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시 남면 황방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850살 정도로 추정된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나이다. 나무 높이는 24.5 m, 줄기 둘레는 7.8 m에 이르는 거목으로 천연기념물 278 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는 나이 탓인지 많이 노쇄한 느낌이다. 특히 태풍으로 큰 가지가 잘려나가 제대로 균형 잡힌 모양은 아니다. 줄기에도 큰 구멍이 생겨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가지와 가지는 서로 쇠줄로 묶어 놓아 부러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런데 나무에다 직접 쇠못을 박아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얕은 산 아래의 작은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이 느티나무는 우리의 전형적인 정자나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 사람이 심은 나무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세대가 바뀌며 지나갔지만 나무는 묵묵히 마을을 지키며 함께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나무는 선조들의 정신과 땀과 기원이 담겨있는정신적 지주일 것이다.
이 나무를 보며 감회가 깊었던 것은 바로 옆의 봉암리에서 내가 군대 생활을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훈련을 받으러 나갈 때면 이 나무 옆을 지나가기도했다.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옛 부대 앞을지나갔지만 너무나 변한 주위 풍경에 얼떨떨하기만 했다. 부대 앞의 좁은 흙길은 4차선의 아스팔트길로 넓혀졌고 주변은 온통 낯선 건물들로 둘러싸여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때는 부대 앞이 논이 있는 넓은 들판이었고 촌락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다.
30 년이 이러할진대 1000 년을 바라보는 나무의 시간은 얼마나 아득한 것인가. 왕조가 바뀌면서 무수한 생명들이 명멸해간무상한 인간사를 지켜본 나무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 깊이와 넓이를 내 좁은 소견으로는 헤아리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