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은행나무는 1100살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높이가 40m나 되는 키다리 은행나무인데 천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 나무에도 역시 유명인이 등장하는 전설이 만들어져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935년 경순왕은 군신회의를 소집해 고려에 항복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마의태자는 천년사직을 하루 아침에 버리는 것에 반대했으나 결국 신라가 고려에 병합되자 금강산에 들어가 베옷[麻衣]을 입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며 여생을 마쳤다.
다른 하나는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義相大士)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이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것이다. 의상대사는 우리나라 화엄종의 시조로 생존연대는 625년에서 702년 사이다. 이 전설이 맞다면 나무의 나이는 1300살까지로 올라갈 수 있다.
용문사는 수도권의 야외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있어 예전부터 자주 찾았다. 그러니 이 은행나무와 대면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처음에는 경계 목책이 없어 나무 옆에까지 가서 만져보고 나무 둘레도 재어보고 했었다. 언제부턴가 접근을 막더니 지금은 경계선이 굉장이 넓어졌다. 나무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가까이 가서 포옹해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아쉬운 마음도 든다.
백 년도 버티지 못하는 인간이 천 년의 세월을 헤아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얼마나 무심(無心)할 수 있어야 천 년의 무게를 감당하며 의젓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작 몇 해도 내다보지 못하고 눈 앞의 이(利)에만 아둥바둥하는 내 좁은 소견머리가 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