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사직동에 있는사직단 앞 거리에 이 향나무가 있다. 아마 전에는 여기까지 사직단 경내였을 것이다. 어디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도시가 개발되면서 사직단의 일부가 도로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향나무는 홀로 쓸쓸하게 서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개 향나무를 경내로 옮기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나의 추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나무의 나이는 230 년 쯤 되었고, 키는 14 m, 줄기의 둘레는 1.8 m이다. 나무는 도시의 매연 탓에 무척 추레해 보이고 줄기는 온통 검게 변해 있다. 큰 키를 버틸 힘조차 없는 듯 철제 버팀목에 기댄 모습이 지팡이를 짚고 겨우 서 있는 할아버지 같이 허약하게 보인다. 도시속의 나무들은 인간의 보호를 받기는 하지만 다들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