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있는 화석정(花石亭) 주변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많다.나이가 많은 것은 500 년 쯤으로 추정되니까 아마 이 중 몇은 율곡 선생과도 함께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옛 화석정은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고 지금의 정자는 1966 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깔끔한 새 건물이어서 고취를 풍기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건물 양쪽에 두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이 있고, 앞쪽으로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있어 이곳의 역사성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느티나무가 없었다면 화석정은 더욱 썰렁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화석정 오른쪽에 있는 나무가 가장 오래 되어 보인다. 줄기는 썩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지만 가지들은흐트러짐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왼쪽 느티나무는 수령은 오래 되어 보이지 않지만 모양이 단아하고 예쁘다.
400여 년 전의 어느 해 가을, 율곡 선생은 이곳에서 '花石亭'이라는 시를 한 수 지었다. 그러고 보니 화곡정은 가을 풍경이 어울릴 것 같다. 느티나무 낙엽이 날리는 늦은 가을에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林亭秋已晩
騷客意無窮
遠水連天碧
霜楓白日紅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寒鴻何處去
聲斷暮雲中
숲 속 정자에 가을 이미 깊은데
시인의 생각은 끝이 없구나
멀리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볕에 붉도다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 바람을 머금는데
변방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지
저녁 구름 속에 소리마저 끊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