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수락산 자락에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1629-1703)선생 고택이 있다. 선생은 쟁론만을 일삼는 조정의 벼슬자리를 버리고 불혹의 나이가 되어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와 후학들을 가르치며 실학 사상을 다듬었다. 이곳의 옛 이름은 석천동(石泉洞)이었다. 고택에서부터 수락산 계곡을 따라가며 선생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문화유적 안내사의 설명을 통해 서계 선생의 면모를 일부나마 알게 되었다.특히 스스로 적삼에 땀을 적시며 채전을 가꾸는 실학 사상가의 모습이라던가, 틀에 박힌 주자학을 신봉하던 당시의 학풍에 반기를 들고 사서삼경을 재해석한 <사변록(思辨錄)>을 저술했다는 데서 비주류로서의 선생의 올곧은 성품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선생은 사문난적이란 올가미가 씌워졌지만 한양으로 압송되어 문초를 받는 중에도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의 고택 앞마당에 큰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나무 높이는 27 m, 줄기 둘레는 6.5 m에 달하고 수령은 약 400여 년이 되었다. 선생의 생존 당시에도 있었던 나무인데 밭일을 하던 선생이 이 나무 아래서 땀을 식히지 않았을까 싶다. 또학문을 익히던 유생들도 여기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선생의 기상만큼이나 이 은행나무는 지금도 수세가 왕성하다고 안내사는 자랑을 했다. 위로 뻗은 은행나무의 당당함이 정말 그런 느낌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