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창덕궁 뽕나무

샌. 2007. 11. 22. 14:52



농상(農桑)이라는 말이 있듯 옛날에는 농사 짓는 일과 누에 치는 일이야말로 무척 소중했다. 둘 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용품인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에치기는 요사이로 말하면 섬유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궁궐에서 뽕나무를 만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덕궁에는 수령이 400 년 된 뽕나무가 있다. 높이가 12 m, 둘레가 2.3 m에 이르는데 이만한 뽕나무는 궁궐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예전에는 창덕궁에 거의 천여 주의 뽕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서 행한 행사가 친잠례(親蠶禮)인데, 궁에서는 왕비가 직접 뽕잎을 따고 누에에게 먹이는과정을 시연했다. 백성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창덕궁에 남아있는 이 뽕나무는 아마 그런 사연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농촌에서 누에치기는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그때가 되면 방은 온통 누에로 가득 찼다. 아이들도 뽕잎을 따고 나르는데 일손을 도와주어야 했다. 뽕잎을 갉아먹는 누에의 사각거리는 소리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 어디에도 누에를 기르는 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 요사이 아이들이 누에를 본다면 징그럽다고 고개를 돌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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