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향교에는 유난히 은행나무가 많다. 그중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것만도 다섯 그루나 된다. 수령이 대부분 400년이 넘었다. 향교에 은행나무을 심은 이유는 공자가 고향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행'(杏)은 본래 살구나무를 뜻하는 한자다. 살구나무가 맞는지 은행나무가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로 해석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전주향교는 여느 향교와 달리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찾는 사람도 많고 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 분위기도 고즈넉한 게 아주 좋았다. 안쪽에서는 몇 사람이 모여 창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향교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다섯 그루의 은행나무는 제각기 특색이 있었다. 대체로 단정하고 얌전한 모양새였다. 그중에서 하나만 모양이 특이했다. 줄기 아랫부분이 기형적으로굵은데 대부분이 보형재로 채워져 있었다.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겉은 많이 상했다.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이 나무 옆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아마 이 은행나무만의 어떤 비밀스런 사연이 있을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