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68

면앙정 갈참나무

담양에 있는 면앙정은 송순(宋純, 1493 - 1583)이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에 세운 정자다. 작은 언덕 위에 들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있는 정자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다. 송순이 자연 속에 묻혀 살겠다는 소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송순은 정자를 지은 뒤 정자 주변에 주로 참나무과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면앙정 주위에는 오래된 갈참나무 네 그루가 있는데,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 년으로 되어 있다. 그 나무를 송순과 연결시키고 싶지만 안내문 내용이 맞다면 송순이 심은 나무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많고 많은 나무들 중에 흔하고 별 볼품 없는 갈참나무를 심었다는 것이 송순의 소박한 인간됨을 말해 주는 것 같아 반갑게 느껴진다. 십년을 경영(經營)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여 내니 나 한 칸 달 ..

천년의나무 2008.09.01

담양 관방제림

관방제림(官防堤林)은 담양읍을 지나는 담양천 제방에 조성된 인공림이다. 읍내쪽의 남쪽 둑을 따라 평균 300 년 정도 되는 고목 177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숲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600 년대 중반인 조선 인조 때에 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무마다 명찰이 달려있는데 푸조나무를 가장 많이볼 수 있다. 전체의 반 이상이 푸조나무이고, 그 다음으로는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많다. 모두 아름드리 거목들이다. 읍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그 무엇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이야말로 이 숲이 지닌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처음 이 숲을 구상한사람들은 자신들이 심은 나..

천년의나무 2008.08.28

강천사 모과나무

전북 순창 강천산에는 강천사(剛泉寺)라는 작은 절이 있다. 천년고찰의 오래된 절이지만 작은 집들이 몇 채 모여 있는 소박한 모습이다. 절 뿐만 아니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의 산세와 계곡, 그리고 부드러운 흙길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강천사 앞의 구장군폭포로 올라가는 길 옆에 오래된 모과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나이가 300 년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크고 오래 되었다. 높이 13 m, 줄기 둘레는 3 m다. 그런데 한여름이라 잎이 무성한 옆의 다른 나무들과 사진상으로는 구별이 잘 안 된다. 안내문에 보면 강천사 사찰 관계자가 심었다고 하는데, 아마 거기에 대한기록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모과 열매도 달려있는데, 나무는 나이와 달리 튼튼하고 생기가 있..

천년의나무 2008.08.26

외암리 느티나무

역사가 있는 민속마을은 숲과 고목이 옛 분위기를 더해준다. 오래된 나무가 없는 민속마을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은 마치 급조된 세트장 같은 분위기일 것이다. 아산에 있는 외암리(外巖里) 민속마을에도 작지만 아담한 숲이 있고, 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다. 느티나무는 초가집들로 둘러싸인 돌담 골목길에 있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자라고 있는데 줄기 아랫 부분이 유난히 굵다. 이 나무의 수령은 600 년으로 추정된다는데, 그렇다면 마을의 역사보다도 더 긴 셈이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 14 일이면 느티나무 목신제를 올린다고 한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의식이다. 도 지정 보호수인 이 나무는 높이가 21 m, 줄기 둘레는 5.5 m이다.

천년의나무 2008.08.21

마곡사 향나무

마곡사(麻谷寺)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몸을 피해 다니다가 숨어지내기 위해 행자 시절을 보냈던 절이다. '백범일지'에는 그 과정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중이 되려면 제일 먼저 자기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고 하며,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금수나 곤충에게까지 자기 마음을 낮추지 않으면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고 하였다. 전날 밤 나를 찾아와 자기 상좌가 되어 달라고 할 때에는 지극히 공손하던 하은당부터 “얘, 원종아”를 기탄없이 부르고, “생긴 것이 미련스러워서 고명한 중은 되지 못하겠다. 얼굴이 어쩌면 저다지도 밉게 생겼을까? 어서 나가서 물도 긷고 나무도 쪼개거라.”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망명객이 되어 사방을 떠돌아다니던 때에도 내게는 영웅심과 공..

천년의나무 2008.08.17

마곡사 잣나무

절집에 있는 잣나무는 의미가 남다르다. 나무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는 절에서 가끔씩 오래된 잣나무를 만나게 되고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 나무 하나에서 수행의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곡사 대웅전 앞 뜰에는 단정하게 생긴 잣나무가 있다. 그 생김새가 깔끔하고 미끈하여 누구나의 시선을 끈다. 땅에서 올라온 줄기가 포크처럼 세 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대칭 구조가 기하학적으로 아름답다. 단순미라고 할 수도 있겠다. 키는 약 30 m 쯤 된다.

천년의나무 2008.08.17

공세리성당 느티나무

공세리성당이 아름다운 것은 성당 건물 뿐만 아니라 주변에 오래된 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느티나무는 그중 하나로 성당 뒤쪽에 있다. 원래 이곳은 공세곶창지(貢稅串倉地)였는데 바닷길을 이용해 세곡을 한양으로 운반하던 항구였다. 중종 때에는 여기에 80 칸의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뒤 인조 때에는 당시 세곡을 나르는 인부들의 휴식을 위해 많은 나무들을 심었는데 이 나무도 그 당시인 1680 년경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수령은 320여 년이 되는 셈이다. 나무는 높이가 31 m, 줄기 둘레가 5.5 m로 고색창연한 성당 건물과 잘 어울린다. 이렇게 오래되고 유서 깊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성당은 흔치 않다. 공세리성당의 가치는 이런 나무들에 의해 더 빛나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08.08.15

공세리성당 팽나무

아산 공세리성당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여러 그루 있다. 그중에서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이 팽나무는 우람한 기상이 아름다운 서양식 성당 건물과 잘 어울린다. 서로가 세월의 연륜을 확인시켜 주는 듯 하다. 수령은 삼사백 년이 족히 되어 보이는데 백 년 가까이 된 성당 건물보다는 한참이나 선배뻘이다. 옛날에는 이곳이 해운 운송의 중심지였고,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나 사무실같은 건물들이 여럿 있었을 것이다. 1800년대 말에 충청도에서는 두 번째로 이곳에 성당이 세워졌다. 야트막한 언덕에 서 있는 이 팽나무는 그 모든 변화의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뜨거운 여름 한낮, 팽나무 옆의 성모상도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시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08.08.15

단촌리 느티나무

고향인 영주시 안정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가 있다. 그래도 집에서는 걸어서 한 시간 쯤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 나무는 나이는 약 700 년이고, 가슴 둘레가 10 m에 이르는 거목이다. 아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느티나무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찾아간 날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마침 나무 밑에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수를 즐기고 계셔서 조심조심 나무 둘레를 돌아보았다. 정말 줄기의 굵기가 대단했다. 고향에 이런 나무가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단촌리는 안정면에서도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속한다. 전에는 여기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당산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나무도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수호신이면서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음력 정월 보름이..

천년의나무 2008.08.08

광한루원 왕버들

왕버들은 버드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크게 자라면서 오래 사는 나무다. 보통 버드나무처럼 가지도 늘어지지 않는다. 잎이 새로 나올 때는 붉은 색을 띠므로 다른 버드나무와 쉽게 구별된다고 한다. 남원 광한루 연못가에 왕버들 고목이 한 그루 있다. 안내문에는1582 년에 연못을 조성하면서 심은 나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400 년이 넘은 왕버들이다. 줄기의 둘레가 6.6 m나 될 정도로 엄청나게 굵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아마 춘향이가 이 왕버들에서 그네를 타지는 않았을까 하고 상상을 해 본다. 길 쪽으로 난 가지하나는 죽었는데 시멘트 지지대로 버텨 놓았다. 가지 모양이 꼭 코끼리 코를 닮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도 나무보다는 코끼리 코 모양의 가지에 더 주목을 한다. 광한루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데 그중..

천년의나무 2008.07.26

실상사 반송

지리산 실상사(實相寺)는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증각대사가 9산선문의 하나로 창건한 고찰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들이 많다. 단일사찰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람하고 거창한 사찰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스럽겠지만 실상사는 작고 소탈한 절이다. 대웅전인 보광전도 아담할 정도로 작다. 작은 건물들이 연못이나 나무, 풀들과 잘 조화를 이루며편안한 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실상사에는 예상과 달리 크고 오래된 나무가 없었다.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실상사의 편안한 분위기는 작은 건물들과 함께 나무들의 영향도 있는 것이었다. 대단한 나무들보다는 유실수 같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그런..

천년의나무 2008.07.23

과천 성황신목

서울에서 남태령을 넘으면 바로 만나게 되는 관문사거리에 이 성황신목(城隍神木)이 있다. 행정명칭으로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이다. 매년 음력 10월 1일에는 이곳에서 성황신목제가 행해지는데, 옛부터 동네의 큰할머니와 제(祭)의 전과정을 의논하여 진행했다고 한다. 제물로 쓰이는 시루떡은 항상 3 시루를 하는데 각각 도당신, 도당할머니, 구릉대감께 바쳐졌다. 이 성황신목제는 전체 동네사람들이 참여하는 대동제(大同祭)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사거리의 횡단보도에 있었으나 도로가 확장되면서옆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나무는 죽었고, 죽은 나무등걸 안에 새 나무를 심어놓아 신목으로서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멀리서 보면한 나무의고목으로 보인..

천년의나무 2008.07.21

서울농학교 느티나무

농학교의 고요한 교정에 역시 말 없는 느티나무가 있다.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이 느티나무는 학교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예쁜 의자도 있고, 아이들이 읽을 책도 비치해 두었다. 나무 아래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 소란스러운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것은 마음이 들떠있다는 얘기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쉽게 원망한 적도 많다. 다시 느티나무의 침묵을 배워야겠다. 이 나무는 나이가 250살 정도 되었고, 키는 16 m, 가슴둘레는 4.3 m다. 원줄기에서 바로 세 개로 줄기가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줄기 사이에는 아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을 정도로 품이 넓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사목이 되었다. 오래도록 해로하다가 짝을 미리 보내고 혼자 남은..

천년의나무 2008.07.04

수석동 느티나무

한강변에 있는 마을을 보면 부럽다. 산을 등지고 앞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 마을도 마찬가지다.그러나 너무 서울 가까이에 있어 옛 마을의 정취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도 대부분의 집들이 음식점 영업을 하는 먹거리 마을로 변했다. 다만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어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년으로 적혀있는데 나무의 크기로 보면 그 이상 되는 것으로 보인다.줄기의 둘레가 거의 6 m에 이른다. 이 나무들은 마을의 앞에 있으면서 오랜 기간정자나무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면 바로 발 아래로 한강이 흘러가고 멀리 검단산과 예봉산이 보인다. 이곳에 정자 하나쯤 있어도 좋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이다. 고목이 있는 마을은 왠지..

천년의나무 2008.06.29

과천향교 느티나무

과천시 중앙동의 관악산으로 오르는 주등산로 입구에 과천향교가 있다. 과천향교는 조선 태조7 년(1398)에세워졌으나, 자주 불이 나고 과거에 오르는 학생도 없는 등의일이 생기자터가 좋지 않다고 여겨 숙종 16 년(1690)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대부분의 향교와 마찬가지로 명륜당, 내삼문, 대성전 등이 있는데, 현재 건물은 1975년에 복원했다. 이 과천향교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300 년 정도로 추정되니 현재 위치로 향교가 옮겨온 년수와 거의 비슷하다. 그 당시에도 기념식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향교를 옭긴 기념으로 심은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나무 높이는 20 m, 줄기의 둘레는 3 m 정도이다. 이 나무를 만난지는벌써 20 년이 넘었다.관악산에 오를 때면 대개 이곳이 ..

천년의나무 2008.06.25

방아다리약수 전나무길

강원도 계방산 자락에 방아다리약수가 있다. 약수에서는 쇠맛이 나고,주변이 붉은 앙금으로 덮여 있어 이 약수에는 철분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약수보다도 주차장에서부터 약수터에 이르는 300 m 정도 되는 전나무길이 더 좋다. 양쪽으로 도열한 전나무를 벗하며 흙길을 따라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전나무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니어서 도리어 정겹다. 길은 호젓하고 아담하다. 이 길에 들면 그동안 내 마음이 얼마나 시끄러웠고 번잡했음을 알게 된다. 도시에서만 사는 사람은 도시를 모르고, 숲속에서만 사는 사람은 숲을 모른다. 조용하고 고요한 세계를 만나니 내 마음속의 소란이 저절로 드러난다. 또한 텁텁한 약수 한 모금이 부드러운 물맛을 상기시켜 준다. 아무리 약수가 좋다한들 늘 상용할 수야..

천년의나무 2008.06.19

준경묘 혼례소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스 코리아 소나무는 누구일까?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는 10여 년 간의 연구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형질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강원도 삼척의 준경묘에 있는 이 소나무다. 키 32 m, 허리둘레 2.1 m, 나이 약 100 살인 이 미인송은 충북 보은군에 있는 정이품송을 신랑으로 맞아 2001 년에 혼례를 치렀다. 당시 산림청장이 주례를 맡고, 두 지역의 군수가 각각 혼주를 맡아서 마치 사람의 혼례식처럼 정식으로 의식을 갖춰 부부가 되었다. 정이품송의 부인송은 보은군에 이미 있었으니, 준경묘 미인송은 사람으로 치면 소실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과정들은 우수한 우리 소나무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진다. 소나무..

천년의나무 2008.06.15

천은사 느티나무

천은사(天恩寺)로 들어가는 길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나이는 250 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생김새는 괴목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어떤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는 듯 보인다. 특히 개울 옆에서 자라고 있는 느티나무는 돌출된 뿌리가 돌들과 뒤엉켜 있어 괴목의 힘이강하게 느껴진다. 절을 찾는 신도들은이 나무 옆을 지나갈 때마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신다. 나무가 수백 년을 살게 되면 절로 경외감이 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사찰 경내에 있으니 영험한 힘이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산 속에 있는 고찰들에서 느껴지는종교심은 주변의 오래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탓도 있음이 분명하다.그런 면에서 도심의 사찰은 인간의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절을 ..

천년의나무 2008.06.07

천은사 참중나무

강원도 삼척에 있는 두타산 자락에 천은사가 있다. 고려 때 이승휴(李承休)가 이곳에서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썼다고 하는데, 절 입구에는 그런 사연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천은사(天恩寺)라는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조상 무덤을 이 부근에 조성하면서 하늘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천은사 경내에는 참중나무 세 그루가 있다. 참중나무[참죽나무]와 가중나무[가죽나무]는 서로 사촌 쯤 되는 것 같다. '참'[眞]과 '가'[假]의 차이만 있을 뿐 나무의 생김새나 용도가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스님들이 참중나무의 순이나 잎을 반찬으로 즐긴다고 한다.그래서 이름도 참중나무[眞僧木]라고 부른다는 해석이 그럴 듯하다. 경내에 있는 참중나무는 날씬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하늘로뻗어 있다. 줄기는 군더더기 없는 직선의..

천년의나무 2008.06.07

화성행궁 느티나무

화성행궁에 들어서면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이가 600 여살로 추정되니 화성을 짓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나무다. 그래서 수원 사람들에게는 영목(靈木), 신목(神木)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화재로 인해 훼손되어 현재는 줄기의 일부만이 살아 있다. 가운데 공동에는 화재로 타고 그을린 검은 흔적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전체 줄기의 1/10 정도나 될까, 살아있는 줄기는 다행히도 싱싱하게 잎을 피웠다. 5 년 전에 대대적인 나무살리기 작업을 한 결과라고 한다. 이 나무는 높이가 30 m, 둘레는 6 m에 이르며,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느티나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08.05.28

훈련도감유영지 느티나무

북한산성 안에 있는 훈련도감유영지(訓鍊都監留營址)에서 참 신기한 나무를 만났다. 바위와 한 몸이 되어자라고 있는 느티나무인데나무가 마치 거머리처럼 바위에 납작하게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땅에서 나온 줄기가 비스듬히 바위를 뚫고 지나가서 다시 수직으로 향했는데 잎으로 보아서 나무는 건강했다. 나무는 보통 다른 물체가 있으면 접촉하지 않고 피하려 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완전히 바위와 일심동체가 되었다. 나무 줄기가 바위 표면처럼 2 차원평면으로 변한 것이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이 일부러 저렇게 만들려고 해도 어려운 노릇이다.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되었다고 믿기에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우리는 한참을 바라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나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머리 느티나무'라..

천년의나무 2008.05.11

원터골 느티나무

서울 쪽에서 청계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가 원터골이다. 원터골 등산로 입구에 등산객들의 만남의장소로 이용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금은 도로가 생겨서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복잡하게 되었지만 인근에 미륵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이 절터였거나 미륵신앙에 관계된 기복의 장소였던 곳으로 보인다. 일제시대 때만 해도 이곳에는 미륵당을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들에 의해서 느티나무는 대부분 베어지고 지금은 고작 두 그루만 남아 있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300 년이 되었다. 전에는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신령한 나무로 대접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20 세기에 들어 시작된 나무의시련은 지금은 문명에 의한 시달림으로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

천년의나무 2008.05.09

덕수궁 회화나무

고궁에서는 어디서나 오래된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회화나무가 선비나 학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옛날 주나라 봉건시대 때는 신분에 따라 무덤 주위에 심는 나무 종류도 달랐다. 천자는 소나무, 제후는 측백나무, 선비의 경우에는회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것이 유래가 되어 회화나무는 중국에서 학자수 또는 선비나무로 불리었는데, 당연히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전해져서 회화나무는 선비나 학식을 상징하는 나무로 되었다. 덕수궁에도 여러 그루의 회화나무 고목이 있다. 대략 300여 년이 된 나무들이다. 특히 이 회화나무에는 줄기에 큰 옹두리가 달려 있다. 옹두리는 나무 줄기가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을 가리키는데 회화나무에 잘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중국에서는 괴(槐)라고 부른다. 중..

천년의나무 2008.04.22

정독도서관 회화나무

1970 년대에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 자리가 정독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반가운 것은 지금까지 옛 교정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특히 오래된 본관 건물이나 강당 등을 그대로 도서관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건물의 고풍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도서관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운동장 한 켠에 수령이 300 년 정도인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마 70 년대 이전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 이 나무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에 시달렸는지 나무는 가지가 많이 잘라졌고 줄기마저 쇠 버팀대에 의지한채 불안하게 서 있다. 그 모습이 족쇄를 찬 죄수 같아 보기에 민망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도 교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쉬는..

천년의나무 2008.04.05

우정총국 회화나무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는 옛 우정총국(郵征總局) 건물이 한 채 남아 있다. 이곳은 근대식 우편 사무를 취급하기 위해 고종 21년(1884)에 설치한 관청이었다. 이 우정총국 건물이 완공되어 축하 연회를 여는 것을 기회로 삼아 김옥균 등의 개화파는 집권 사대당을 제거하고 신정부를 조직하는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비록 3일 천하로 끝났지만 여기가 바로 그 역사적 현장인 셈이다. 옛 우정총국 마당 한가운데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이가 들기도 했지만 나무는 굉장히 허약해 보이고 상처 투성이다. 줄기는 반 이상이 패여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더구나 줄기는 휘어져 기둥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꼬부랑 할머니와 같다. 이 나무는 갑신정변의 현장을 비롯해 우리의 근대 역사를 바로 옆에서 지켜 보았을 것이다. 그래..

천년의나무 2008.04.01

조계사 회화나무

오랜만에 들린 조계사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의 대대적인 정비로 깔끔해졌지만옛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왠지 낯설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경내에는 아직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조계사 대웅전 마당 한가운데에 오래된 회화나무가 있다. 나이는 450 살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26 m, 둘레는 4 m에 이른다. 예전에 여기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회화나무 숲이 있었다는데, 그래서 이곳이 회화나무 우물골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언젠가 4 월 초파일에 조계사를 찾았을 때, 이 나무 줄기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간 오색의 연등 물결이 무척 아름다웠었다. 물론 당시에는 나무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 나무가 회화나무인지도 몰랐다. 경복궁과 같은 궁궐이 많은 이쪽 동네에는 특히 오래된 회화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회화나무는..

천년의나무 2008.03.27

미륵암 느티나무

상도동 서달산 기슭 주택가에 미륵암이 있다. 입구는 일반 주택과 잘 구별이 되지 않아 가까이 가기 전에는 그곳이 절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산에 있는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려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연혁에 대해서는 안내문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미륵암 마당 한 쪽에 1981년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은 약 220 년 정도로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아니다. 줄기 둘레 역시 2.7 m로 지금 한창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을나무다. 그런데 아쉽게도 도시의 나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생육조건이 아주 나쁘다. 암자의 부속건물이 나무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 줄기에는 상채기도 많이 나있고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런 탓인지 영양제를 맞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

천년의나무 2008.03.18

은수사 청실배나무

마이산에 있는 은수사(銀水寺)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실배나무가 있다. 청실배나무[靑實梨]는 우리나라 재래의 산돌배나무의 일종이라고 한다. 산돌배나무 중에서도 과실이 푸르고 맛있어서 조상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개량종 품종들에 밀려 찾아보기가 어렵다. 은수사 청실배나무는 키가 18 m에 이르고, 줄기 둘레도 3 m에 이르는 아주 큰 나무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를 했다는데, 그 증표로 이 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요사이 식으로는 중요인사의 기념식수에 해당된다.조선을 건국하기 전의이성계는 고려의 장수로서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가 기도를 하며 무엇을 소원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이 배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소중하게 길러졌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일..

천년의나무 2008.03.14

침괘정 느티나무

남한산성에는 멋진 노송들로 함께오래된 느티나무들도 여럿 있다. 느티나무들은 주로 행궁터 부근에 모여 있는데, 지금 행궁 복원 공사 때문에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안타깝다. 그리고 공사장의 어수선함 때문에 나무 역시 몇 년 동안은 소음이나 차량 이동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마을에서 수어장대로 올라가는 초입에 침괘정이 있다. 침괘정은 백제 온조왕의 왕궁지였다는데 그건 믿기가 어렵고, 현재 건물은 영조 27년(1751)에 중수한 것이라고 한다. 침괘정은 무기 제작에 관계된 사무를 담당하던 곳이었다고 추정된다. 이 느티나무는 침괘정 마당 한 끝에 있는데,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 년, 수고 19 m, 줄기둘레 1,4 m로나와 있다. 연륜이 그리 오래 되었다 할 수 없지만 부챗살 모양으로 뻗어난 가지들이 일품이다..

천년의나무 2008.03.09

선암사 잣나무

선암사 경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이 잣나무를 보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시 겨울은 상록수의 계절이다. 상록수의 사시사철 변함 없는모습에서 선조들은 지조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추사가 세한도(歲寒圖)에서그린 송백(松栢)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잣나무가 숲을 이룬 광경도 장관이지만 이렇게 홀로 서 있는 모습도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고독하지만 당당하고 늠름한 자태가 보기 좋다. 그런데 사찰의 잣나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어느 날 한 학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이때 조주선사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고 답했다. 잣나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때 선사의 눈에 띈 것이 잣나무였기 때문이었을 ..

천년의나무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