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사람은 옷을 더 껴입지만 나무는 잎을 떨구고 맨 몸으로 추운 계절을 견딘다. 그래서 오래된 겨울나무의 실루엣에서는 홀로 참선하는 늙은 수도자의 모습이 연상된다.거기에는 모든 것을 다 버린 소박하면서도 엄격한 아름다움이 있다. 겨울나무의 나신(裸身)은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는 생존의 한 방식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겨울나무에서 하늘의 섭리에 순응하는 겸손한 모습을 본다. 때가 되면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 함을, 그래야 새로운 계절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음을 나무는 가르쳐 준다. 경기도 양주시 남면 한산리에는 두 그루의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사진은 그 중 하나인데 키는 27 m이고 나이는 600 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보호수를 알리는 안내판은땅에서 뒹굴고, 마을 사람들도 나무에 별 관심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