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의림지 제방숲

샌. 2007. 2. 16. 12:55



오래 전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제천 의림지에 들린 적이 있었다. 20년도 더 된 훨씬 전의 일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차에 이번에 제천을 지나게 될 때 짬을 내어 의림지를 찾아보았다.

 

의림지(義林池)는 김제의 벽골제와 함께 원삼국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의 우륵이 쌓았다고 하는데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호수가 유명하다는 것은 충청도를 가리키는 호서(湖西)라는 말이 이 호수의 서쪽지방이라는 의미이고, 제천의 옛 이름인 내제[큰 제방]이라는 의미도 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의림지는 세종 때에 정인지에 의해 두 차례 수축되었고, 1972년 장마에 둑이 무너져 이듬 해에 복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호수 둘레는 약 1.8km에 이른다. 제방 둑에는 영호정 등의 정자들이 있어 옛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지금도 여러 시설들의 복구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눈을 끈 것은 역시 제방 위에 있는 소나무들이었다. 그 외에 버드나무, 벚나무 등이 함께 자라고 있어 제림(堤林)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나역시 주종은 아름드리 노송들이다. 수령은 대개 100 - 300년이 되었다고 한다. 사시사철 물이 풍부해서 그런지 여기 소나무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더 싱싱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호수 주변은 놀이 시설과 정비 공사 등으로 산만한 분위기였지만 이숲에 들어서면 왜 옛 사람들이 이곳에 정자를 세우고 풍광을 즐기려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소나무의 아름다움은 역시휘어진 줄기에서 나온다. 호수 쪽으로 또는 둑길 쪽으로 굽고 휘어진 미끈한 소나무 줄기들이 여간 아름답고 멋진 것이 아니었다. 곧고 바른 것에 비해 무언가 넉넉하고 여유있는 그런 아름다움을 휘어진 소나무 줄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둑의 일부에만 이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 후손들을 위해 의림지를 감싸고 도는 멋진 소나무 숲을 만들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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