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전등사 은행나무

샌. 2005. 7. 6. 10:06


 

요사이는 어디를 가든 제일 눈길이 가는 것은 나무나 풀들이다. 절에 가면 늘 노거수(老巨樹)를 찾게 된다. 경내에 연륜이 오래된 나무가 있으면 절집의 고풍스런 분위기는 한결 더해진다. 그리고 보통은 나무에 얽힌 전설 하나쯤은 들을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에는 오래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각각 500년과 600년으로 되어 있다. 삶에 지쳤는지 많이 쇠약해 보이는 이 은행나무에는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조선 후기 어느 때였다고 한다. 관청에서는 매년 전등사에서 상당한 양의 은행을 공출해 갔는데 그 양이 늘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해는 그 양을 갑자기 두 배로 늘려 스무 가마니를 요구했다. 이에 스님이 은행이 열리지 않으면 공출도 없을 것이라며 백련사에 주석하던 도력 높은 추송선사를 초청해 삼일기도를 부탁했다. 나무에 은행이 열리지 않도록 해 달라는 기도였다. 관리들과 인근 주민들은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반신반의하기도 하며 이 행사를 지켜 보았다. 그런데 삼일째 되는 날, 스님의 외침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곧 은행나무는 잎을 떨구더니 그 뒤로는 열매를 맺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절에 대한 탄압도 멈추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의 시대상과 민중의 염원이 들어있기 때문에 수백 년간 사라지지 않고 전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조선 시대의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과 그에 대한 민중들의 반감을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예수님이 무화과나무를 향해 열매를 맺지 말라고 명령했던 성경 속의 이야기도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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