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행촌동 주택가 골목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 행촌동(杏村洞)이라는 이름도 이 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연립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예전에는 은행나무들이 자라던 한양 성곽에 인접한 마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모습에서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나무는 수령이 약 420 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23 m, 줄기 둘레는 6,8 m이다. 길이가 긴 키다리로 보이는 것은 옆으로 난 가지들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나무 바로 옆에까지 주택이 들어서는 바람에 나무는 옆으로 자랄 여유가 없다. 보는 사람도 답답한데 나무는 오죽 하겠는가 싶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나무를 위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무가 있는 곳은 행주대첩의 영웅인 권율(權慄) 장군의 집터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흔적 없고 나무 아래에 표지석만 쓸쓸히 놓여 있다. 그럼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의 당찬 어린 시절 일화가 생긴 곳도 여기일 수가 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이 은행나무의 나이만큼의 세월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