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까운 사당4동에 동작구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이 있다. 은행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인데, 모두다 수령이 300년 내외가 된 나무들이다. 그 가운데 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다정하게 서로 이웃하고 있다. 윗가지는 서로 겹쳐져 나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좁은 골목길에서 옹색하고 자라고 있지만 예전에는 한양 외곽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동구쯤에 있었을 것 같다. 백 년 전에 찍은 동작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로 변했다. 낮은 야산을 등지고 드문드문 서 있는 초가집이 백 년 전의 한양 외곽 풍경이었다. 당시에 이 나무들은 마을의 일원으로써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그때의 정경이 눈에 잡히는 듯하다.
도시에서 인간들에게 삶의 터전을 앗기고 수족이 잘리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이런 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마치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처럼 처량해 보인다. 나무가 말을 못해 그렇지 어찌 괴롭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꼭 나무만의 일이 아니라는데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