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삼강주막 회화나무

샌. 2010. 2. 16. 11:28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있는 삼강주막(三江酒幕)은 옛 삼강나루 자리에 있다. 이곳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합쳐지는 수상 교통의 요지였다. 또한 영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강을 건너야 했다. 아마 보부상들이나 과객들로 북적거렸던 장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강에 둑이 놓이고 강을 가로지는 삼강교가 생겨 옛 나루터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우리 시대 마지막 주막이라는 삼강주막만이 남아 있다.

 

이 주막을 지키는 400여 년이 된 회화나무가 있다. 그나마 이 나무가 있어서 주막은 외롭지 않다.회화나무의 상징성으로 볼 때 이 나무는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이곳에 들린 어느 선비가 심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무와 작은 주막이 아주 잘 어울린다. 만약 나무가 없다면 주막은 한없이 초라했을 것이다. 주막 주변에서는 옛 모습을 복원하려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옛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바람직해 보인다.

 




몇 년 전에 삼강주막을 지키던 마지막 주모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금은 새로 선발된 주모가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나는 나그네가 되어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이겠다.

 

수많은 민초들이 밟고 간 삼강나루

그 때 그 풀빛은 오늘도 푸르른데

역사는 흙에 묻힌 채 흰모래만 곱구나

님을 기다리며 낡아가는 세월 속에

빈 나루에 작은 배가 밧줄로 묶여 있네

가끔씩 먼지바람에 풍문만 쌓여가고

회화나무 가지 사이 하늘은 한없이 높고

긴 세월에 남은 것은 썩은 가지뿐이네

육중한 몸으로 하는 말, 눈빛으로 알겠네

봄은 꽃을 들고 문 밖에서 기다려도

회화나무 검은 가지는 내다보지 않는구나

한 줄금 비라도 와야 문을 열고 나오려나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등잔불도 약해지면

주모는 열사흘 달을 가슴으로 퍼 담으며

그 밤에 홀로 떠난 님을 물 위에 그려 보네

그을린 부엌에는 무쇠솥이 걸터앉아

주인을 땅에 묻고 홀로 남아 무엇 하나

언제쯤 새 주모를 만나 한 세상을 끓여보나

거덜 난 팔자 같은 타다 남은 숯검뎅이

인생은 타고 또 타는 기름 같은 장작 같은

모두가 타버리고도 아쉬움은 재가 되고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그대 가는 길을 안다고도 말하지 마라

술에나 취하지 않고는 이 강을 건널 수 없네

여기 삼강나루 쉬어가는 나그네여

사랑은 풀꽃 같은 것, 풀꽃처럼 떠나셔도

천여 필 옥색 비단을 끊고 갈 순 없겠네

 

- 다시 삼강주막에서 / 지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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