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경회루 연못 둘레에는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역시 물과 버드나무는 잘 어울려서 물가를 따라 능수버들이 하늘거리는 풍경은 고궁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이곳은 경복궁에서도 경치가 좋은 곳이다. 그런데 버드나무들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버드나무가한 그루있다. 얼마나 모진 풍파를 겪었는지 이 나무는 옆으로 누워서 줄기가 비비 꼬여있고, 줄기 가운데로는 구멍까지 나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마치 누군가가 분재를 만들 듯 일부러 그렇게 장난을 친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나무 끝에서는 지금 여느 버드나무와 마찬가지로 초록잎이 싱싱하게 돋아나고 있다. 안스러운 마음 가운데서도 그 불굴의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이 나무 둘레에 철책을 치고 보호하고 있다. 나무 구실을 못하는 쓸모없는 나무로 판단했다면 진작에 잘라버렸을 텐데 이렇게 고이 지켜주고 있는 것은 이 나무에는 무슨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나는 사람마다 한 번씩 더 쳐다보는 것은 아마도 이 나무에 대한 연민과 함께 동질감을 느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누구 하나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고통과 시련의 시간들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에서 말은 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거기서 보는지도 모른다.
경복궁에 들러서 이 나무를 지나갈 때마다 속으로 빌어준다. "얘야, 지금 네 모습이 제일 아름답단다. 용기를 잃지 말고 당당하게 험한 세상을 살아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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