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68

관아공원 느티나무

충주시 성내동에 있는 관아공원(官衙公園)은 조선시대 때 충청감영이 있던 터다. 선조 때 감영이 공주로 옮겨간 뒤에는 충주목(忠州牧)의 관아로 사용되었다.지금은 청녕헌(淸寧軒) 등 옛 건물 일부가 남아 있는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관아공원 안에 수령이 500여 년이 된 느티나무가 있다. 옛날에 관찰사가 근무할 때도 살아있었던 오래된 느티나무다.큰 줄기 두 개가V자형으로 갈라졌지만작은 줄기들이 많이 잘려서 나무는 크기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 안내원의 설명으로는벼락을 맞아서 상한 탓이라고 한다. 사실 많은 나무들이 벼락이나 화재로 인하여 도중에 삶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또 인간의 손길을 피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수 백년 간 무사히 생존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이 나무는 높..

천년의나무 2010.08.11

단호사 소나무

충주 시내에 있는 단호사(丹湖寺)는 고려 시대에 제작한 철불이 모셔져 있는 작은 절이다. 충주에서 수안보로 가는 대로변에 있어 찾기가 쉽다. 그러나 전에 고향을 오갈 때도 이 길을 자주 이용했는데 절이 있는 줄은 알지도 못했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단호사 대웅전 앞에 멋진소나무가 있다. 멀리서 보면잘 가꾸어 놓은 한 그루 분재 같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구불구불한 줄기가 마치 용트림 하듯 기운차게 뻗어나간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동양화에 나오는 멋진 소나무 모양 그대로다. 이 소나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한다. 조선 초기 강원도에서 약방을 경영하던 문씨라는 사람이 재산은 많아도 슬하게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 어느날 한 노인으로부터 단호사에서 불공을 ..

천년의나무 2010.08.05

원흥리 왕버들

어린 시절 여름밤을 으시시하게 만들던 도깨비불의 정체는 지금은 다 안다. 고목의 인 성분이 바람에 날리며 내는 빛이 바로 도깨비불이다. 나무 중에서도 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종류가 왕버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버들을 도깨비나무, 한자로는 귀류(鬼柳)라고 부른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에 있는 원흥리는 왕버들 마을이다. 평지 한가운데 있는 마을인데 여러 그루의 왕버들 고목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이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 옆에 있는데 수령이 200년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훨씬 더 오래돼 보인다. 또 마을 입구에는 고사목 왕버들도 그대로 남아 있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서도 왕버들이 자라고 있다.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중에서도 크게 자라는 편인 왕버들은 마을의 정자나무로..

천년의나무 2010.08.02

연원동 느티나무

상주는 조선시대 때 경상감영이 위치하기도 했던 전통의 고을이다. 그래선지 상주에서는 정자나무나 당산나무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길을 가다가 큰 나무가 있으면 차를 세우고 둘러보는데 상주에서는 너무 자주 나타나 어지간한 나무는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그래도 연원동에 있는 이 나무가 끌어당기는 자력에는 이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인데 우선 크기에 압도된다. 그리고 나무 앞에 서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 생김새 때문인지 왠지 왜소해지고 위축되는 것 같다. 나무의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나무를 처음 만날 때 가장 궁금한 것이 나무의 나이다. 그러나 나무의 나이를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가장 정확한 방법이 나이테..

천년의나무 2010.07.31

소은리 감나무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이 감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다. 무려 750살이나 되었다. 상주는 곶감으로 유명한데 역시 최고령 감나무도 상주에 있다. 이 나무는 지금은 보호수지만 천연기념물로 신청이 되어 있는 상태다. 워낙 오래되어서인지 나무 줄기는 가운데가 썩어 없어지고 둘로 나누어졌다. 그런데도 감나무는 더없이 싱싱하다. 지금도 한 해에 3천 개 이상의 감이 주렁주렁 열린다고 한다. 나무 줄기의 둘레는 약 3 m에 이르지만 나무 자체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아마 느티나무였다면 엄청난 크기로 자랐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집에도 감나무가 있었다.그 감나무에 올라가 놀던 기억이 난다. 어른들은 감나무 가지가 잘 부러진다고 늘 주의를 주곤 했다. 그 감나무 밑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

천년의나무 2010.07.27

두곡리 뽕나무

마을 입구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안쪽으로 골목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오래된 뽕나무 한 그루를또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큰 뽕나무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 봄이면 누에치기로 바빴는데 그때 뽕나무밭의 뽕나무들은 가지를 쳐내는 통에 제대로 자랄 수가 없었다. 그런 경험 탓인지 뽕나무도 이렇게 느티나무처럼 거목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하게 느껴진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한다. 쌀, 곶감, 누에고치가 그러하다. 그런 양잠의 고장답게 이렇게 크게 자란 뽕나무가 남아 있다. 이런 거목으로서의 뽕나무는 세 번째 보게 된다. 강원도 정선 봉양리에 있는 뽕나무와 서울 창덕궁에 있는 뽕나무도 이런 거목이었다. 그런데 이곳 두곡리 뽕나무는 안내문에 수령이 ..

천년의나무 2010.07.24

두곡리 은행나무(2)

겨울에 보는 나무와 여름에 보는 나무가 이렇게 다른 줄 몰랐다. 3년 전 겨울에 이 나무를 보았을 땐 안스러울 정도였는데여름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처음에는 사실 같은 나무인지도 몰랐다.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동구에 있는 이 나무는 동네쪽에서 바라보면 논의 초록 물결과 어우러져 더 예쁘다. 한 켠으로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을 환영하는 모습같기도 하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두곡2리는 일명 띄실마을이라고 하는데약 500년 전에 진주 유씨가 마을 뒷산에 부모님의 묘소를 모시고 묘소 옆에 띄집을 짓고 시묘살이을 하여 '띄실'이라 불렸다 한다. 당시에 자연발생적으로 자라난 이 은행나무는 마을과 연륜을 같이 하고 있으며 마을의 상징이 되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0.07.24

임천관아터 소나무

부여군에 있는 임천면(林川面)은 지금은 비록 작은 시골 면이지만 옛날에는 번성한 고을이었다. 백제 때는 가림군(嘉林郡)으로 불리웠고, 고려 때는 자사(刺史)가 파견될 정도로 중심지였다. 또 조선 초기에는 부(府)로 승격되기도 했다. 옛날 관아가 있던 터는 지금 면사무소와 초등학교로 변해 있다. 그 관아터에 소나무 한 그루만이 남아 옛 흔적을 지키고 있다. 수령은 300 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 맵시가 참 예쁘다.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막 내려앉는 모습 같다. 관아 중에서도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참한 소나무를 앉혀두고 일을 보았다면 분명 선정을 베풀지 않았을까. 요사이 지자체에서 호화 청사를 짓는다고 난리들인데 건물보다는 차라리 이런 나무 기를 욕심을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천년의나무 2010.07.14

성흥산성 느티나무

부여군 임천면에 있는 성흥산성(聖興山城)은 백제 동성왕 23년(501)에 축조된 성이다. 옛 이름은 가림성(加林城)이었다. 부여 남쪽에 있는데 사비로 천도하기 37년 전에 만들어졌으니 아마 남쪽에서 웅진으로 침투하는 적을 막기 위한 방어진지였을 것이다. 이 성흥산성 남문터에 멋진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이 400년 정도 된 고목인데 잘 생겼고 늠름하다. 정자나무로서의 느티나무는 대개 마을 입구나 한가운데에 있는데 250 m나 되는 산 정상부에 이렇게 크고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주위에 다른 높은 산이 없다보니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 나무만이 독야청청하다. 때를 잘 맞춘다면 멋진 사진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나무라고 생각된다. 백제 산성이라는 이미지라면 늦가을이나 겨울이 적당하지 않을까. 그..

천년의나무 2010.07.09

낙화암 천년송

낙화암에 서서 서기 660년의 현장을 상상해 본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자 수많은 백제 여인들이 부소산 뒤쪽으로 쫓기다가 절벽과 마주친다. 더 이상 도망갈 길도 없다. 여인들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백마강으로 꽃이 되어 떨어진다. 한순간에 이곳은 눈물과 한숨, 통곡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백마강은 붉은 피와 서러운 꽃잎으로 가득 덮였으리라. 그때로부터 1350년이 흘렀고, 사람들은 대를 이어 나고 죽었으며, 강물도 쉼 없이 흘렀다. 부소산의 나무들도 나고 죽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후세 사람들이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화암 바위 위에 백화정(百花亭)을 지었다. 전설대로라면 천화정, 만화정이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소박한 이름이 백제인의 마음을 닮은듯하여 반갑..

천년의나무 2010.07.01

전주향교 은행나무

전주향교에는 유난히 은행나무가 많다. 그중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것만도 다섯 그루나 된다. 수령이 대부분 400년이 넘었다. 향교에 은행나무을 심은 이유는 공자가 고향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행'(杏)은 본래 살구나무를 뜻하는 한자다. 살구나무가 맞는지 은행나무가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로 해석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전주향교는 여느 향교와 달리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찾는 사람도 많고 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 분위기도 고즈넉한 게 아주 좋았다. 안쪽에서는 몇 사람이 모여 창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향교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다섯 그루의 은행나무는 제각기 특색이 있었다. 대체로 단정하고 얌전한 모양새였다. 그중에서 하나만 모양이 특..

천년의나무 2010.06.29

사당4동 은행나무

집에서 가까운 사당4동에 동작구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이 있다. 은행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인데, 모두다 수령이 300년 내외가 된 나무들이다. 그 가운데 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다정하게 서로 이웃하고 있다. 윗가지는 서로 겹쳐져 나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좁은 골목길에서 옹색하고 자라고 있지만 예전에는 한양 외곽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동구쯤에 있었을 것 같다. 백 년 전에 찍은 동작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로 변했다. 낮은 야산을 등지고 드문드문 서 있는 초가집이 백 년 전의 한양 외곽 풍경이었다. 당시에 이 나무들은 마을의 일원으로써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그때의 정경이 눈에 잡히는 듯하다. 도시에서 인간들에게 삶의 터전을 ..

천년의나무 2010.06.03

봉남동 느티나무

큰 나무를 보기 위해 안성향교를 찾아갔다. 퇴락해가는 향교 건물 주위에 몇 그루의 고목이 있었으나 크게 주목할 나무는 아니었다. 향교를 지키고계시던 분에게 오래된 나무를 물으니이 느티나무를 가르쳐주셨다. 향교에서 가까운 봉남동의 대로변에 있었다. 그래도 이 느티나무는 주변 공간이 넉넉해서 온전한 수형을 갖추고 있었다. 한 바퀴 돌면서 보았는데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균형 잡힌 몸매가 아름다웠다. 나무 높이는 12 m, 줄기 둘레는 6.8 m이고, 나이는 350 살이다. 안성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도시에 있는 여느 나무들이 그러하듯 이 나무 역시 도시화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 350 년 전으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시 외곽의 한적한 마을이었을 것이다.나무 주변에남..

천년의나무 2010.05.11

구포동 느티나무

안성시내에 있는 안성향교 부근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많다. 지금은 안성초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들과 교육청이 자리잡고 있지만예전에는 이곳이 관공서가 아니었나 싶다. 옛 자취는 사라지고 오래된 나무들만 이곳저곳에 산재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교육청 옆에 있다.거의 700 년의 연륜을 자랑하는데 줄기의 굵기가 굉장하다. 그러나 줄기에 비해 나뭇가지는 빈약한 편으로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서 기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또 바로 옆으로 도로가 지나가고 나무는 보도 위에 있는데 생육 환경이 열악한 점이 아쉽다. 안성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이 나무를 실제보호할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나무 높이는 15 m, 줄기 둘레는 7 m이다. 수령이 700 년인 느티나무라면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도..

천년의나무 2010.05.04

구포동성당 소나무

나무를 보러 안성에 갔다가 아름다운 성당을 만났다. 안성시 구포동에 있는 구포동성당이다. 1900년에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인 공안국(孔安國, R. A. Combert) 신부가 창설했다니 역사가 110년에 이른다. 성당 건물은 1922년에 건립했는데 정면은 서양식이지만 본체는 한옥 모양을 하고 있어 특이하다. 그러니 이 건물만도 9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한옥성당 중 하나라고 한다. 성당 부지 안의 조경이 멋진 소나무들로 되어 있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나무들은 신구 건물들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비록 그리 오래된 나무는 아니지만 그 모양과 어울림이 멋져서 여기에 올린다. 구포동성당은 내가 본 성당 중 나무 배치가 가장 멋지고 주변과 잘 ..

천년의나무 2010.05.02

칠장사 나옹송

경기도 안성에 있는 칠장사(七長寺)에 나옹송이라 부르는 소나무가 있다. 고려말의 나옹선사(懶翁禪師)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바로 옆에는 나한전이 있는데 이곳은 암행어사 박문수가 머물다가 꿈에 과거시험 문제를 계시 받아 장원급제 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그래서 지금도 수험생들의 기도처로 유명하다고 한다. 소나무는 모양이 특이하다. 힘차게 자란 줄기가 중간에서 멈춘 뒤 옆으로 퍼져 있다. 산 쪽에서 보면 완전한 T자형이다. 그러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도 보인다. 나무 높이는 8 m, 줄기 둘레는 2.1 m이다. 나옹선사가 이 소나무를 심은 게 맞다면 600 년이 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무 크기로는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 않는다. 설화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겠다. 박문수..

천년의나무 2010.04.30

무장읍성 팽나무

전북 고창에 있는 무장읍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에 축조한 성이다. 왜구 침략에 대비하여 세운 성인데 둘레가 약 1.4 km에 이른다. 현재 객사를 비롯한 옛 건물이 몇 채 남아있는데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이곳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때 농민군이 맨 처음 입성한 현장이라고 한다. 읍성 안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 이 팽나무다. 줄기 모양으로 보았을 때 족히 500년은 되어 보인다. 마침 이 팽나무 옆에는 옛날 관리들의 송덕비가 길게 늘어서 있어 세월과 인간사의 무상함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인간은 죽어서도 무언가 흔적을 남기려 하지만 채 백년이 지나지 않아 오든 게 잊혀질 뿐이다. 더구나 그것이 부끄러운 기념물이 될 줄 그 누가 ..

천년의나무 2010.04.09

청평사 주목

춘천에 있는 청평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주목이다. 극락보전 옆에두 그루가 있는데 하나는 수령이 800 년이고, 다른 하나는 500 년이다. 그래도 키는 10 m 밖에 안 된다. 워낙 느리고 단단하게 자라는 나무다 보니 일년에 1 cm 정도씩밖에 못 자란 셈이다. 나이가 800 살이면 다른 나무 같으면 엄청 큰 고목이 되었을 텐데 이 주목에서는 그런느낌이 전혀 없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대로 고산지대에서만나는 고사목 정도 되어야 세월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령 나무는 정선 두위봉에 있는 1,400 년 된 주목이라고 한다. 올해는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청평사에는 시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도 있다. 키 17 m, 줄기 둘레 2.9 m이고,수령은 250 년 정..

천년의나무 2010.03.15

강원도립화목원 버즘나무

도시인들과 가장 친한 나무는 아마 버즘나무일 것이다. 아무리 나무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플라타너스라고 하면 어떤 나무인지 다 알아차린다. 버즘나무가 바로 플라타너스다. 나무 줄기가 흰색이나 회색 등의 조각으로 얼룩진 것이 마치 얼굴에 핀 버짐을 닮아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그런데 얼굴에 생긴 얼룩은 '버짐'이라고 하지만 나무 이름은 '버즘나무'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강원도립화목원에 큰 버즘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100 년가까이 되었다. 버즘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900 년대 초반이라니까 아마 우리나라에있는 버즘나무 중 최고령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키는 30 m, 줄기 둘레는 5.4 m에 이른다. 특징은 다른 나무에 비해 전체적으로 흰색을 많이 띄고 있다는 점이다. 버즘나무는 척박한..

천년의나무 2010.03.09

대한다원 삼나무숲

보성차밭 하면 대한다원(大韓茶園)이 대표적이다. 차밭 중에서 가장 일찍 관광농원으로 지정되었고 규모도 제일 크다. 1950년대에 조성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170여 만 평의 면적에 580여 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차나무 외에도 삼나무나 편백나무 등의 관상수도 많이 심어져 있다. 늦은 2월의 어느 날 아침, 대한다원을 찾았을 때는 인적이 끊긴 채 조용했다. 우리 일행 외에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호젓하게 차밭을 산책할 수 있었지만 파릇파릇한 초록색 찻잎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었다.늦겨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사진으로 보던 차밭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대신에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많은 삼나무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삼나무는 일본이 ..

천년의나무 2010.03.04

노적봉 여자나무

목포시 유달산에 있는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짚으로 바위 봉우리를 둘러막아 군량미로 보이게 위장함으로써 왜군이 겁을 먹고 도망가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 노적봉에 여자의 몸을 닮은 나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안내판에는 다산목(多産木)으로 나와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여자나무[女人木]로 부른다. 누운 여자를 닮은 나무가너무 적나라해서 동행에 따라서는 민망해질 수도 있는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이 나무는 주민들 사이에서 아이를 많이 낳게 해 준다는 믿음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 나무를 쳐다보며 기원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여근목인 셈이다. 10년 전에 일반에 공개되었다는데 나무는 큰길 바로 옆에 있어 짖궂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건드린 흠집도 보인다. 이 나무의 수..

천년의나무 2010.02.27

금남리 황목근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에 있는 이 나무는 너른 들판에 홀로 서 있다. 그 자태가 당당하면서도 아름답다. 느릎나무과의 일종인 팽나무인데 황목근(黃木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5월에 누런 꽃을 피운다 하여 황(黃)씨 성을,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목근(木根)이라고 불려진다. 이 나무는 자신의 이름으로 3천 평이 넘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공동 재산을 이 나무 앞으로 등기해 놓은 것이다. 마을 회의록을 통해 전해지는 이런 사실이 1900년대 초의 일이라고 하니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 뜻이 더해져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400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의 나이는 500 살 가량 되었고, 크기는 15 m, 줄기 둘레는 3.2 m이다. 당연히 마을이 동신목(洞神木)으로 보호 받고 있..

천년의나무 2010.02.20

삼강주막 회화나무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있는 삼강주막(三江酒幕)은 옛 삼강나루 자리에 있다. 이곳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합쳐지는 수상 교통의 요지였다. 또한 영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강을 건너야 했다. 아마 보부상들이나 과객들로 북적거렸던 장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강에 둑이 놓이고 강을 가로지는 삼강교가 생겨 옛 나루터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우리 시대 마지막 주막이라는 삼강주막만이 남아 있다. 이 주막을 지키는 400여 년이 된 회화나무가 있다. 그나마 이 나무가 있어서 주막은 외롭지 않다.회화나무의 상징성으로 볼 때 이 나무는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이곳에 들린 어느 선비가 심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무와 작은 주막이 아주 잘 어울린다. 만약 나무가 없다면 주막은 한없이 ..

천년의나무 2010.02.16

가곡리 회화나무

안동시 풍산면 가곡리는 남천고택 등 옛집들이 여럿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있어서 마을의 연륜을 대변해준다. 이 나무는 수령은 300 년 가량 되었고, 높이는 11 m 정도다. 이 나무의 특이한 점은 보형재로 채운 줄기에 용이 승천하는 그림을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여러 나무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총천연색 그림을 그린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별로 좋은 아이디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무는 자연 상태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것은 처음에는 눈길을 끌지만 곧 싫증이 나고 어색해진다. 나무 옆에는 이 마을 출신인 항일지사 권오설(權五卨) 선생의 기적비가 세워져 있다. 선생은 사회주의로 민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썼고, 1926년 6. 10 만세운동의 주동..

천년의나무 2010.02.08

하회마을 소나무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나무들 중 하나다. 옛 초등학교 자리의 넓은 빈 터에 있어 강변길을 걷다 보면 쉽게 눈에 띈다. 모양새가 아담하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수령은 약 400 년 정도 되었다. 키는 6 m이고, 줄기 둘레는 1.5 m이다. 가까이서 보면 줄기가 살아 움직이듯 용틀임을 하는 모습이다.이런 소나무를 보통 용송(龍松)이라고 부른다.나무가 더 크면 두려운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나무는 아직 그렇지는 않다. 윗 줄기를 보면 마치 근육 자랑을 하는 청년의 팔뚝처럼느껴진다. 떠나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예쁜 소나무다.

천년의나무 2010.02.03

하회마을 느티나무

하회마을에 있는 많은 나무들 중에서 이 느티나무가 가장 오래 되었으면서 또한 마을을 대표하는 나무다. 풍산 류씨가 이곳에 터를 잡았을 때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는 600살 쯤 되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이 나무는 마을의 혈(穴)에 해당되는 위치에 있는데,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올린다고 한다. 이 나무는 삼신당(三神堂) 신목(神木)으로 불린다.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해주고 출산과 성장을 돕는 우리 전통의 신앙 대상이다. 아기를 갖지 못하는 여인네들의 애달픈 비손을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이 지켜보았을 것인가. 지금도 나무 둘레에는 관광객의 소원을 적은 흰 종이가 빼곡히 매달려 있다. 그래선지 나무의 생김새도 삼신할매 마냥 푸근하고 넉넉하다. 밑에서부터 왕관 모양..

천년의나무 2010.01.28

만송정 솔숲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 쪽 강변을 따라있는 소나무숲이 만송정 솔숲이다. 조선 선조 때 겸암(謙菴) 류운용(柳雲龍) 선생이 부용대의 기를 누르고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한 다목적용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만송정(萬松亭)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솔숲에 정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이 숲은 400 년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보는 소나무들은수령이 백년 내외가 된다. 따라서 후대에 다시 조성한 소나무일 것이다. 하회16경(河回十六景) 중에 송림제설(松林霽雪)이 있는데 이는 눈 덮인 만송정의 솔숲을 가리키는 말이다.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이 솔숲은 하회마을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 솔숲이 없다면 마을이 얼마나 썰렁할지는 부용대에 올라 바라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더..

천년의나무 2010.01.22

달성공원 참느릅나무

느릅나무 종류 중에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팽나무일 것이다. 그에 비해 참느릅나무 고목은 자주 만나지 못한다. 느릅나무과에 해당하는 나무들은 목재가 단단하고 물에 썩지 않아 옛날부터 선박이나 교량을 만드는데 많이 쓰였다고 한다. 또 나무껍질이나 뿌리는 약용으로도 많이 이용되었다. 대구 달성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무가 이 참느릅나무 고목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잔디밭에 있다. 생김새가 무척 오래돼 보이는데 안내문에는 수령이 130년으로 적혀 있다. 예상보다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괴목으로 그만큼 험난한 세월을 살아왔다는 뜻인지 모른다. 실제로 나무의 주 줄기는 잘라진 상태다.키는 약 10 m이고, 줄기 둘레는 2,3 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10.01.19

달성공원 회화나무

대구 달성공원에 있는 이 회화나무에는 '서침나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서침(徐沈)은 조선 세종 때 문신으로 달성 서씨의 거주지였던 달성이 대구관아 부지로 정해지자 기꺼이 땅을 국가에 헌납했다고 한다. 세종은 뜻을 가상히 여겨 상을 내리려 했지만 서침은 개인적인 포상 대신 대구부민의 환곡 이자를 감해줄 것을 건의해서 성사시켰다는 얘기가 전한다. 북구 산격동에는 그를 기리는 구암서원(龜巖書院)이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부민의 생활을 먼저 걱정한 뜻을 기려 달성공원에 있는 이 나무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이 회화나무는 높이가 16 m에 줄기 둘레는 2.8 m 정도다. 수령은 약 30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성공원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0.01.16

신현동 회화나무

인천 시내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가 있다. 서구 신현동에 있는데 나이는 500살이 넘었다.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어 집들이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지만 터가 넓어서 여유가 있고 관리도 잘 되고 있는 편이다.도시에 있는 대개의 나무들처럼 옹색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무는 생육 상태가 좋아보이며 풍채가 당당하고 위엄이 있다. 키는 22 m, 줄기 둘레는 5.6 m에 이른다. 잎이 떨어진 회화나무는 가지의 실루엣이 멋있다. 마치 파마를 한 듯 고불고불하게 굽은 잔가지들이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미인이 옷을 벗으면 더 아름답듯 나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겨울나무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이 나무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같은 나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나무를 그리는 최적의 앵..

천년의나무 200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