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의 고장인 순흥 금성단 옆에신목(神木)이라 불리는은행나무가 있다. 1457 년, 순흥에 위리안치되어 있던 금성대군을 중심으로 한 단종복위운동이 발각되고 순흥 고을은 역모지라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되는 피바다가 된다. 이 사건으로 순흥부는 폐지되고 풍기군에 병합되어 버렸는데, 그때도 고목이었을 이 은행나무 또한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그뒤200여 년이 지나 순흥도호부가 회복되고 사육신이 신원되자 다시 살아났다고 하는신기한 나무다.
키가 30 m에 이르는 이 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힘차게 위로 솟아있다. 나이는 1100 살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삼척의 늑구리 은행나무와 서로 부부관계라는 것이다. 두 나무가 떨어진 거리는 직선으로도 60 km가 되어 생물학적으로 수분이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데, 거기에는 다른 연유가 있지나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1500 살과 1100 살이 되는노부부의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나로서는 이번 가을에 우연히 두 나무를 동시에 보게 되었다. 순흥을 지나다가 이 은행나무를 찾아 보았는데, 약 일주일 뒤 쯤동료들과 늑구리에 들렀을 때 늑구리 은행나무와 서로 부부관계가 된다는 사실을알았다.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