의나무 2008.02.24

낙안읍성 은행나무

낙안읍성에는 마을의 연륜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마을 중앙에 있는 이 은행나무다. 낙안읍성은 전체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샘도 깊이 파지 않았다. 구멍이 뚫리면 배가 침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는 배의 돛대에 해당되는 중요한 나무다. 높이 28 m, 줄기 둘레 약 10 m, 수령이 1천 년 가까이 되는 이 나무는 낙안읍성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성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다. 모양은 옆으로 퍼지기보다는 직선으로 쭉 뻗어있다. 오래 되었으면서도 나무 줄기에서는 새로운 가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도 왕성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천년의나무 2008.02.23

송광사 고향수

송광사(松廣寺)는 신라말에 혜린(慧璘)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보조국사 지눌스님에 의해 정혜결사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크게 중창되었고 한국불교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해 삼보사찰 가운데서도 승보종찰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의 큰스님만 해도 효봉, 취봉, 구산, 일각스님이 송광사에서 나셨다.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짝 마른 고목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는데, 1200년에 보조국사가 송광사에 오셔서 직접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 이름이 마른 향나무라는 뜻의 고향수(枯香樹)다. 그런데 보조국사가 돌아가시자 이 향나무도 따라 죽었고, 그때부터 스님들은 국사와 나무를 하나로 보고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 까닭에 죽은 나무지만 800년..

천년의나무 2008.02.21

지장사 느티나무

산책길에 들리게 되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여러 조경수들이 심어져 있지만 연륜이 오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만난 유일한 고목이 바로 현충원 경내의 지장사(地藏寺) 입구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불교에서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들어가 중생들을 위무하고 교화하는 살신성인의 부처님이시다. 현충원 안에 있는 사찰 이름이 지장사인 것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과 잘 맞는 것 같다. 이 사찰은 신라 시대 때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약 330 년이 되었고, 높이는 15 m,둘레는 4.5 m이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겨울에 봐서인지 당당하기보다는 좀 쓸쓸하고 외롭게 보였다. 여름 모습을 본다면 아..

천년의나무 2008.02.14

안심리 느티나무

나무를 좋아하다보니 시골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정자나무가 있는지부터 돌아보게 된다. 마을에 큰 나무가 있으면친근감이 들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젖게 된다. 그런데 그런 나무가 없는 마을은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다. 정자나무는 단지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그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표현해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란 고향 마을에는 그런 나무가 없다. 어릴 때야 나무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주 놀러가던 이웃 마을에 이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이 나무를 중심으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다. 그리고 여름이면 넓은 그늘 밑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설날, 고모에게 세배를 하러 이 마을에 들렀다가 다시 보니 감회가 깊다. 안정면 안심리 한가운데에 있는..

천년의나무 2008.02.11

방일리 느티나무

차를 몰고 길을 가다가 큰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운전 때문에 제대로 살필 여유는 없지만, 그래서 흘려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옆에 동승한 사람이 나무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나무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오래 되어 보이는 나무인 경우에는 차를 세우고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나무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날, 가평의 설악면을 지나다가 길 옆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우연히 만났다. 수령이 500여 년이 된 나무인데, 높이는 25 m에 달하고 나무둘레도 5.3 m로 큰 고목이다. 1982년에 가평군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나무 옆에는 올갱이해장국과 순두부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이 음식점의 이름이 '느티나무 가든'이..

천년의나무 2008.02.05

창의리 느티나무

동료가 가평의 설악면을 지나다가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았다며 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고맙게도그곳으로 안내까지 해 주었다. 설악면 창의리라는 마을의 정자나무인 느티나무다. 창의리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 있는 이 나무는 식재년도가 1480년이라고 되어 있다. 얼마나 정확한 년도인지는 의문이지만 사실이라면 나이가 500여 년이 되는 나무다. 높이는 28 m, 나무둘레는 6.8 m로 적혀 있다. 그러나 오랜 연륜 탓인지 나무 줄기의 반 이상은 썩어서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겉모양은 온전하고 싱싱하게 보였다. 예전의 느티나무는 마을이 있다는 신호면서 쉼터의 역할을 했다. 우리 조상들과 가장 가까웠던 나무가 아마 느티나무일 것이다. 저런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은 왠지 고풍스..

천년의나무 2008.02.02

범어사 반송

범어사(梵魚寺)는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있는 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 1300여 년이 된다. 오래 된 고찰답게 범어사에는 멋진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성보박물관 앞에 있는 이 반송은 단아한 모양새로 인하여 눈길을 끌었다. 수령은 100년도 채 안돼 보이는 어린 나무지만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고, 또한 날렵하면서도 고결한 품위가 느껴졌다. 아마 몇 백년 뒤에 여기를 찾는 후세 사람들에게는 명목으로 받아들여질 게 틀림 없다. 범어사에 들렀을 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다른 나무들은 주의 깊게 살피지를 못했다. 그들은 나중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그때는 하루 정도 날을 잡아 금정산 등산도 하면서 범어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08.01.28

성황리 소나무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는 성황리라는 작은 야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 뒷편 산 언저리에 천연기념물 359호로 지정된 이 소나무가 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크기의 소나무가 또 하나 있어 마치 쌍둥이 나무로 보인다. 소나무의 수령은 약 300년 정도로 예상한다는데, 뒤에 무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조경용으로 심었지 않았나 싶다. 나무를 향해 가는데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해서 다시 되돌아 나왔다. 나무 아래가 바로 개 사육장이었다. 되돌아 나온 덕분에 제대로 된 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었다. 멋진 소나무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자라고 있었는데, 그 수세가 웅장하고 싱싱했다. 줄기의 표피가 윤기로 반들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생육 상태가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두 소나무의 가지가 ..

천년의나무 2008.01.24

충익사 모과나무

경남 의령에 있는 충익사(忠翼祠)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켰던 홍의장군 곽재우와 휘하 장병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곽재우 장군은 바로 이곳 의령군 유곡면에서 출생했다. 임란 당시에 가장 의병을 일으켜 왜병의 침공을 막았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충익사 경내에 아주 오래된 모과나무가 있다. 안내문에는 280년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사람은 500년 쯤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모과나무인 셈이다. 크기는 높이가 12 m, 줄기 둘레가 3 m나 된다. 특히 울퉁불퉁한 굵은 줄기는 과히 압권이다. 남성미가 넘치는 이 줄기 모양은 오래된 모과의 고목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굵게 패인 골을 보아도 나무에 얹어진 세월의 무게를 읽을 수 있다. ..

천년의나무 2008.01.19

정동 회화나무

서울에 있는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정동의 덕수궁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서대문 쪽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곡선의 길인데 문화와 역사가 서려있는 무척 분위기 있는 길이다.이 길을 한 번 걸어보면 서울에도 이런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이 길에 오래 된 회화나무가 있다. 바로 앞에는 이번에 신축한 캐나다 대사관이 있는데 이 나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건물을 뒤로 물러서 건축했다고 한다. 공관 착공 당시에 이 나무는 고사 직전이었다는데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애를 많이 썼고, 그리고 건물도 뿌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로 물러 짓는 등 많은 노력 끝에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이런 공로로 이번에 환경재단이 ..

천년의나무 2008.01.02

광주향교 은행나무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에 광주향교가 있다. 조선 시대에 국가에서 설립한 지방 교육 기관인 향교는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교육을 담당했고 선현에서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광주향교가 세워진 시기는 잘 알 수 없으나 숙종 29년(1703)에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광주향교 둘레에는수령이 500년 내외가 되는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향교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향교와 은행나무는 고사가 전해주듯 서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옆에 있던 친구는 이런 오래된 나무를 볼 때마다 자신의 인생살이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목둘레에 서면 왠지 숙연해지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천년의나무 2007.12.31

두곡리 은행나무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경상북도 기념물 75호로 지정되어 있다. 크기는 높이가 15 m, 둘레가 8.3 m에 이르며, 나이는 약 450년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두곡리 마을이 1500년 경에 형성되었다고 하니 마을 역사와 함께 한 소중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을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고 죽고 하는 변화를 나무는 묵묵히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나무를 아낄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 6.25 전쟁 때는 이 마을만 피해가 없었는데, 그것은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는다고 한다. 이 나무를 찾아간 날은 찬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잎을 모두 떨군 은행나무는 왠지 쓸쓸하고 힘들어 보..

천년의나무 200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