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68

선암사 매화나무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는 백제 성왕 7년(529)에 아도화상(阿度和尙)이 창건한 절이다. 그 뒤에 도선국사께서 현 위치에 절을 중창했다고 한다.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선암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가 있다. 팔상전(八相殿) 뒷편에 있는 이 매화나무는 선암매(仙巖梅)로 불리는데, 수령이 6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매화나무라고 한다. 이번에 이 매화나무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화엄사 매화, 그리고 오죽헌의 율곡매(栗谷梅)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었다. 선암사에는 이 매화나무 말고도 아름다운 돌담을 따라 오래된 매화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하나같이 고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답고 가치 높은 나무들이다. 겨울에 선암사를 찾게 ..

천년의나무 2008.02.29

낙안읍성 푸조나무

푸조나무는 나에게는 낯설다.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는 푸조나무는 내 주위에서는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안읍성의 성을 따라 돌다가 동편 객사 뒤에서 만난 멋진 나무가 푸조나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반가움은 몇 배가 더 컸다. 첫 대면이기도 해서도 그랬을 것이다. 이 푸조나무는 모양이 웅장할 뿐더러 아름답기도 하다. 겨울나무가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수형이 멋지기 때문이다. 진한 회색의 줄기도 미끈하게 잘 뻗었다. 같이 간 동료들도 모두들 당당하고 멋진 모습에 감탄했다. 수령은 약 300여 년 정도로 보이는데 아마 낙안성을 만들 때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가 아닌가 추정된다. 낙안읍성에는 이외에도 10여 주의 고목들이 더 있다. 다들 성읍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마을의 고풍스러움을 더해주..

천년의나무 2008.02.24

낙안읍성 은행나무

낙안읍성에는 마을의 연륜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마을 중앙에 있는 이 은행나무다. 낙안읍성은 전체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샘도 깊이 파지 않았다. 구멍이 뚫리면 배가 침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는 배의 돛대에 해당되는 중요한 나무다. 높이 28 m, 줄기 둘레 약 10 m, 수령이 1천 년 가까이 되는 이 나무는 낙안읍성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성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다. 모양은 옆으로 퍼지기보다는 직선으로 쭉 뻗어있다. 오래 되었으면서도 나무 줄기에서는 새로운 가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도 왕성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천년의나무 2008.02.23

송광사 고향수

송광사(松廣寺)는 신라말에 혜린(慧璘)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보조국사 지눌스님에 의해 정혜결사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크게 중창되었고 한국불교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해 삼보사찰 가운데서도 승보종찰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의 큰스님만 해도 효봉, 취봉, 구산, 일각스님이 송광사에서 나셨다.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짝 마른 고목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는데, 1200년에 보조국사가 송광사에 오셔서 직접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 이름이 마른 향나무라는 뜻의 고향수(枯香樹)다. 그런데 보조국사가 돌아가시자 이 향나무도 따라 죽었고, 그때부터 스님들은 국사와 나무를 하나로 보고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 까닭에 죽은 나무지만 800년..

천년의나무 2008.02.21

지장사 느티나무

산책길에 들리게 되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여러 조경수들이 심어져 있지만 연륜이 오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만난 유일한 고목이 바로 현충원 경내의 지장사(地藏寺) 입구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불교에서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들어가 중생들을 위무하고 교화하는 살신성인의 부처님이시다. 현충원 안에 있는 사찰 이름이 지장사인 것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과 잘 맞는 것 같다. 이 사찰은 신라 시대 때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약 330 년이 되었고, 높이는 15 m,둘레는 4.5 m이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겨울에 봐서인지 당당하기보다는 좀 쓸쓸하고 외롭게 보였다. 여름 모습을 본다면 아..

천년의나무 2008.02.14

안심리 느티나무

나무를 좋아하다보니 시골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정자나무가 있는지부터 돌아보게 된다. 마을에 큰 나무가 있으면친근감이 들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젖게 된다. 그런데 그런 나무가 없는 마을은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다. 정자나무는 단지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그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표현해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란 고향 마을에는 그런 나무가 없다. 어릴 때야 나무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주 놀러가던 이웃 마을에 이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이 나무를 중심으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다. 그리고 여름이면 넓은 그늘 밑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설날, 고모에게 세배를 하러 이 마을에 들렀다가 다시 보니 감회가 깊다. 안정면 안심리 한가운데에 있는..

천년의나무 2008.02.11

방일리 느티나무

차를 몰고 길을 가다가 큰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운전 때문에 제대로 살필 여유는 없지만, 그래서 흘려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옆에 동승한 사람이 나무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나무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오래 되어 보이는 나무인 경우에는 차를 세우고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나무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날, 가평의 설악면을 지나다가 길 옆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우연히 만났다. 수령이 500여 년이 된 나무인데, 높이는 25 m에 달하고 나무둘레도 5.3 m로 큰 고목이다. 1982년에 가평군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나무 옆에는 올갱이해장국과 순두부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이 음식점의 이름이 '느티나무 가든'이..

천년의나무 2008.02.05

창의리 느티나무

동료가 가평의 설악면을 지나다가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았다며 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고맙게도그곳으로 안내까지 해 주었다. 설악면 창의리라는 마을의 정자나무인 느티나무다. 창의리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 있는 이 나무는 식재년도가 1480년이라고 되어 있다. 얼마나 정확한 년도인지는 의문이지만 사실이라면 나이가 500여 년이 되는 나무다. 높이는 28 m, 나무둘레는 6.8 m로 적혀 있다. 그러나 오랜 연륜 탓인지 나무 줄기의 반 이상은 썩어서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겉모양은 온전하고 싱싱하게 보였다. 예전의 느티나무는 마을이 있다는 신호면서 쉼터의 역할을 했다. 우리 조상들과 가장 가까웠던 나무가 아마 느티나무일 것이다. 저런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은 왠지 고풍스..

천년의나무 2008.02.02

범어사 반송

범어사(梵魚寺)는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있는 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 1300여 년이 된다. 오래 된 고찰답게 범어사에는 멋진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성보박물관 앞에 있는 이 반송은 단아한 모양새로 인하여 눈길을 끌었다. 수령은 100년도 채 안돼 보이는 어린 나무지만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고, 또한 날렵하면서도 고결한 품위가 느껴졌다. 아마 몇 백년 뒤에 여기를 찾는 후세 사람들에게는 명목으로 받아들여질 게 틀림 없다. 범어사에 들렀을 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다른 나무들은 주의 깊게 살피지를 못했다. 그들은 나중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그때는 하루 정도 날을 잡아 금정산 등산도 하면서 범어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08.01.28

성황리 소나무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는 성황리라는 작은 야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 뒷편 산 언저리에 천연기념물 359호로 지정된 이 소나무가 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크기의 소나무가 또 하나 있어 마치 쌍둥이 나무로 보인다. 소나무의 수령은 약 300년 정도로 예상한다는데, 뒤에 무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조경용으로 심었지 않았나 싶다. 나무를 향해 가는데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해서 다시 되돌아 나왔다. 나무 아래가 바로 개 사육장이었다. 되돌아 나온 덕분에 제대로 된 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었다. 멋진 소나무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자라고 있었는데, 그 수세가 웅장하고 싱싱했다. 줄기의 표피가 윤기로 반들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생육 상태가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두 소나무의 가지가 ..

천년의나무 2008.01.24

충익사 모과나무

경남 의령에 있는 충익사(忠翼祠)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켰던 홍의장군 곽재우와 휘하 장병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곽재우 장군은 바로 이곳 의령군 유곡면에서 출생했다. 임란 당시에 가장 의병을 일으켜 왜병의 침공을 막았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충익사 경내에 아주 오래된 모과나무가 있다. 안내문에는 280년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사람은 500년 쯤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모과나무인 셈이다. 크기는 높이가 12 m, 줄기 둘레가 3 m나 된다. 특히 울퉁불퉁한 굵은 줄기는 과히 압권이다. 남성미가 넘치는 이 줄기 모양은 오래된 모과의 고목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굵게 패인 골을 보아도 나무에 얹어진 세월의 무게를 읽을 수 있다. ..

천년의나무 2008.01.19

정동 회화나무

서울에 있는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정동의 덕수궁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서대문 쪽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곡선의 길인데 문화와 역사가 서려있는 무척 분위기 있는 길이다.이 길을 한 번 걸어보면 서울에도 이런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이 길에 오래 된 회화나무가 있다. 바로 앞에는 이번에 신축한 캐나다 대사관이 있는데 이 나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건물을 뒤로 물러서 건축했다고 한다. 공관 착공 당시에 이 나무는 고사 직전이었다는데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애를 많이 썼고, 그리고 건물도 뿌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로 물러 짓는 등 많은 노력 끝에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이런 공로로 이번에 환경재단이 ..

천년의나무 2008.01.02

광주향교 은행나무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에 광주향교가 있다. 조선 시대에 국가에서 설립한 지방 교육 기관인 향교는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교육을 담당했고 선현에서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광주향교가 세워진 시기는 잘 알 수 없으나 숙종 29년(1703)에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광주향교 둘레에는수령이 500년 내외가 되는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향교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향교와 은행나무는 고사가 전해주듯 서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옆에 있던 친구는 이런 오래된 나무를 볼 때마다 자신의 인생살이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목둘레에 서면 왠지 숙연해지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천년의나무 2007.12.31

두곡리 은행나무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경상북도 기념물 75호로 지정되어 있다. 크기는 높이가 15 m, 둘레가 8.3 m에 이르며, 나이는 약 450년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두곡리 마을이 1500년 경에 형성되었다고 하니 마을 역사와 함께 한 소중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을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고 죽고 하는 변화를 나무는 묵묵히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나무를 아낄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 6.25 전쟁 때는 이 마을만 피해가 없었는데, 그것은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는다고 한다. 이 나무를 찾아간 날은 찬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잎을 모두 떨군 은행나무는 왠지 쓸쓸하고 힘들어 보..

천년의나무 2007.12.27

화산리 반송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에 있는 이 반송은 국도에서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온다. 주변으로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 나무는 산 속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군계일학이라고 할까, 다른 나무들에 비해 우뚝한 기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늘로 뻗어올라간 기세가 힘차고 아름답다. 줄기가 여섯 개로 갈라져서 육송(六松)으로 부른다는데 지금은 네 개의 큰 줄기만 남아있다. 나무의 높이는 24m, 가슴높이의 둘레는 약 5m이다.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400년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책에는 200년으로 나와 있다. 나무의 나이는 추정치인 만큼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오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 나무와의 첫 만남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추억을 남긴다. 행복했던 추억은 삶을 따스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이 화산..

천년의나무 2007.12.21

말무덤 무송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에는 연주패옥(連珠佩玉)의 전설이 깃든 말무덤이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부대의 술사였던 두사충(杜思忠)은 이곳에서 '연주패옥'이라 불리는 명당을 발견했다고 한다. 구슬을 꿰고 옥을 단다는 뜻의 이 명당에 묘를 쓰면 그 집안에 금관자, 옥관자를 단 정승 판서 벼슬이 수없이 나온다고 한다. 이 천하제일의 명당을 두사충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정탁(鄭琢, 1526-1605))에게 전해줄 생각으로 남몰래 정탁의 하인에게 이 명당 자리를 알려주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정탁이 세상을 뜨자 정탁의 아들은 아버지가 묻힐 명당을 찾아 하인과 함께 이곳까지 왔다. 그런데 이 마을 동구 밖에 도착했을 때 불행히도 그 하인의 말뒷발에 차여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아들은 몹시 억울하고 분하여 ..

천년의나무 2007.12.15

장수황씨종택 탱자나무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는 장수황씨종택이라는 고가가 있다. 이 집은 황희 정승의 현손인 황시간(黃時幹, 1558-1642)이 거주했다고 하는데, 집은 아마도 그때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경지방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으로 여기서 서애 유성룡도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 집 정원에 오래 된 탱자나무가 있다. 집을 지을 때인 1500년대 말에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수령이 400년이 넘는다. 정원에 탱자나무를 심은 것도 특이하고, 그리고 이렇게 큰 탱자나무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화도의 탱자나무들보다 수세는 훨씬 더 좋다. 강화도 쪽은 아마 지형적인 의미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 같다. 집에 들어서니 이웃분이 오셔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해 ..

천년의나무 2007.12.15

대하리 반송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있는 이 반송은 높이가 6 m, 줄기 둘레가 3 m, 옆으로 퍼진 길이는 20 m에 이른다. 나이는 4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반송과 달리 마치 처진소나무처럼 옆으로 퍼진 것이 특징이다. 나무는 줄기나 가지 모두 용트림 하듯이 구불구불해서 신비한 느낌을 더해준다. 장수 황씨의 종중 소유라는데나무 옆에는 '거송식당'이라는 큰 음식점이있다. 이 나무를 찾아가며 사람들한테 물었더니 "아, 그 거송요. 쭉 가다가 거송식당을 찾으세요. 바로 옆에 있어요." 한다. 나무 따라 식당도 유명해진 것 같다. 다행히 이 나무는 철책을 두르지 않아 가까이 가서 안아볼 수 있었다. 찬 날씨였어도 나무를 안으면 따스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속삭인다. "너와 나는 한 몸이야!"

천년의나무 2007.12.10

통의동 백송

서울 종로구에 있었던 통의동 백송은 지금은 없다. 한때는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 가장 크고(높이 16m, 둘레 5m), 수형이 아름다웠던 나무였으나 1990년 7월에 닥친 태풍으로 넘어져 고사되었다. 지금 그 터에는 죽은 그루터기만이 남아 옛날의 흔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청와대 가까이에 있는 이 나무가 죽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 하여 나무를 살려내라고 지시했다 한다. 서울시는 '백송회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나무가 쓰러진 상태에서 살려내기로 하고 경찰관을 배치하여 보호했다. 다음 해에 새싹이 나는 등 살아날 조짐이 보였으나,누군가가 나무에 제초제을 뿌리는 사고가 생겨 결국 죽었고 1993년 5월에 나무는 잘려 나갔다고 한다. 이 나무의 수령이 600년이었다고 알려져 있..

천년의나무 2007.11.23

창덕궁 뽕나무

농상(農桑)이라는 말이 있듯 옛날에는 농사 짓는 일과 누에 치는 일이야말로 무척 소중했다. 둘 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용품인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에치기는 요사이로 말하면 섬유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궁궐에서 뽕나무를 만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덕궁에는 수령이 400 년 된 뽕나무가 있다. 높이가 12 m, 둘레가 2.3 m에 이르는데 이만한 뽕나무는 궁궐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예전에는 창덕궁에 거의 천여 주의 뽕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서 행한 행사가 친잠례(親蠶禮)인데, 궁에서는 왕비가 직접 뽕잎을 따고 누에에게 먹이는과정을 시연했다. 백성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창덕궁에 남..

천년의나무 2007.11.22

창덕궁 향나무

창덕궁 서편에 천연기념물 194호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다. 궁궐이나 사찰에서는 이런 오래된 향나무를 볼 수 있는데,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향나무가 귀하게 취급 받은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실용적으로도 제례용으로 쓰이는 향을 충당하기도 했을것이다. 옆에 있는 선원전(璿源殿)이 역대 임금을 위한 제례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향나무는 수령이 750년으로 추정하며, 높이는 12m, 줄기 둘레는 6m에 이르는 우람한 나무다. 마침 옆을 지나던 외국인이 "Oh, my God!" 하며 감탄을 하며 다가왔다. 향나무 특유의 용트림 하듯 가지가 뒤틀린 모습 하며, 이 향나무의 우람하고 당당한 밑줄기는 그런 감탄사가 충분히 나올 만하다. 비록 무거워진 몸을 철제 기둥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노거수의 위용 ..

천년의나무 2007.11.17

창덕궁 다래나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별곡은 일부 외우지만 그러나 부끄럽게도 실제머루와 다래를 구별하지는 못한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머루, 다래를 잘 모른다. 나에게는 산에서 그 열매를 따먹고 논 기억이 별로없다. 창덕궁에는 엄청나게 크고 오래된 다래나무가 있다.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650년이 되었고, 굵은 줄기 둘레가 72cm에 길이가 20여 m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다래나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래나무는 이것이 유일하다. 3층 높이에 해당되는 인공적인 구조물을 휘감고 있는데, 원뿌리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이리저리 뒤엉켜 있어 장관이다. 마치 거대한 아나콘다를 보는 것 같다. 이 머루나무는 창덕궁 건축 ..

천년의나무 2007.11.16

홍릉수목원 백송

홍릉수목원에 갈 때면 꼭 이 백송을 찾아가서 만난다. 1938년 생이니 나이는 그리 많이 되지 않았지만 백송 자체가 워낙 희귀해 비록 큰나무는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히 눈요기가 된다. 그런데 홍릉수목원의 백송은 피사의 사탑 마냥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중국 원산인 백송이 우리 기후에 잘 맞지 않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소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보기 어렵고 그래서 귀한 대우를 받는다. 천연기념물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백송들이다. 예로부터 백송은 양반 중에서도 내노라 하는 집안에서만 기를 수 있었다 한다. 백송은 흰색의 수피가 특징이다. 그래서 전에는 백골송(白骨松), 백피송(白皮松)으로도 불렸다. 잎은 세 가닥이어서 다른 소나무와 구별된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잣나무에 더 ..

천년의나무 2007.11.13

수종사 은행나무

경기도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는 특이하게 창건 설화에 세조가 등장한다. 1459년, 세조가 금강산을 구경하고 환궁하는 도중 양수리에서 일박하게 되었는데, 밤에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알아보니소리 나는 곳에 고찰의 흔적이 있었고 바위굴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공명되어 종소리로 들린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 절을 창건하고 이름을 수종사(水鐘寺)로 했다고 한다. 수종사 은행나무는 세조가 절을 창건한 것을 기념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의 나이도 5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만한 세월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둘레가 7m에 이르는 큰 나무이다.평지가 아닌 산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더욱 웅장해 보인다. 이 은행나무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일 것이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

천년의나무 2007.11.10

남대리 소나무

부석면 남대리는 큰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 마을이다. 지난 번에 마구령을 넘으려고 잠시 지나쳤는데, 옛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서 찬찬히 둘러보질 못했다. 지금은 40 가구 정도밖에 안 되지만 예전의 남대리는 200 가구 이상이 모여 사는 큰 동네였다고 한다. 소백산맥 넘어 부석장을 보러 오가는 장꾼들이 하룻밤을 묵거나 쉬어 갔을 터으므로 주막집들도 여럿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주막거리의 흔적은 남아 있다. 옆으로는 남대천이 흐르고, 새로 포장된 현대식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길에 깔끔하게 정리된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굉장히 신경을 쓴 정성이 느껴지지만 남대리라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아 조금은 곤혹스러웠다. 정비를 하는 것은 좋지만 옛 산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되었으면 더 ..

천년의나무 2007.11.06

봉원사 느티나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봉원사(奉元寺)는 신라 시대에 도선국사에 의해 '반야사'라는 절로 창건되었다. 그 뒤 조선시대 영조대에 이웃인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잡은 지는 300년 정도가 되는 셈이다. 봉원사는 우리나라 태고종(太古宗)의 총본산이다. 태고종은 해방 후 대처와 비대처 제도간의 갈등이 심할 때 대처승들이 조계종에서 분리, 독립해 나온 종단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스님의 결혼을 허락하는 유일한 종단이다. 봉원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 느티나무는 밑둥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특이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보통 느티나무는 하나의 원줄기에서 가지가 방사형으로 뻗어나는데, 이 나무는 줄기 자체가 처음부터 갈라지고 뒤틀린 기묘한 모양이다. 마치 분재 같은 느..

천년의나무 2007.11.05

정암사 주목

정선 정암사 마당에는 재미있게 생긴 주목이 한 그루 있다. 이미 죽어 껍질만 남은 주목 안에서 또 다른 주목이 돋아나 자라고 있는 것이다. 새로 생긴 주목도 그 굵기로 보아 이미 상당한 연륜이 쌓인 것 같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흔히 주목을 말하는데 이 나무야말로 장수하는 주목의 생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암사(淨岩寺)는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다섯 곳의 사찰에 봉안했는데, 그중 한 곳이 이 정암사이다. 도로 옆에 있지만 절 분위기는 아늑하고 고요하다. 정암사 주목에도 전설이 전해오는데 뭇 고목들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지팡이 전설이다. 즉 자장율사가 절 창건을 기념하여 꽂아둔 지팡이가 자라난 것이라고 한다. ..

천년의나무 2007.11.04

청량정사 고사목

봉화 청량산에 있는 청량정사(淸凉精舍)는 송재 이우(1469-1517)가 조카들을 가르쳤던 건물이다. 퇴계 역시 13살 되던 해(1513)에 이곳에서 글을 배웠다. 원이름은 오산당(吾山堂)이었다고 한다. '나의 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청량산은 퇴계 가문에 속하는 산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청량산 일대는 퇴계와 인연이 깊다. 청량정사 바로 옆에 고사목 한 그루가 있어 그 옆을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여느 고사목과 달리 몸 전체가 검게 그을려 있어 화마의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불 탄 잔해지만 그 위용만으로도 감탄하게 되는데, 살아있었을 때 모습을 상상해보면 아래에 있는 청량정사와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나무에 불이 난 것이 6.25 때라고 하니까 벌써 50년..

천년의나무 2007.10.31

삼인리 팽나무

남부 지방에서는 흔하게 본다는 팽나무를 중부 지방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주위에서 잘 보지 못하니 팽나무가 눈에 익지 않다. 팽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남쪽 지방에서는 해안가의 방풍림으로도 심고,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의 당산나무로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보호수로 지정된 것만 500여 그루라고 하니 은행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사랑 받고 있는 우리의 나무라 할 수 있다. 팽나무라는 특이한 이름은 바닷가에 심었다는 의미의 포구나무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포구나무 또는 폭나무로도 불린다는데, 그 이름이 뒤에 팽나무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 있는 삼인리 팽나무는 수령이 약 300년이고, 현재 고창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줄기의 둘레가 4.5m에 이르는데, 몸통에서..

천년의나무 2007.10.20

봉양리 뽕나무

예전에 농촌에서 집집마다 누에를 칠 때 가장 수난을 받은 나무가 뽕나무였다. 잎이 돋으면 몽땅 따가고, 나중에 누에가 크면 아예 가지째 잘라서 누에밥을 주었다. 키가 크면 뽕잎을 따기가 불편하므로 뽕나무는 늘 줄기가 잘리고 옆으로만 가지를 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뽕나무의 본모습인 줄 알았다. 다른 나무 같이 크게 자란 뽕나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정선군청 앞에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뽕나무라고 한다. 키는 25m, 나이는 600살이나 되었다. 줄기 또한 어른 두 사람이 감싸안아야 할 정도로 굵다. 어렸을 때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큰 뽕나무는 무척 신기하다. 예전에는 이 지역이 상마십리(桑麻十里)라고 불렸다니, 뽕나무가 많았던 땅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두 그..

천년의나무 2007.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