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녹원은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군에서 조성한 대나무 숲이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은 작은 동산 정도지만 안에 들어서면 빽빽한 대나무숲이 우리 같은 북쪽 지방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풍성한 대나무 잔치는 처음이었다.
여기서 자라는 대나무는 왕대다. 왕대(Giant Timber Bamboo)는 참대, 늦죽, 고죽(古竹), 진죽(眞竹)으로 불린다는데 중국이 원산이고줄기는 청록색을 띠며 줄기와 가지는 거의 직각을 이룬다고 한다. 대나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곧게 뻗은 줄기와 그 줄기가 활처럼 휘어지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대나무 잎이 서로 몸을 부비며 사각이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 중에서도 일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 대나무숲의 단점이라면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깔끔함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숲은 깔끔하고정돈된 맛은 있으나 그러나 이내 싫증이 난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은원래의 자연스러움에는 미치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나 관리의 측면에서는 고충도 있을 것이다. 산책로 옆의 대나무 줄기에 새겨진 낙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철없는 행동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통제와 부자유를 겪어야 한다.
이젠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숲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옛날의 헐벗었던 산야를 생각한다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산이든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나무들로 가득해졌다. 그래서 이젠 더 성숙된 숲의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과 숲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조화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