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통의동 백송

샌. 2007. 11. 23. 12:50



서울 종로구에 있었던 통의동 백송은 지금은 없다. 한때는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 가장 크고(높이 16m, 둘레 5m), 수형이 아름다웠던 나무였으나 1990년 7월에 닥친 태풍으로 넘어져 고사되었다. 지금 그 터에는 죽은 그루터기만이 남아 옛날의 흔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청와대 가까이에 있는 이 나무가 죽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 하여 나무를 살려내라고 지시했다 한다. 서울시는 '백송회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나무가 쓰러진 상태에서 살려내기로 하고 경찰관을 배치하여 보호했다. 다음 해에 새싹이 나는 등 살아날 조짐이 보였으나,누군가가 나무에 제초제을 뿌리는 사고가 생겨 결국 죽었고 1993년 5월에 나무는 잘려 나갔다고 한다. 이 나무의 수령이 600년이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나무를 분석한 결과 300년 된 나무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큰 나무들 추측 수령은 많은 경우 과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 중 하나는, 죽은 백송의 나이테를 분석해 본 결과 1910년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나무의 성장이 거의 멈추었다고 한다. 그 기간이 바로 일제시대와 겹쳐서 나무도 나라 잃은 설움에 잠겨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되었다.

 

살아있었을 때 이 백송의 모습을 사진에서나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찾지를 못하고 있다. 다만 나무가 쓰러지고 난 뒤에 다시 회생시키려 애쓰던 당시 모습은 아래의 작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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