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오죽헌 오죽

샌. 2007. 2. 8. 10:17



대는 일찍부터 질기고 매끄러운 특성 때문에 생활용품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잘 부러지지 않는 곧은 성격 때문에 정절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라 불리었다. 그 중에서도 오죽은 다른 대보다 색채가 아름답고 윤기가 있으며 질겨 더욱 사랑을 받았다. 줄기의 빛깔이 검은색이어서 오죽(烏竹)이라고 불리며 신성한 곳에서만 뿌리를 내린다고 하여 예부터 소중하게 취급 받았고, 담뱃대와 부채, 가구를 만드는데 쓰였다. 죽순은 5-6월에 나오는데 첫해는 초록색이지만 다음해부터 검어진다. 강릉 오죽헌(烏竹軒)이 바로 이 오죽으로 유명하다.

 

오죽헌은 원래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집이다. 원래 신사임당 외조부의 집이었는데, 외조부가 아들이 없어 무남독녀인 신사임당의 어머니에게 집을 상속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신사임당 어머니의 집인 셈이다. 즉, 신사임당의 친정이자 율곡 선생의 외가인 것이다. 율곡 선생은 이 오죽헌에서 태어나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당시 율곡 선생의 본가는 파주에 있었고, 지금도 파주에는 선생의 무덤과 위패가 있는 자운서원이 있고, 선생이 즐겨 찾았다는 화석정이 있다.

 

율곡 선생이 태어나던 1536년 당시부터 이곳에는 오죽이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오죽헌이라는 이름도 율곡 선생의 이종사촌인 권처균이 이 집 주위에 오죽이 무성한 곳을 보고 자신의 호를 오죽헌이라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오죽헌의 건물 사이 이곳 저곳에서는 잘 가꾸어진 오죽을 볼 수 있다.

 

오죽도 수십 년을 자란다는데 아직 굵은 줄기의 오죽은 보지 못했다. 오죽헌에 있는 것들도 전부 가는 것들 뿐이다. 사무실 앞에도 오죽이 자라고 있는데 굵어지는가 싶더니 지난 겨울 추위에 말라죽어 전부 베어 버렸다. 봄이 되니 다시 죽순이 땅에서 나오더니 지금은 2층에 닿을 정도의 키가 되었다. 죽순이 올라올 때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은 무척 신기했다. 뜰에 심어진 오죽은 동양적인 분위기와 선비의 기품을 느끼게 한다. 그런 면에서 오죽헌의 오죽은 장소와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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