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교귀정 소나무

샌. 2008. 11. 18. 13:21



문경새재에 있는 교귀정(交龜亭)은 조선시대에 경상감사가 한양을 출발해 부임할 때 신, 구 경상감사끼리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곳이다. 신임 경상감사가 이곳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구 경상감사가 관인과 인계인수 물목을 적은 서책을 건네며 교인식(交印式)을 거행했다. 경상감사 도임 행차는 취타대를 선두로 해서 총 300 명 가량의 큰 행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귀정에서 그런 큰 행사가 치러졌다면 아마 이곳에는 정자 외에도 숙소 등 여러 시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인원이 문경새재를 걸어서 넘자면 중간에 숙박시설이 없어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옛날 같으면 여기서도 한참을 더 가야 산을 벗어나게 되었을 것이다.

 

이곳 교귀정에 멋지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비스듬히 자란 줄기는 S자 모양으로 휘어져 마치 아름다운 여인이 허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듯하다. 또 줄기 윗부분은 길 쪽으로 향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영해주는 모습이다. 사실 사람들은 교귀정보다는 이 소나무에 훨씬 더 눈길을 준다.

 

조선 초기의 문신이며 학자였던 김종직(金宗直)도 어느날 교귀정을 찾았던 것 같다. 그가 남긴 시 한 수가 전한다.

 

交龜亭上傲乾坤

斗覺霜華點髮根

一水宮商風自激

千巖圖畵日將昏

詩回寫景窮飛鳥

淚爲傷懷讓斷猿

南路已銷雙斥후

月明今夜宿何村

 

교귀정에 올라앉아 하늘땅을 즐기는데

문득 깨달으니 귀밑머리 흰빛이로다

한가닥 흐르는 물은 바람과 더불어 노래 부르고

일천 바위는 그림 같건만 날은 점점 저물어만 가누나

내가 시로써 경치를 읊으매 날 새는 보금자리 찾아 헤매고

나의 눈물로 회포를 되씹으매 잔나비마저 그 울음을 멈추도다

남쪽길 두 이정표는 이미 어두워 그 모양 사라져만 가는데

아, 달도 밝은 오늘밤사 어디에서 머무를 것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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