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원흥리 왕버들

샌. 2010. 8. 2. 17:54


어린 시절 여름밤을 으시시하게 만들던 도깨비불의 정체는 지금은 다 안다. 고목의 인 성분이 바람에 날리며 내는 빛이 바로 도깨비불이다. 나무 중에서도 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종류가 왕버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버들을 도깨비나무, 한자로는 귀류(鬼柳)라고 부른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에 있는 원흥리는 왕버들 마을이다. 평지 한가운데 있는 마을인데 여러 그루의 왕버들 고목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이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 옆에 있는데 수령이 200년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훨씬 더 오래돼 보인다. 또 마을 입구에는 고사목 왕버들도 그대로 남아 있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서도 왕버들이 자라고 있다.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중에서도 크게 자라는 편인 왕버들은 마을의 정자나무로 많이 심어졌다. 그래도 원흥리에는 왕버들이 유별나게 많다.

 

물을 좋아하는 왕버들은 그만큼 썩기도 쉽다. 그래서 온갖 곤충이나 동물이 그속에 숨어 살다가 죽으면 썩게 되고 몸 속에 있던 인 성분이 도깨비불이라는 얘기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오래된 왕버들은 도깨비가 사는 집이 맞기는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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