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정독도서관 회화나무

샌. 2008. 4. 5. 09:09



1970 년대에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 자리가 정독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반가운 것은 지금까지 옛 교정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특히 오래된 본관 건물이나 강당 등을 그대로 도서관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건물의 고풍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도서관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운동장 한 켠에 수령이 300 년 정도인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마 70 년대 이전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 이 나무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에 시달렸는지 나무는 가지가 많이 잘라졌고 줄기마저 쇠 버팀대에 의지한채 불안하게 서 있다. 그 모습이 족쇄를 찬 죄수 같아 보기에 민망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도 교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그 아래서 뛰어놀았고, 미술 시간이면나무는 멋진 몸매로 모델이 되어 주었다.졸업하고 처음으로 작년에모교를 찾았을 때 제일 기대되었던 것이 그 느티나무와의 재회였다. 그런데 나무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의 허전했던 마음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이 잘려나간 느낌이었다. 우리들 옆에 있는 나무들은,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사라지고 나서야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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