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광천리 관음송

샌. 2007. 2. 12. 17:41



이 나무는 영월군 남면 광천리에 있어 보통 광천리 관음송이라 불리는데 영월 청령포를 찾아가면솔숲 가운데에 있는 이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관음송(觀音松)이라는 이름도 이 나무가 당시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觀], 들어서[音]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의 수명도 대략 600여 년으로 추정한다. 17 세의 어린 단종이 이 나무의 갈라진 가지 사이에 앉아서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청령포 솔숲에 있는 소나무들 중에서도 이 관음송은 군계일학으로 뛰어나다. 땅에서 올라온 줄기가 아이들 키 높이 정도되는 곳에서 둘로 갈라졌는데 두 줄기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기상이 대단하다. 그 높이가 30 m에 이른다니 왠만한 고층 아파트 높이에 해당된다.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된 단종은 이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한양을 바라보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그 눈물 속에는 3 년 전에 맞이했던 정순왕후에 대한 그리움도 많았을 것이다. 왕비 또한 평민으로 강등되어 여든두 해를 살고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에 있는 사릉(思陵)에 묻히어 있다.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 채 땅 속에 묻히었고 이 관음송 만이 당시의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묵묵히 후세 사람들을 맞고 있다.

 

단종을 쫓아낸 세조(世祖)에 관련된 또 다른 소나무는 충북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正二品松)이다. 관음송은 쫓겨난 자의 한과함께자란 나무지만, 정이품송은 쫓아낸 자에게 비를 피하는 우산이 되어준 나무다. 두 나무의 나이는 비숫하지만 같은 시대에 정반대의 사연을 갖고 있어서 서로 비교하여 보면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묘하게도 관음송은 곧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데 반해, 정이품송은 가지가 부러지는 등 병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래된 나무 중에서도 이렇게 역사적 사연을 담고 있는 나무는 지켜보는 마음이 더욱 각별하다. 더구나 그것이 애절하고 슬픈 사연일 터에야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인간의 애증이 어떠하든 저 산과 나무는 말없이 인간 세상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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