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말할 때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에서 살다 소나무에서 죽는다'고 한다. 그만큼 소나무는 한국인과 가깝다. 모든 한국 사람은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태어나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치고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는다. 자라면 소나무 우거진 솔숲이 놀이터가 된다. 봄이면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송기를 갉아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솔 연기를 맡으며 살다 소나무관 속에 육신을 묻는다. 그리고 무덤가엔 둥그렇게 솔을 심어 저승의 집을 꾸민다.
한국의 솔은 흔히 부르는 이름인 '소나무'와 '곰솔' 두 종류로 나눈다. 그리고 소나무의 대표적 수종으로는 육송, 적송, 반송, 금강송 등이 있고, 곰솔은 보통 해송(海松)이라 불리며 바닷가를 따라 자라고 있다. 전세계의 소나무는 100 종 가까이 된다는데 우리나라 만큼소나무를 사랑하는 민족도 없다고 한다. 베트남에 간 친구가 거기서도 산에 소나무가 있더라며 놀라워 했는데 우리 산에서 보는 소나무와는 뭔가 다르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한국의 소나무는 한국민의 정서와 멋과 풍류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의 몸 속에는 소나무의 피가 흐르는지 솔숲에만 들어서면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편안하고 안온해진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되었던 곳이다. 말발굽 모양으로 서강이 휘돌아가는 경치 좋은 곳이지만 강물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 이곳 솔숲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가꾸어져 있어 작년에는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 소나무는 금강송인데 안에 서면 늘씬한 미녀 소나무들에 둘러싸이게 되어 기분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금강송은 다른 소나무에 비해 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데그 자태를 등천하는 용에 비유해 '적룡'(赤龍)이라 하고, 늘씬하게 뻗은 몸매를 여인에게 견주어 '미인송'(美人松)이라고도 부른다. 보통 야산에서 보는 작고 뒤틀린 소나무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청령포에 와서 유적지를 둘러보는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소나무에 취했다. 솔숲을 이리저리 걸으며건강하고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주는 감동에 젖었다. 늘씬한 미녀들에 둘러싸이는 호사를 이때가 아니면 언제 누릴 수 있단 말인가. 예전에는 우리 산 어디에나 이런 소나무들이 울울창창 우거졌다는데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망가지고 훼손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