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학교의 고요한 교정에 역시 말 없는 느티나무가 있다.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이 느티나무는 학교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예쁜 의자도 있고, 아이들이 읽을 책도 비치해 두었다. 나무 아래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 소란스러운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것은 마음이 들떠있다는 얘기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쉽게 원망한 적도 많다. 다시 느티나무의 침묵을 배워야겠다.
이 나무는 나이가 250살 정도 되었고, 키는 16 m, 가슴둘레는 4.3 m다. 원줄기에서 바로 세 개로 줄기가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줄기 사이에는 아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을 정도로 품이 넓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사목이 되었다. 오래도록 해로하다가 짝을 미리 보내고 혼자 남은 이 느티나무는 그래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천사들이 늘함께 해 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