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 중 하나가 마을 앞을 지나는 신작로의 포플러 가로수 길이다. 10km 가까이 두 줄로 늘어선 포플러나무들, 그 미끈하게 뻗은 몸매와 가지에 무성하게 매달려있던 삼각형의 초록 이파리들이 바람에 팔랑거리는 모습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른다. 도로가 확장되면서 지금은 그 나무들이 다 없어졌지만 어디선가 그런 가로수 길을 만나면 내 유년이 기억이 살아나 지그시 눈을 감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로수 길이 바로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일 것이다. 몇 년 전엔가는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대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는 원래 중국이 원산이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개량이 되었고 우리나라에 심어진 것도 대부분이 이 종류라고 한다. 담양군에서는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 사업 당시에 내무부의 시범 가로로 지정되면서 3 - 4 년 생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이 울창한 가로수로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가로수의 수령은 약 30년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국도를 따라 약 8km에 걸쳐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가 도열해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메타세콰이어라는 나무 자체가 직선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자를 대고 반듯이 다듬어놓은 것 같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연신 감탄사를 흘리다가 한 곳에 내려 도로 가운데데 서 보았다. 원근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은 모양이 마치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영국 근위병들 같기도 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가로수 길에서 옛 향수를 느낀다. 무언가 다정한 고향 냄새 같은 것이 전해와서 좋다. 언젠가는 다시 찾아와 자동차 대신 천천히 걸으며 옛 내음에 취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