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낙화암 천년송

샌. 2010. 7. 1. 10:24


낙화암에 서서 서기 660년의 현장을 상상해 본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자 수많은 백제 여인들이 부소산 뒤쪽으로 쫓기다가 절벽과 마주친다. 더 이상 도망갈 길도 없다. 여인들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백마강으로 꽃이 되어 떨어진다. 한순간에 이곳은 눈물과 한숨, 통곡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백마강은 붉은 피와 서러운 꽃잎으로 가득 덮였으리라.


그때로부터 1350년이 흘렀고, 사람들은 대를 이어 나고 죽었으며, 강물도 쉼 없이 흘렀다. 부소산의 나무들도 나고 죽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후세 사람들이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화암 바위 위에 백화정(百花亭)을 지었다. 전설대로라면 천화정, 만화정이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소박한 이름이 백제인의 마음을 닮은듯하여 반갑다.


백화정 옆에 절벽에 뿌리를 내린 오래된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부소산 소나무들이 멋지기는 하지만 고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이 소나무는 한 눈에도 그 연륜이 드러나 보인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이 나무에 ‘천년송’(千年松)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기에는 천년을 살라고 기원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나무 옆에는 작자 미상의 시조가 이렇게 적혀 있다.


남부여국 사비성에 뿌리 내렸네

칠백년 백제 역사 오롯이 숨 쉬는 곳

낙화암 절벽 위에 떨어져 움튼 생명

비바람 눈서리 다 머금고

백마강 너와 함께 천년을 보냈구나

세월도 잊은 그 빛깔 늘 푸르름은

님 향한 일편단심 궁녀들의 혼이런가

백화정 찾은 길손 천년송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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